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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퍼나르는 수많은 지만원들,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왜곡 퍼나르는 수많은 지만원들,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지만원의 현행법 악용, ‘역사왜곡처벌법’ 제정 요구 대두... “처벌 공백 막아야”
[오마이뉴스] 배지현 | 19.02.20 18:33 | 최종 업데이트 : 19.02.20 18:33


토착왜구당 5.18 공청회, 파이팅 외친 지만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착왜구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종명 의원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남소연

"5.18은 북한군이 주도한 게릴라전이다."

지만원은 지난 8일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참석해 "이른바 '광주의 영웅'들은 북한군에 부화뇌동한 부나비, 무개념 아이들과 무고한 피해자들"이라며 이 같이 발언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터져나왔던 지만원의 망언은 지만원 한 사람에 그치지 않고 여러 경로로 퍼져나갔다. 급기야 국회 공청회장에서 북한군 개입설이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왜곡된 주장을 퍼나르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지만원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지만원의 유무죄 가른 ‘그것’

5.18민중항쟁구속자회,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더불어민주당 설훈·민병두 의원,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정의당 등은 지만원의 이번 발언을 문제삼아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냈다. 서울남부지검은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만원에게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만원의 행위가 명예훼손으로 인정될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회에선 토착왜구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을 중심으로 '역사왜곡처벌법'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의 이른바 '나치방지법' 같이 역사왜곡 자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지만원은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지만원에게 적용된 혐의인 명예훼손은 형법상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단 피해 대상이 특정돼야 한다.

지만원의 과거 명예훼손 판결도 유무죄가 갈렸다. 그는 2009년 11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일성과 짜고 북한 특수군을 광주로 보내 시민들이 학살 당했다"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피해자가 김 전 대통령으로 특정된 상황에서, 법원은 2013년 "공공의 이익은 공정한 의견이나 비판, 진실성이 증명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해당한다"라며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2008년 "5·18 당시 북한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 작전 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됐다"라는 글을 올렸을 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자를 5.18 사망자, 행방불명자, 부상자 등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1심은 "게시물에 의한 비난이 5.18 민주유공자들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5.18 사망자, 행방불명자, 부상자) 구성원의 수가 적다고 할 수 없다"라고 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최근 지만원의 국회 공청회 발언도 비슷한 상황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판사는 "피해자 범위가 애매하면 무죄가 날 확률이 높다"라며 "사실관계에 비춰 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한 것인지 모호한 상황이면 처벌이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민사소송 역시 형사소송보다 엄격하진 않더라도 명예훼손 대상자가 특정돼야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 강용석 전 의원은 2010년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는 모든 걸 다 줘야 한다"는 발언으로 형사·민사소송을 받았으나 법원은 양쪽 다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맡았던 1심은 "강 의원 발언이 최소 700~800명인 여자 아나운서 개개인을 특정했다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라며 "현직 국회의원의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비상식적인 발언이더라도 이를 개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볼 것인지, 도덕적인 비판으로 해결할 문제인지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지만원의 ‘법 악용’ 막으려면

5.18 시국회의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하라" 5.18 시국회의 참석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망언을 쏟아낸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의 제명과 지만원 구속, 전두환의 처벌을 촉구했다. ⓒ 유성호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는 '지만원 방지법'인 역사왜곡처벌법이 논의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독일은 2차대전 직후 역사왜곡을 막기 위해 반나치 법안을 신설했다"라며 "우리도 민주주의 역사를 왜곡·부정하며 범죄적 망언을 서슴지 않는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엄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관련 단체를 모욕·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라는 지난해 8월 법안을 발의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집단 명예훼손은 인정되기 까다로워 처벌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지씨가 이 점을 철저히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5.18 관련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홀로코스트 방지법이 유대인 혐오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듯 같은 구조인 5.18도 관련 법이 있어야 한다"라며 "헌법적으로도 한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지만원 소송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 또한 "우리 헌법 21조 4항에는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라며 "(지만원 사례처럼) 처벌의 공백이 있어 역사왜곡처벌법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역사왜곡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표현의 자유 침해다'라는 논리 때문이었다"라며 "하지만 법원은 앞서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판결에서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왜곡 퍼나르는 수많은 지만원들,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