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임무유공자회, 이름 빌려주고 85억 당겼다
특수임무유공자회 ‘3년치 차입금’ 세부 내역 입수
보훈단체 중 처음 부도 위기
[한겨레]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9-04-14 16:47
<한겨레21>이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HID·이하 특임)의 100억원 가까운 차입금(빌린 돈) 상세 명세가 담긴 내부 자료를 단독 확보했다. 대부분 특임 이름을 빌려 수익사업을 벌이던 업체들에서 빌린 불법성 짙은 자금이다. 빚더미와 적자 늪에 빠진 특임의 사상 유례없는 부도 사태도 우려된다. 지금까지 국내 보훈단체가 부도를 낸 적은 없다.
‘차입금 세부 명세’을 <한겨레21>에 제공한 내부 제보자는 “차입 형식으로 꾸몄지만, 실제론 업체들에서 그냥 상납받은 것”이라며 “업체들은 대신 특임이 국방부 등에서 수의계약으로 따낸, 군대에서 나온 고철 등의 물량을 넘겨받아 상납금 이상의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고 폭로했다. “특임의 차입금을 업체에서 조성해 전달하고 지출하는 전 과정이 불법투성이”라면서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특임은 과거 북한에 공작원으로 투입됐던 북파공작원 출신들이 만든 보훈단체이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에 이어 보훈단체의 수익사업 비리가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차입금 세부 명세’을 살펴보자. 2015년 1월 이후 2017년 말까지 3년 동안의 차입·상환 명세가 사용처와 함께 정리돼 있다. 박금구 특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세월호 사건의 ‘세모’가 포기한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을 2015년 말 인수한 것이 결정적인 무리수였다”고 말한다. 실제 특임의 차입금도 그 무렵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다.
특임이 세모그룹에서 한강수상콜택시 사업권을 넘겨받기 전까지 특임의 차입금은 2015년 초 ㅅ 산업에서 빌린 6억원이 전부였다. ㅅ 산업은 특임의 불용품사업소로 등록된 경기도 평택과 안성 공장의 실소유주다. 수의계약은 특임 이름으로 따내고 사업은 ㅅ 산업이 했다는 뜻이다. 특임이 수의계약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보훈단체에서 말하는 불용품이란, 군이나 방산업체에서 나오는 고철 등의 각종 폐기물을 이른다.
세모그룹과 계약서에 날인하던 2015년 10월 16일, 바로 그날 특임의 차입금이 20억원 불어난다. 인수대금 중 13억원을 한 은행에서 대출받고 나머지 7억원을 ㅅ 산업에서 빌렸다. 특임 관계자는 “세모 쪽에서 영업이 안 돼 포기했던 사업인데, 낙찰액을 지나치게 높게 썼고 그 돈을 모두 빚으로 조달했다”면서 “아무 경험 없는 우리가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임의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장은 한강 반포대교 세빛섬 옆에 자리 잡은 서래나루다.
선착장을 재단장하는 공사대금 또한 빚으로 댔다. 특임 이름으로 ‘불용품’ 수익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가장 만만한 자금 조달처였다. ㅅ 산업에서 2016년 6월과 9월 각각 10억원씩 20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2016년 5월에는 다른 ㅅ 사에서 2억원, 군에 군복을 납품하는 신규 사업을 궁리 중이던 ㄷ 사에서 1억원을 빌려 공사대금으로 썼다.
하지만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그달 운영비까지 업체들에서 빌리기 시작한다. ‘차입금 명세’에는 2017년 ㅅ 상사에서 1억원, ㅎ 사에서 1억원, ㅇ 사에서 7천만원의 한강사업 운영비를 빌린 것으로 적혀 있다. 2017년 4월엔 앞의 ㅅ 사에서 1억원의 직원 급여까지 추가로 빌리기에 이른다. 개인들한테서 수천만 원씩 빌리기도 했다. 급기야 한강사업 외의 일반 경비까지 손을 내밀었다. 총무국 운영비 명목으로 여러 차례 자금을 빌렸고, 은행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도 업체 돈을 썼다.
한강수상콜택시 다음으로 덩치가 큰 차입금 명목은 ‘불용매입대금’이다. 이는 국방부 불용품을 수의계약으로 받아 ㅅ 사에 넘겨주겠다고 약속하고 미리 대금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 금액이 20억원에 가깝다. 특임이 불법으로 이름을 빌려주고 사업을 했다는 더욱 뚜렷한 흔적이기도 하다. 특임 관계자는 “특임에 빌려준 자금을 업체들이 어떻게 조성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면서 “회삿돈을 불법적으로 회계 처리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입금 세부 명세’을 보면, 특임이 2017년 말까지 3년 동안 빌린 차입금 잔액이 85억원에 이른다. 이 중 8개 업체에서 빌린 66억8천만원은 지금까지 한 푼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ㅅ 산업이 33억원으로 가장 많고, ㅅ 사가 16억원, ㅅ 상사가 6억5천만원이다. 이 세 업체는 모두 불용품 사업체다. 최근 피복(군복) 사업 진출을 논의하던 ㄷ 사와 ㅁ 사에서 빌린 돈도 각각 3억3500만원과 2억6500만원, 모두 6억원에 이른다.
특임 관계자는 “업체들은 이렇게 ‘차입금’을 떼이더라도 갖은 편법을 써서 결국 이익을 남긴다”면서 “그렇게 남긴 돈 일부가 특임 내부 권력자의 뒷주머니를 채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임의 한 이사는 “우리 이사들은 차입금 총액이 100억원쯤 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면서 “차입금 세부 명세가 어떻게 되는지 이사회에 보고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지금은 차입금 총액이 100억원을 훨씬 넘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임 쪽은 새로 추진하던 군 의류 공급 등 4개 사업이 3월 국가보훈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임의 4개 신규 사업 승인 신청을 “부채가 많고 사업 능력도 없다”는 이유로 보훈처가 전면 불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부터 부도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군 의류 공급 사업은 2017년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라며 “사업을 성사시켜 군 의류 공급 물량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ㄷ 사와 ㅁ 사 두 곳에서 6억원의 차입금을 미리 받아 썼던 것인데 전혀 생각지 못한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의계약을 받을 수 없으니 물량을 공급할 수 없고, 돈이 없으니 6억원을 돌려줄 수도 없는 사정”이라며 “업체 쪽에서 법적 상환 절차를 밟으면 최악의 경우 특임이 부도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특임의 감사보고서에는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감사인 의견이 수년 전부터 담기고 있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특임의 2017년 말 단기 부채가 119억원에 이르는데, 매출은 270억원까지 감소하고 누적 결손금은 48억원으로 늘어나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임 쪽은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을 하는 서래나루 투자가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이라면서 “적극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경기도 여주의 골재 사업을 특임이 따냈지만, 실제 특임 공식 회계에 들어오는 수익금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은 2017년 6월 여주시와 남한강 준설토를 104억원에 사는 계약을 맺었다. 골재 사업의 사정을 잘 아는 특임 관계자는 “특임이 월 3억원씩 열 달 동안 30억원의 순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매달 1억원만 특임 쪽에 송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1억원 중 3천만원은 현금이라, 공식 회계에 잡히는지 개인이 가져가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임의 사업 도처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이다. 엄정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내부 제보자와의 대화 내용을 전한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때가 되면 얼굴을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왜 돈을 빌려주나.
특임은 국방부와 방산업체에서 고철과 폐차, 폐타이어, 폐의류, 때로는 소총까지 수의계약으로 받을 수 있다. 아주 수익성 좋은 아이템들이다. 그런데 특임은 자체 사업 능력이 없다. 그래서 특임 이름으로 사업을 따내고, 실제 사업은 업체가 수행한다. 이른바 불법적인 ‘대명사업’이다. 물량을 받기만 하면 한번에 수십억원을 남기는 것은 예사라고 한다. 특임에서 돈 빌려달라고 할 때 업체에서 거부할 수 있겠는가. 군말 없이 빌려준다.
불용품 업체를 잘 아는가.
한 업체 대표는 특임 설립 때부터 특임에 돈을 많이 대주었다. 그 점에서는, 고마운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 살을 갉아먹었다. 그 사람이 특임 이름을 빌려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 돈이 누구 돈인가. 회원들 돈이 업체 대표와 일부 간부의 주머니로 흘러간 것이다. 빚더미 부담은 회원들이 떠안게 생겼다.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은 수의계약 사업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 사업 역량도 없는 특임이 경쟁입찰에 뛰어들었다. 특임에 돈을 빌려준 불용품 업체들은 한강 사업이 뭔지도 모른다. 나중에 불용품을 많이 받을 생각으로, 빌려달라 하니 빌려준 것이다. 그렇게 받은 돈을 특임이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의 밑 빠진 독에 퍼부은 것이다.
세모그룹이 포기한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에 특임이 왜 뛰어들었을까.
우리는 사업 능력이 없다. 처음부터 특임 간부가 뒷돈을 노렸다고 생각한다. 시설공사 대금에 80억원 정도 들어갔다는 소문이다. 시공업체에게서 막대한 커미션(수수료)을 받아챙겼을 것이다.
특임의 부도 이야기가 왜 나오나.
본부에 돈이 없다. 급여 주기도 빠듯하다. 기대했던 신규 사업(군복 등) 진출도 무산됐다. 피복업체 쪽에서 2년 전 특임에 6억원을 미리 빌려주면서 공증해놓았다고 한다. 혹여 법적 상환 절차라도 밟으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부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부실도 많다.
얼마 전 특임 이사 한 명이 사퇴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노점 단속 용역사업도 한다. 그 이사가 단속반원한테 돈을 받았다고 한다. 지극히 작은 비리 사례다. 특임이 썩어도 너무 썩었다.
이종열 회장이 이번 4월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지금은 회장이 임명한 대의원들이 회장을 뽑는 식이다. 회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직선제로 바뀌어야 한다. 특임은 아직도 군대조직 같다. 무조건 상명하복을 요구하고, 최근까지도 정치에 개입한다.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에 인력을 동원하라고 공공연히 지시한다. 그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하는 일까지 있었다.
출처 북파단체 이름 빌려주고 85억 당겼다
특수임무유공자회 ‘3년치 차입금’ 세부 내역 입수
보훈단체 중 처음 부도 위기
[한겨레]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9-04-14 16:47
▲ <한겨레21>이 단독 확보한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의 차입금 세부 내역 자료. 빌린 돈을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에 사용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역이 보인다. 김진수 기자
<한겨레21>이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HID·이하 특임)의 100억원 가까운 차입금(빌린 돈) 상세 명세가 담긴 내부 자료를 단독 확보했다. 대부분 특임 이름을 빌려 수익사업을 벌이던 업체들에서 빌린 불법성 짙은 자금이다. 빚더미와 적자 늪에 빠진 특임의 사상 유례없는 부도 사태도 우려된다. 지금까지 국내 보훈단체가 부도를 낸 적은 없다.
‘차입금 세부 명세’을 <한겨레21>에 제공한 내부 제보자는 “차입 형식으로 꾸몄지만, 실제론 업체들에서 그냥 상납받은 것”이라며 “업체들은 대신 특임이 국방부 등에서 수의계약으로 따낸, 군대에서 나온 고철 등의 물량을 넘겨받아 상납금 이상의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고 폭로했다. “특임의 차입금을 업체에서 조성해 전달하고 지출하는 전 과정이 불법투성이”라면서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특임은 과거 북한에 공작원으로 투입됐던 북파공작원 출신들이 만든 보훈단체이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에 이어 보훈단체의 수익사업 비리가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병언 ‘세모’ 포기 뒤 수상콜택시 졸속 인수
<한겨레21>이 확보한 ‘차입금 세부 명세’을 살펴보자. 2015년 1월 이후 2017년 말까지 3년 동안의 차입·상환 명세가 사용처와 함께 정리돼 있다. 박금구 특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세월호 사건의 ‘세모’가 포기한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을 2015년 말 인수한 것이 결정적인 무리수였다”고 말한다. 실제 특임의 차입금도 그 무렵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다.
특임이 세모그룹에서 한강수상콜택시 사업권을 넘겨받기 전까지 특임의 차입금은 2015년 초 ㅅ 산업에서 빌린 6억원이 전부였다. ㅅ 산업은 특임의 불용품사업소로 등록된 경기도 평택과 안성 공장의 실소유주다. 수의계약은 특임 이름으로 따내고 사업은 ㅅ 산업이 했다는 뜻이다. 특임이 수의계약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보훈단체에서 말하는 불용품이란, 군이나 방산업체에서 나오는 고철 등의 각종 폐기물을 이른다.
세모그룹과 계약서에 날인하던 2015년 10월 16일, 바로 그날 특임의 차입금이 20억원 불어난다. 인수대금 중 13억원을 한 은행에서 대출받고 나머지 7억원을 ㅅ 산업에서 빌렸다. 특임 관계자는 “세모 쪽에서 영업이 안 돼 포기했던 사업인데, 낙찰액을 지나치게 높게 썼고 그 돈을 모두 빚으로 조달했다”면서 “아무 경험 없는 우리가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임의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장은 한강 반포대교 세빛섬 옆에 자리 잡은 서래나루다.
선착장을 재단장하는 공사대금 또한 빚으로 댔다. 특임 이름으로 ‘불용품’ 수익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가장 만만한 자금 조달처였다. ㅅ 산업에서 2016년 6월과 9월 각각 10억원씩 20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2016년 5월에는 다른 ㅅ 사에서 2억원, 군에 군복을 납품하는 신규 사업을 궁리 중이던 ㄷ 사에서 1억원을 빌려 공사대금으로 썼다.
하지만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그달 운영비까지 업체들에서 빌리기 시작한다. ‘차입금 명세’에는 2017년 ㅅ 상사에서 1억원, ㅎ 사에서 1억원, ㅇ 사에서 7천만원의 한강사업 운영비를 빌린 것으로 적혀 있다. 2017년 4월엔 앞의 ㅅ 사에서 1억원의 직원 급여까지 추가로 빌리기에 이른다. 개인들한테서 수천만 원씩 빌리기도 했다. 급기야 한강사업 외의 일반 경비까지 손을 내밀었다. 총무국 운영비 명목으로 여러 차례 자금을 빌렸고, 은행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도 업체 돈을 썼다.
빌린 돈 66억여원은 한 푼도 안 갚아
한강수상콜택시 다음으로 덩치가 큰 차입금 명목은 ‘불용매입대금’이다. 이는 국방부 불용품을 수의계약으로 받아 ㅅ 사에 넘겨주겠다고 약속하고 미리 대금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 금액이 20억원에 가깝다. 특임이 불법으로 이름을 빌려주고 사업을 했다는 더욱 뚜렷한 흔적이기도 하다. 특임 관계자는 “특임에 빌려준 자금을 업체들이 어떻게 조성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면서 “회삿돈을 불법적으로 회계 처리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입금 세부 명세’을 보면, 특임이 2017년 말까지 3년 동안 빌린 차입금 잔액이 85억원에 이른다. 이 중 8개 업체에서 빌린 66억8천만원은 지금까지 한 푼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ㅅ 산업이 33억원으로 가장 많고, ㅅ 사가 16억원, ㅅ 상사가 6억5천만원이다. 이 세 업체는 모두 불용품 사업체다. 최근 피복(군복) 사업 진출을 논의하던 ㄷ 사와 ㅁ 사에서 빌린 돈도 각각 3억3500만원과 2억6500만원, 모두 6억원에 이른다.
특임 관계자는 “업체들은 이렇게 ‘차입금’을 떼이더라도 갖은 편법을 써서 결국 이익을 남긴다”면서 “그렇게 남긴 돈 일부가 특임 내부 권력자의 뒷주머니를 채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임의 한 이사는 “우리 이사들은 차입금 총액이 100억원쯤 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면서 “차입금 세부 명세가 어떻게 되는지 이사회에 보고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지금은 차입금 총액이 100억원을 훨씬 넘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에서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을 인수하고 1년 뒤인 2016년 10월, 반포한강공원 서래나루에서 첫 시범 운항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업체들, 차입금 떼여도 ‘이권’ 남는 장사
특임 쪽은 새로 추진하던 군 의류 공급 등 4개 사업이 3월 국가보훈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임의 4개 신규 사업 승인 신청을 “부채가 많고 사업 능력도 없다”는 이유로 보훈처가 전면 불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부터 부도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군 의류 공급 사업은 2017년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라며 “사업을 성사시켜 군 의류 공급 물량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ㄷ 사와 ㅁ 사 두 곳에서 6억원의 차입금을 미리 받아 썼던 것인데 전혀 생각지 못한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의계약을 받을 수 없으니 물량을 공급할 수 없고, 돈이 없으니 6억원을 돌려줄 수도 없는 사정”이라며 “업체 쪽에서 법적 상환 절차를 밟으면 최악의 경우 특임이 부도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특임의 감사보고서에는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감사인 의견이 수년 전부터 담기고 있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특임의 2017년 말 단기 부채가 119억원에 이르는데, 매출은 270억원까지 감소하고 누적 결손금은 48억원으로 늘어나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임 쪽은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을 하는 서래나루 투자가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이라면서 “적극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경기도 여주의 골재 사업을 특임이 따냈지만, 실제 특임 공식 회계에 들어오는 수익금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은 2017년 6월 여주시와 남한강 준설토를 104억원에 사는 계약을 맺었다. 골재 사업의 사정을 잘 아는 특임 관계자는 “특임이 월 3억원씩 열 달 동안 30억원의 순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매달 1억원만 특임 쪽에 송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1억원 중 3천만원은 현금이라, 공식 회계에 잡히는지 개인이 가져가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임의 사업 도처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이다. 엄정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간부가 뒷돈 노렸다 생각”
내부 제보자와의 대화 내용을 전한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때가 되면 얼굴을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왜 돈을 빌려주나.
특임은 국방부와 방산업체에서 고철과 폐차, 폐타이어, 폐의류, 때로는 소총까지 수의계약으로 받을 수 있다. 아주 수익성 좋은 아이템들이다. 그런데 특임은 자체 사업 능력이 없다. 그래서 특임 이름으로 사업을 따내고, 실제 사업은 업체가 수행한다. 이른바 불법적인 ‘대명사업’이다. 물량을 받기만 하면 한번에 수십억원을 남기는 것은 예사라고 한다. 특임에서 돈 빌려달라고 할 때 업체에서 거부할 수 있겠는가. 군말 없이 빌려준다.
불용품 업체를 잘 아는가.
한 업체 대표는 특임 설립 때부터 특임에 돈을 많이 대주었다. 그 점에서는, 고마운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 살을 갉아먹었다. 그 사람이 특임 이름을 빌려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 돈이 누구 돈인가. 회원들 돈이 업체 대표와 일부 간부의 주머니로 흘러간 것이다. 빚더미 부담은 회원들이 떠안게 생겼다.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은 수의계약 사업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 사업 역량도 없는 특임이 경쟁입찰에 뛰어들었다. 특임에 돈을 빌려준 불용품 업체들은 한강 사업이 뭔지도 모른다. 나중에 불용품을 많이 받을 생각으로, 빌려달라 하니 빌려준 것이다. 그렇게 받은 돈을 특임이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의 밑 빠진 독에 퍼부은 것이다.
세모그룹이 포기한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에 특임이 왜 뛰어들었을까.
우리는 사업 능력이 없다. 처음부터 특임 간부가 뒷돈을 노렸다고 생각한다. 시설공사 대금에 80억원 정도 들어갔다는 소문이다. 시공업체에게서 막대한 커미션(수수료)을 받아챙겼을 것이다.
특임의 부도 이야기가 왜 나오나.
본부에 돈이 없다. 급여 주기도 빠듯하다. 기대했던 신규 사업(군복 등) 진출도 무산됐다. 피복업체 쪽에서 2년 전 특임에 6억원을 미리 빌려주면서 공증해놓았다고 한다. 혹여 법적 상환 절차라도 밟으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부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부실도 많다.
얼마 전 특임 이사 한 명이 사퇴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노점 단속 용역사업도 한다. 그 이사가 단속반원한테 돈을 받았다고 한다. 지극히 작은 비리 사례다. 특임이 썩어도 너무 썩었다.
이종열 회장이 이번 4월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지금은 회장이 임명한 대의원들이 회장을 뽑는 식이다. 회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직선제로 바뀌어야 한다. 특임은 아직도 군대조직 같다. 무조건 상명하복을 요구하고, 최근까지도 정치에 개입한다.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에 인력을 동원하라고 공공연히 지시한다. 그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하는 일까지 있었다.
서래나루 도선장 가보니
‘수상한’ 수상택시 선착장
2007년 한강수상콜택시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 세모그룹의 ㈜청해진해운에서 잠실·뚝섬~여의도 구간을 오가는 출퇴근 및 관광 수상택시를 운행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면서, 운행을 중단했다. 악재가 겹친 그해 실적은 참담했다. 하루 평균 이용자가 7명에 그쳤다.
2015년 10월 특수임무유공자회(이하 특임)가 사업을 인수했다. 공개입찰에서 특임은 30억원에 근접하는 낙찰가를 썼다고 한다. 경쟁업체들보다 10억원 높은 가격이었다는 후문이 돌았다. 공공기관 수의계약 사업을 하던 특임이 수행하기엔 무리한 사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4월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의 ‘세빛섬’을 지나 ‘서래나루’ 도선장을 둘러보았다. 연면적 2824㎡(854평) 규모의 2층 선착장 건물이 산뜻하게 단장돼 있었다. 1층엔 수상택시를 타는 도선장과 함께 편의점과 치킨집, 카페가 문을 열었다. 수상레저 조종면허시험장도 있었다. 선착장 둘레에 수상택시들이 매여 있었다. 전망 좋은 2층은 결혼식을 올리는 웨딩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평일 낮이긴 했지만, 야외 테이블도 카페도 한산했다.
건물 1층 가장 안쪽의 매표구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수상택시를 연중 운행한다는 안내판 설명과 달리, 매표창구는 닫혀 있었다. 직원은 “지금은 정비 기간이라 다음 달부터 운행을 재개한다”면서 “30분 관광 수상택시 운행 요금이 1인 2만5천원”이라고 안내했다. 서래나루를 특임이 운영한다는 표시는 찾기 어려웠다. 벽면에 붙여놓은 A4용지 크기 ‘수상레저 종합보험 가입 알림’의 계약자(또는 피보험자)란에 유일하게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수상한’ 수상택시 선착장
▲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 자리잡은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의 한강수상콜택시 선착장(서래나루) 모습. 김현대 선임기자
2015년 10월 특수임무유공자회(이하 특임)가 사업을 인수했다. 공개입찰에서 특임은 30억원에 근접하는 낙찰가를 썼다고 한다. 경쟁업체들보다 10억원 높은 가격이었다는 후문이 돌았다. 공공기관 수의계약 사업을 하던 특임이 수행하기엔 무리한 사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4월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의 ‘세빛섬’을 지나 ‘서래나루’ 도선장을 둘러보았다. 연면적 2824㎡(854평) 규모의 2층 선착장 건물이 산뜻하게 단장돼 있었다. 1층엔 수상택시를 타는 도선장과 함께 편의점과 치킨집, 카페가 문을 열었다. 수상레저 조종면허시험장도 있었다. 선착장 둘레에 수상택시들이 매여 있었다. 전망 좋은 2층은 결혼식을 올리는 웨딩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평일 낮이긴 했지만, 야외 테이블도 카페도 한산했다.
건물 1층 가장 안쪽의 매표구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수상택시를 연중 운행한다는 안내판 설명과 달리, 매표창구는 닫혀 있었다. 직원은 “지금은 정비 기간이라 다음 달부터 운행을 재개한다”면서 “30분 관광 수상택시 운행 요금이 1인 2만5천원”이라고 안내했다. 서래나루를 특임이 운영한다는 표시는 찾기 어려웠다. 벽면에 붙여놓은 A4용지 크기 ‘수상레저 종합보험 가입 알림’의 계약자(또는 피보험자)란에 유일하게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출처 북파단체 이름 빌려주고 85억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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