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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직접고용 해놓고 왜 차별하나요”

“직접고용 해놓고 왜 차별하나요”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파업
정규직 전환 뒤 일반 서울대 직원들과 복지 포인트 등 차별 받아

[한겨레] 글·사진 이정규 기자 | 등록 : 2019-02-08 17:20 | 수정 : 2019-02-08 20:29


▲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동파를 방지하고자 서울대학교 행정관 지하실 냉온수기 1호를 가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23년간 일한 청소 노동자 최분조(68) 씨는 지난해 가슴이 뛸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 용역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뒤 최 씨도 마침내 대상이 됐다. 비정규직 용역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이름을 단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 용역 계약이 만료되고 정규직이 된 최 씨는 서울대를 믿고 처우 개선을 기다렸다. 기존 직원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액 급식비, 복지 포인트, 명절휴가비는 받고 싶었다.

최 씨와 같이 지난해 정규직 전환이 된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도 최 씨와 같은 처지다. 그래서 이들은 서울대에 정액 급식비와 복지 포인트 40만 원, 명절휴가비 1회에 40만 원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교직원 행정사무직은 복지 포인트로 100만 원, 명절휴가비는 월 기본급의 60%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대는 명절휴가비는 줄 수 없고, 정액 급식비 10만 원이 포함된 연 30만 원의 복지 포인트를 주겠다고 했다. 최 씨는 “소박한 요구였다. 금액은 달라도 (교직원) 그들이 받는 비율만 지켜주면 우리도 자존심이 회복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던 시절, 용역으로 계약할 때 필수 조건에 포함된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노임 단가 적용’은 정규직이 되어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규직이 되어서도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외부 중소기업에서 기계, 전기, 통신, 소방을 다루는 일반 기사들보다 100만 원가량 적은 돈을 받았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성명서를 내어 “전국 국공립, 사립대 대부분이 2018년도 정규직 임금을 적용받고 있음에도 유일하게 2017년도 정규직 전환 전 용역회사 시절 임금을 시설관리직에 지급하고 있는 학교가 서울대”라며 “시설관리직이 오죽하면 쟁의권 행사까지 검토했겠나.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활임금 돈 200만 원도 못 되는 급여로 생활하는 노동자들이 서울대에 있다”고 밝혔다.

▲ 8일 오전 11시 30분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대 행정관 앞에 모여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국 지난 7일 낮 12시 30분부터 서울대에서 기계, 전기 등 설비를 관리하는 시설관리직 노동자 120여 명이 서울대 행정관과 중앙도서관, 공학관 기계실을 점거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8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청소경비·전기·기계·소방) 노동자 전면 파업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노임 단가 100% 적용 △복지 부분을 서울대학교 구성원 간 취업규칙에 맞게 차별 없이 적용할 것 등을 요구했다. 청소와 경비 노동자 200여 명은 다음 주 중 파업 동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 파업 및 도서관 난방 중단 관련 공지’라는 글을 올려 “총학생 회장단은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도서관과 같이 학생들의 학업과 연구에 직결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총학생 회장단은 일반노조에 도서관을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어 “총학생 회장단은 현재 상황이 가까운 시일 내에 예정된 시험, 취업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비롯하여 도서관에서 학습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 전문가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이 글을 공유하며 “정중한 말씨이지만 결국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며 “가장 중요한 곳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는 바람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곳을 마비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파업 전술이기도 하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따질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파업하게 만든 자본가들에게 따지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하고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울 기회가 있었던 나라들과 그렇지 못한 나라의 차이를 서울대 총학생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서울대 학생들을 향한 파업 노동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청소 노동자 최분조 씨는 기자회견 발언에서 “학생에게 우리들은 엄마이기도 하고 누나이기도 하고 부모이기도 하다”며 “서울대학교 학생, 교직원 모든 분이 (파업으로) 불편한 거 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현장을 이렇게까지 만들 때는 아무리 우리가 울부짖고 매달려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주인인 학생이 나서서 민원 넣으며 함께 해달라고 학생들에게 매달리는 거다. 그래서 중앙도서관에서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 불편함을 참고 있는 서울대 학생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인 윤민정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대표도 발언에 나서 “서울대에 다니는 동기들은 노동자와 다른 삶을 살 거라 생각하는 거 같다. 아무래도 여기 계신 분들 요구를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며 “어쩌면 우리가 살지 않을 거라는 삶에 대해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더 낫게 만들고자 인간답게 외치는 사람에게 소금 뿌리면 안 된다. 그 정도 시민 윤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김형수 위원장은 “(시설관리직이 비정규직 용역인 시절에도) 모든 대학이 시중노임 단가를 준수했다”며 “그런데 정규직이 되면서 (오히려) 기본급이 최저임금으로 떨어졌다. 국립대 모든 대학 (비정규직 시설관리직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가 주요한 시설만 잡으면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런데 배제했다. 그리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동파 위험으로 우리 조합원이 순환 펌프를 돌리자 했다. 파업에 들어온 노동자들이 지도부에 요구해 동파시키지 않기 위해 순환 펌프를 돌려줬다. 이런 노동자들”이라고 호소했다.


출처  “직접고용 해놓고 왜 차별하나요”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