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불씨, 전국에 있다”
전기노동자들 배전현장 관리부실 고발
전국에서 발견된 관리부실 실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변압기, 피복 벗겨진 전선”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9-04-10 16:18:26 | 수정 : 2019-04-10 17:55:40
10일 배전현장 유지보수 일을 하는 전기노동자들이 “전국 곳곳에 언제 강원도 산불과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험 노후시설이 즐비하다”며 만연한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관리부실 실태를 고발했다.
앞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발생한 강원도 산불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여의도 1.8배에 달하는 산림을 태웠다. 수백 채의 주택과 농업시설 등이 불탔다.
정부가 아직까지 강원도 산불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발표하진 않았지만, 최초 발화점이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맞은편 전봇대의 개폐기로 지목되면서 “한전의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의 외주를 받아 배전현장에서 유지보수 일을 하는 협력업체 전기노동자들이 직접 고발에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이하, 건설노조)는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배전현장 유지보수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전국 576명의 전기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배전현장 실태 설문조사 결과’와 설문조사 기간 중 취합한 ‘전국 곳곳의 노후시설 사진’을 공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기노동자들의 99%는, 각자 일하고 있는 지역에 언제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녹슨 변압기 등 노후시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설노조가 공개한 사진 속에는 피복이 벗겨진 채 방치된 고압선, 뿌리서부터 기둥 전체가 갈라진 전신주, 부식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변압기 등 위험 노후시설이 즐비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경기, 인천, 대전, 충청, 세종 지역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보내온 사진”이라며 “노조가 급하게 파악했음에도, 전국 곳곳에 폭발 위험이 있는 누유 변압기와 균열 전주를 셀 수 없이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기노동자들은 “배전 선로 유지보수 공사건수가 줄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이는 지난 9일, 한전이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액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언제 강원도 산불과 같은 대형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노후시설이 상당한데도 한전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건설노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 노후화 된 배전 시설이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해 교체가 필요한 배전 현장은 몇 퍼센트(%) 정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576명의 전기노동자 중 551명이 응답했다. 이 중 187명(33.9%)이 “30~50%가량 된다”고 답했다. “50~70%”라도 답한 응답자도 148명(26.9%)이었으며, “10~30%”라고 답한 이는 99명(18%)이었고, “70~90%”라고 응답한 전기노동자는 72명(13.1%), “90% 이상”이라고 답한 이는 41명(7.4%)이었다. 없다고 답한 이는 551명 중 4명(0.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9%가 교체가 필요한 곳이 “10% 이상”이라고 답한 것이다. 위험한 배전현장이 적지않다는 사실을 현장 노동자의 눈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배전현장 유지보수를 제 때에 안 할 경우 전봇대 전도, 변압기 폭발, 단선·누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강원도 산불처럼 화재가 발생하거나, 정전, 감전사고, 전봇대 전복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배전선로 유지보수 공사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2019년 한전 배전 선로 유지보수 공사 건수 현황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응답한 전기노동자 556명 중 548명(98.6%)이 “예년보다 줄었다”라고 답했다.
‘본인이 마지막으로 선로 검사를 한 것은 언제였나?’고 질문엔 “원래 안 한다”가 139명(27%), “2016년부터 안 한다”가 42명(8.2%), “2017년부터 안 한다”가 56명(10.9%), “2018년부터 안 한다”가 83명(16.1%), “2019년부터 안 한다”가 75명(14.6%)이었다. “현재하고 있다”는 응답은 119명(23.2%)에 불과했다.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는 “앞으로 강풍이 불 때마다 불똥이 튀지 않게 기도라도 하고 살아야하나?”라며, “한전은 지금이라도 국민 안전과 화재 예방을 위해, ‘유지 보수 예산 확대’에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앞서 산불 직후, 한전은 이번 강원도 산불사고 원인과 관련해 “외부의 이물질이 전선에 붙었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건설노조는 “관리부실 책임을 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기존 선로 유지 보수에 사용되는 배전운영 예산이 꾸준히 줄어왔다. 지난해 4천억원이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올해도 2천억가량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또 “송·변전 설비의 유일한 운영 및 관리자로서 한전은 예산 항목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감시에도 벗어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깜깜이 예산을 근거로 한전은 계획수선비 등이 증가되었다는 설명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선로를 점검하고 노후 전선을 교체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증언은 한전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설노조는 지난 4월 7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고압선 사고를 언급하며 “이 전주가 산속에 있었다면 강원 화재와 같은 산불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여 년 동안 배전현장에서 일을 해 왔다는 전기노동자 엄인수 건설노조 강원전기원지부장은 “한전에선 이물질이 날아와 최초 불꽃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고 짚었다.
엄 지부장은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을 일으키려면 전선과 전선이 접촉되거나, 전선과 완금(腕金)이 접촉되어야만 아크(불꽃)가 일어난다. 하지만 전선과 전선의 거리는 1m 20㎝ 이상이고, 전선과 완금의 거리는 최소 5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접속부위엔 절연커버가 씌워져 있기 때문에 접촉된다고 하더라도 불꽃이 일어날 경우는 거의 없다. 설상 불꽃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물질에 불꽃이 일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CCTV 영상처럼 두 번, 세 번 불꽃이 일어날 확률은 없다”고 밝히며, 한전 해명의 부적절성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한전에 ▲산불의 정확한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 ▲노후 전주와 불량 기자재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하고, 선제적 보수를 통해 안전한 배전운영체계를 확립할 것 ▲국민의 생명 안전과 관계된 유지보수에 대한 배전운영 예산을 정확히 공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출처 “강원 산불 불씨, 전국에 있다” 전기노동자들 배전현장 관리부실 고발
전기노동자들 배전현장 관리부실 고발
전국에서 발견된 관리부실 실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변압기, 피복 벗겨진 전선”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9-04-10 16:18:26 | 수정 : 2019-04-10 17:55:40
▲ 전북과 대전 지역에서 찍힌 터질 위험이 있는 녹슨 변압기와 피복이 벗겨진 채 방치된 고압 전선 ⓒ건설노조 제공
10일 배전현장 유지보수 일을 하는 전기노동자들이 “전국 곳곳에 언제 강원도 산불과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험 노후시설이 즐비하다”며 만연한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관리부실 실태를 고발했다.
앞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발생한 강원도 산불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여의도 1.8배에 달하는 산림을 태웠다. 수백 채의 주택과 농업시설 등이 불탔다.
정부가 아직까지 강원도 산불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발표하진 않았지만, 최초 발화점이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맞은편 전봇대의 개폐기로 지목되면서 “한전의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의 외주를 받아 배전현장에서 유지보수 일을 하는 협력업체 전기노동자들이 직접 고발에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이하, 건설노조)는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배전현장 유지보수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전국 576명의 전기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배전현장 실태 설문조사 결과’와 설문조사 기간 중 취합한 ‘전국 곳곳의 노후시설 사진’을 공개했다.
▲ 경기지역 뿌리까지 갈라진 전신주 사진 ⓒ건설노조 제공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기노동자들의 99%는, 각자 일하고 있는 지역에 언제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녹슨 변압기 등 노후시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설노조가 공개한 사진 속에는 피복이 벗겨진 채 방치된 고압선, 뿌리서부터 기둥 전체가 갈라진 전신주, 부식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변압기 등 위험 노후시설이 즐비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경기, 인천, 대전, 충청, 세종 지역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보내온 사진”이라며 “노조가 급하게 파악했음에도, 전국 곳곳에 폭발 위험이 있는 누유 변압기와 균열 전주를 셀 수 없이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기노동자들은 “배전 선로 유지보수 공사건수가 줄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이는 지난 9일, 한전이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액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언제 강원도 산불과 같은 대형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노후시설이 상당한데도 한전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 10일 청와대 앞 건설노조 기자회견에서 전재희 교선실장이 배전 현장 유지보수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노동자 99% “우리지역에 교체 필요한 노후시설 있다”
노동자 98% “한전 배선선로 유지보수 공사가 줄었다”
노동자 98% “한전 배선선로 유지보수 공사가 줄었다”
건설노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 노후화 된 배전 시설이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해 교체가 필요한 배전 현장은 몇 퍼센트(%) 정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576명의 전기노동자 중 551명이 응답했다. 이 중 187명(33.9%)이 “30~50%가량 된다”고 답했다. “50~70%”라도 답한 응답자도 148명(26.9%)이었으며, “10~30%”라고 답한 이는 99명(18%)이었고, “70~90%”라고 응답한 전기노동자는 72명(13.1%), “90% 이상”이라고 답한 이는 41명(7.4%)이었다. 없다고 답한 이는 551명 중 4명(0.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9%가 교체가 필요한 곳이 “10% 이상”이라고 답한 것이다. 위험한 배전현장이 적지않다는 사실을 현장 노동자의 눈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배전현장 유지보수를 제 때에 안 할 경우 전봇대 전도, 변압기 폭발, 단선·누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강원도 산불처럼 화재가 발생하거나, 정전, 감전사고, 전봇대 전복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배전선로 유지보수 공사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2019년 한전 배전 선로 유지보수 공사 건수 현황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응답한 전기노동자 556명 중 548명(98.6%)이 “예년보다 줄었다”라고 답했다.
‘본인이 마지막으로 선로 검사를 한 것은 언제였나?’고 질문엔 “원래 안 한다”가 139명(27%), “2016년부터 안 한다”가 42명(8.2%), “2017년부터 안 한다”가 56명(10.9%), “2018년부터 안 한다”가 83명(16.1%), “2019년부터 안 한다”가 75명(14.6%)이었다. “현재하고 있다”는 응답은 119명(23.2%)에 불과했다.
▲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는 1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배전현장 유지보수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중의소리
“강풍 불 때마다 불똥 튀지 않게 기도해야 하나?”
“꾸준히 줄어드는 배전 운영예산..투명히 공개하라”
“꾸준히 줄어드는 배전 운영예산..투명히 공개하라”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는 “앞으로 강풍이 불 때마다 불똥이 튀지 않게 기도라도 하고 살아야하나?”라며, “한전은 지금이라도 국민 안전과 화재 예방을 위해, ‘유지 보수 예산 확대’에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앞서 산불 직후, 한전은 이번 강원도 산불사고 원인과 관련해 “외부의 이물질이 전선에 붙었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건설노조는 “관리부실 책임을 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기존 선로 유지 보수에 사용되는 배전운영 예산이 꾸준히 줄어왔다. 지난해 4천억원이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올해도 2천억가량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또 “송·변전 설비의 유일한 운영 및 관리자로서 한전은 예산 항목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감시에도 벗어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깜깜이 예산을 근거로 한전은 계획수선비 등이 증가되었다는 설명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선로를 점검하고 노후 전선을 교체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증언은 한전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설노조는 지난 4월 7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고압선 사고를 언급하며 “이 전주가 산속에 있었다면 강원 화재와 같은 산불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여 년 동안 배전현장에서 일을 해 왔다는 전기노동자 엄인수 건설노조 강원전기원지부장은 “한전에선 이물질이 날아와 최초 불꽃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고 짚었다.
엄 지부장은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을 일으키려면 전선과 전선이 접촉되거나, 전선과 완금(腕金)이 접촉되어야만 아크(불꽃)가 일어난다. 하지만 전선과 전선의 거리는 1m 20㎝ 이상이고, 전선과 완금의 거리는 최소 5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접속부위엔 절연커버가 씌워져 있기 때문에 접촉된다고 하더라도 불꽃이 일어날 경우는 거의 없다. 설상 불꽃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물질에 불꽃이 일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CCTV 영상처럼 두 번, 세 번 불꽃이 일어날 확률은 없다”고 밝히며, 한전 해명의 부적절성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한전에 ▲산불의 정확한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 ▲노후 전주와 불량 기자재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하고, 선제적 보수를 통해 안전한 배전운영체계를 확립할 것 ▲국민의 생명 안전과 관계된 유지보수에 대한 배전운영 예산을 정확히 공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출처 “강원 산불 불씨, 전국에 있다” 전기노동자들 배전현장 관리부실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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