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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물류 화물기사들 “본사 직원에 성접대·수천만원 상납”

농협물류 화물기사들 “본사 직원에 성접대·수천만원 상납”
화물기사들 “농협물류 직원 ‘돈 되는 배차코스’ 빌미로 상납 요구”
농협물류 관계자 “경찰에 고발했다”…경찰 “수사 착수했다”

[한겨레] 김민제 기자 | 등록 : 2019-04-24 17:00 | 수정 : 2019-04-24 17:08


▲ 평택농협물류센터 화물기사들이 기록한 장부. 김아무개씨가 받은 접대 내용이 나와있다. 평택분회 소속 화물기사 ㄱ씨 제공.

농협물류 본사 직원들이 배차 코스를 빌미로 화물 기사들에게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성 접대를 포함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아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24일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평택농협물류분회(평택분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농협물류 본사 직원들은 평택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화물 기사들로부터 2015년 11월께부터 2018년 8월께까지 3년 동안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접대를 받아왔다. 이들은 평택물류센터에 파견돼 화물 기사의 배차코스를 정해주는 업무를 맡은 대리와 주임급 직원들로, ‘돈 되는 배차 코스’를 빌미로 현금 등을 상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에 직접 참여한 평택분회 소속 화물기사 ㄱ 씨는 <한겨레>와 만나 “보통 센터에 1명 정도의 배차 담당 직원이 내려오는데, 이 직원들을 상대로 접대가 이뤄졌다. 2015년께 한 아무개 씨에게 본격적으로 현금, 상품권, 술값 등을 줬고 이후 한 씨의 후임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관행처럼 접대를 이어왔다”며 “전임자가 화물기사 반장에게 후임자를 소개해주며 이른바 ‘접대 인수인계’를 해주면, 후임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받아 챙겼다. 이런 식으로 돈을 받은 사람은 장부에 기록된 것만 따지면 한 씨, 김 아무개 씨, 오 아무개 씨, 정 아무개 씨 등 4명”이라고 말했다.

접대 비용은 1인당 최대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ㄱ 씨는 “화물 기사들이 조직적으로 돈을 갹출해 본사 직원에게 적게는 200만~3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상당의 접대를 해줬다. 매달 거의 고정적으로 현금을 지급했고, 별도로 술값 등 유흥비, 본인이나 본인 가족의 경조사비, 차 썬팅비와 같은 자질구레한 생활비 등을 대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접대 비용에는 성매매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ㄱ 씨는 “직원들과 ‘성매매 여성’이 나오는 단란주점에 간 적도 몇 번 있고 대리급 직원 2명은 각각 1~2차례 ‘2차’까지 갔다. 성 접대를 해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한겨레>가 입수한 평택분회의 장부를 보면, ‘2017년, 김○○, 2/11, 프라다호텔, 50,000, 러샤(러시아 여성), 170,000’과 같이 접대를 받은 인물과 접대가 이뤄진 일시, 장소, 금액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 평택농협물류센터 소속 화물기사가 배차 담당 직원에게 건네기 위해 현금을 인출한 명세. ㄱ 씨는 표시된 부분이 “농협물류 본사 직원 한 아무개 씨에게 제공하기 위해 돈을 인출한 명세”이라고 주장했다. ㄱ 씨 제공.

농협물류 화물 기사들은 실질적으로는 농협물류에 종속된 ‘노동자’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이다. 이 때문에 화물 기사들은 ‘을’의 위치에 있고, ‘갑’인 본사 직원들을 접대하지 않으면 돈이 안 나오는 배차코스를 배정받는 구조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납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소속 ㄴ 씨는 “화물 기사에겐 어디로 운송을 하러 가느냐가 월수입을 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고 배차 담당 직원들은 사실상 배차코스를 짜는 전권을 쥐고 있다. 접대하면 돈을 많이 버는 코스를 주는데 안 하면 서울·경기 지역을 돌아야 하는 기사들을 충남과 충북으로까지 보내버린다. 배차 보복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ㄴ 씨는 “접대 여부에 따라 월수입 차이는 200만원 이상 벌어진다”며 “상납을 하는 것은 돈을 더 벌고 싶어서가 아니다. 안 하면 직원들에게 찍혀서 애초 예상한 것보다 수입이 안 나온다”고 덧붙였다.

농협물류 본사 쪽은 이런 폭로에 대해 경찰에 고발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농협물류 감사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현재 경찰에 고발한 상태로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자세한 사항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접대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농협물류 본사 직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한 씨는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김 씨는 “화물 기사들과 가끔 소주 한잔을 했을 뿐이고 기사들이 1차를 사면 2차는 내가 샀다. 접대받은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정 씨는 “접대를 받지 않았고 회사에서 감사를 받았을 때도 무혐의가 나왔다”고 밝혔다. 오 씨는 <한겨레>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 고발이 접수된 사실이 맞다”라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농협물류 화물기사들 “본사 직원에 성접대·수천만원 상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