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포스코건설 ‘입찰 로비 장부’ 압수
“어떤 평가위원에 몇 억 줬는지 다 있다”
[경향신문] 강진구·선명수 기자 | 입력 : 2018.07.03 14:25:01
포스코건설이 최근 수년간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입찰에서 평가위원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진행한 명세가 담긴 컴퓨터 외장 하드가 경찰에 압수돼 정밀분석작업이 진행 중이다. 외장 하드 속 엑셀 파일에는 평가위원별로 이름, 출신학교, 고향, 가족관계, 지인, 취미, 담당 직원 접촉 동향 보고 등이 빼곡히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압수물 분석이 완료되면 주요 공공 입찰심사과정에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건설사와 검은 거래를 해온 고위공무원, 공공기관 간부, 대학교수들에 대한 무더기 소환조사가 예상된다.
3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울산 신항 방파제 공사 입찰 비리와 관련해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 평가위원 관리대장이 담긴 컴퓨터 외장 하드를 입수해 정밀분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건설에서 비밀임무를 담당해온 직원 이 모 씨가 보관해온 외장 하드 내부 엑셀 파일에는 수년간 포스코건설이 관리해온 평가위원별로 로비에 필요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포스코건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ㄱ 씨는 “평가위원별로 이름, 소속기관, 출신학교, 생년월일, 부인 취향, 자녀 관계, 지인, 포스코 내부 담당 직원이나 임원 이름과 함께 과거 로비명세가 자세히 적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언제 어떤 평가위원을 만나 어디에서 식사했고 돈을 몇 개(몇 억) 줬는지, 평가위원이 뭘 좋아하고 무슨 청탁을 들어주면 점수를 잘 줄지 등 로비에 필요한 모든 내용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의 외장 하드에 담긴 평가위원은 최소한 300여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주요 공공 토목공사 입찰 경우 국토부 중앙건설심의위원(132명)과 도로공사(66명), 수자원공사(48명) 등 공공기관별로 선정한 평가위원들이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중앙건설심의 위원들은 주로 공무원(4급, 5급 기술사), 공공기관 간부(2급 이상), 대학교수들로 구성됐다.
국내 대형건설업계 관계자 ㄴ 씨는 “국토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132명의 중앙건설심의위원은 부처뿐 아니라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평가위원들로 참여하기 때문에 포스코건설에서 최우선으로 매수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000억 원대 울산신항 남방파제 2-2공구 입찰 비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국토부 중앙건설심의위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포스코건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경찰관계자는 “현재 울산신항만 입찰 건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압수물에 분석작업 결과 다른 공사 입찰에서도 범죄 단서가 포착되면 수사 고려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다른 공사로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부인하지 않음에 따라 포스코건설이 그동안 수주한 다른 대형 토목공사 입찰 비리도 수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이후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대형 토목공사 입찰 중 48건에 참여해 20건에서 낙찰자로 선정됐다. 지난달 15일에도 새만금개발청에서 발주한 2000억 규모의 새만금 남북도로(2공구) 건설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을 제치고 낙찰자로 선정돼 계약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총사업비 3조4000억 원 규모의 신안산선 공사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 컨설시엄은 당시 경쟁컨소시엄보다 입찰금액을 3000억가량 더 높게 제안했음에도 경쟁컨소시엄이 석연치 않은 사유로 사전적격심사(PQ)에서 탈락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다.
경찰은 새만금 남북도로 공사와 신안산선 입찰 비리에 대한 수사착수 여부에 대해 “관련 비리 정보를 들었지만, 수사착수 여부는 압수물 분석 결과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이 현재 계약 및 협상 절차가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서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해당 공사 발주처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기반시설조성과 노유진 사무관은 “계약서상에는 계약절차를 중단할 명문의 근거가 없어 고민이 되지만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고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건설심의위원을 관리하는 국토부 기술기준과도 “경찰 수사결과 범죄사실이 드러난 위원들은 처벌되겠지만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자료를 요청해 관리대장에 거명된 위원들은 전원 교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신안산선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부 손명수 철도국장은 ‘신안산선 계약절차를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계속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살펴보겠다”고 짤막하게 답변을 한 채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못했다.
출처 [단독]경찰, 포스코건설 ‘입찰 로비 장부’ 압수···“어떤 평가위원에 몇억 줬는지 다 있다”
“어떤 평가위원에 몇 억 줬는지 다 있다”
[경향신문] 강진구·선명수 기자 | 입력 : 2018.07.03 14:25:01
▲ 지난달 26일 경찰이 울산 신항만 방파제 공사 입찰 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 사옥 조감도.
포스코건설이 최근 수년간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입찰에서 평가위원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진행한 명세가 담긴 컴퓨터 외장 하드가 경찰에 압수돼 정밀분석작업이 진행 중이다. 외장 하드 속 엑셀 파일에는 평가위원별로 이름, 출신학교, 고향, 가족관계, 지인, 취미, 담당 직원 접촉 동향 보고 등이 빼곡히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압수물 분석이 완료되면 주요 공공 입찰심사과정에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건설사와 검은 거래를 해온 고위공무원, 공공기관 간부, 대학교수들에 대한 무더기 소환조사가 예상된다.
3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울산 신항 방파제 공사 입찰 비리와 관련해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 평가위원 관리대장이 담긴 컴퓨터 외장 하드를 입수해 정밀분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건설에서 비밀임무를 담당해온 직원 이 모 씨가 보관해온 외장 하드 내부 엑셀 파일에는 수년간 포스코건설이 관리해온 평가위원별로 로비에 필요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포스코건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ㄱ 씨는 “평가위원별로 이름, 소속기관, 출신학교, 생년월일, 부인 취향, 자녀 관계, 지인, 포스코 내부 담당 직원이나 임원 이름과 함께 과거 로비명세가 자세히 적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언제 어떤 평가위원을 만나 어디에서 식사했고 돈을 몇 개(몇 억) 줬는지, 평가위원이 뭘 좋아하고 무슨 청탁을 들어주면 점수를 잘 줄지 등 로비에 필요한 모든 내용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의 외장 하드에 담긴 평가위원은 최소한 300여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주요 공공 토목공사 입찰 경우 국토부 중앙건설심의위원(132명)과 도로공사(66명), 수자원공사(48명) 등 공공기관별로 선정한 평가위원들이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중앙건설심의 위원들은 주로 공무원(4급, 5급 기술사), 공공기관 간부(2급 이상), 대학교수들로 구성됐다.
국내 대형건설업계 관계자 ㄴ 씨는 “국토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132명의 중앙건설심의위원은 부처뿐 아니라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평가위원들로 참여하기 때문에 포스코건설에서 최우선으로 매수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000억 원대 울산신항 남방파제 2-2공구 입찰 비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국토부 중앙건설심의위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포스코건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경찰관계자는 “현재 울산신항만 입찰 건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압수물에 분석작업 결과 다른 공사 입찰에서도 범죄 단서가 포착되면 수사 고려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다른 공사로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부인하지 않음에 따라 포스코건설이 그동안 수주한 다른 대형 토목공사 입찰 비리도 수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이후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대형 토목공사 입찰 중 48건에 참여해 20건에서 낙찰자로 선정됐다. 지난달 15일에도 새만금개발청에서 발주한 2000억 규모의 새만금 남북도로(2공구) 건설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을 제치고 낙찰자로 선정돼 계약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총사업비 3조4000억 원 규모의 신안산선 공사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 컨설시엄은 당시 경쟁컨소시엄보다 입찰금액을 3000억가량 더 높게 제안했음에도 경쟁컨소시엄이 석연치 않은 사유로 사전적격심사(PQ)에서 탈락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다.
경찰은 새만금 남북도로 공사와 신안산선 입찰 비리에 대한 수사착수 여부에 대해 “관련 비리 정보를 들었지만, 수사착수 여부는 압수물 분석 결과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이 현재 계약 및 협상 절차가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서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해당 공사 발주처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기반시설조성과 노유진 사무관은 “계약서상에는 계약절차를 중단할 명문의 근거가 없어 고민이 되지만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고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건설심의위원을 관리하는 국토부 기술기준과도 “경찰 수사결과 범죄사실이 드러난 위원들은 처벌되겠지만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자료를 요청해 관리대장에 거명된 위원들은 전원 교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신안산선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부 손명수 철도국장은 ‘신안산선 계약절차를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계속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살펴보겠다”고 짤막하게 답변을 한 채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못했다.
출처 [단독]경찰, 포스코건설 ‘입찰 로비 장부’ 압수···“어떤 평가위원에 몇억 줬는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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