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LH 전국 임대아파트 재산보험 짬짜미 의혹

LH 전국 임대아파트 재산보험 짬짜미 의혹
예정가격 166억 제시, KB손보 등 6개사 154억에 낙찰
예년엔 25~36억원…낙찰가율도 40~50%서 90%대 뛰어
입찰 탈락한 삼성화재는 낙찰사들로부터 재보험 수주
높아진 입찰률·들러리 업체 배려 ‘전형적 짬짜미 모습’

[한겨레] 이순혁 기자 | 등록 : 2018-03-14 04:59 | 수정 : 2018-03-14 08:40


▲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아파트 전경. LH공사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가 공급하는 전국 임대아파트의 재산종합보험 입찰 과정에서 보험사들의 짬짜미(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보험사들이 낸 견적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예상 보험료(설계금액)가 예년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40~50% 수준이던 낙찰가율(설계금액 대비 낙찰가 비율)도 올해 90%를 웃돌았다. 여기에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는 낙찰사로부터 재보험 물량을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LH와 보험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LH는 지난해 12월 14일 ‘2018년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가입’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전국 임대주택과 그 부속 건물들이 화재·폭발·풍수해 등 재해로 피해를 보거나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보상받기 위한 보험 가입에 관한 것이다. 임대주택 등 보험가입물의 가액은 72조4500억 원, LH가 제시한 설계금액은 165억5천만 원이었다.

▲ ※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달 27일 LH는 KB손해보험롯데손보, DB손보, 현대해상, MG손보, 메리츠화재 등 6개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각각 10~39%의 지분율로 공동 입찰에 나서, 설계금액의 93%에 이르는 153억9천만 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탈락한 응찰업체는 삼성화재가 유일하며, 163억2천만 원을 제시했다.

예상 보험료와 낙찰가율은 예년보다 대폭 뛰었다. 2016년엔 롯데손보가 24억6천만 원(설계금액 62억 원·낙찰가율 39.7%)에 낙찰받았고, 2017년엔 35억9천만 원(설계금액 72억 원·낙찰가율 49.9%)을 써낸 KB손보·MG손보가 계약을 따냈다. 게다가 탈락업체인 삼성화재는 낙찰사들로부터 재보험을 수주했다. 보험가액이 클 경우 보험회사는 인수한 계약 일부를 다른 보험회사에 넘기는 재보험에 가입해 위험을 분산시킨다. 삼성화재가 입찰에 떨어지고도 재보험 수주에 따른 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선 짬짜미 정황이 두드러진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재산종합보험 입찰에서 설계금액의 90%를 웃도는 낙찰은 거의 없다. 또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낙찰업체로부터 재보험을 받아간다는 것은 미리 각본을 짜서 들러리를 세운 것이라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낙찰가율에 대해 LH 쪽은 “보험가입 대상 시설이 1만2천여 건에서 올해 1만3천여 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보험사들이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100억 원가량을 지출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해명이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에선 별도의 지진보험이 없었고 주로 재산종합보험 등에 가입할 때 특약을 맺어왔는데, 최근 지진 발생에 따라 새로운 지진보험요율 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지진보험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오는 4월 새로운 지진보험요율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기존 요율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설계금액 산출 과정도 짬짜미가 의심된다. LH 주거복지지원처의 김여정 차장은 “지진보험요율은 보험사들이 정하는 것인데, 5개 보험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장 낮은 금액을 설계금액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보험사들끼리 높은 금액으로 견적을 뽑아 설계금액으로 채택되게 한 뒤,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낙찰받아 폭리를 취하더라도 이를 걸러내긴 어렵다는 얘기다. ‘견적서를 낸 5개 업체가 어디인지’를 묻는 말에 김 차장은 “공개할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6개사가 공동입찰에 나선 상황에서 또 다른 업체가 유독 홀로 응찰한 정황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또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뒤 재보험 수주를 받게 된 경위도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담합 과정에서)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LH 전국 임대아파트 재산보험 짬짜미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