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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만의 여순사건 재심…재판부 “희생자들 명예 회복하겠다”

71년 만의 여순사건 재심…재판부 “희생자들 명예 회복하겠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서 유족과 검찰 등 1차 준비기일
유족 “명예를 되찾아달라”, 검찰 “재판 기록 찾는 중”

[한겨레] 안관옥 기자 | 등록 : 2019-04-29 17:22 | 수정 : 2019-04-29 20:55


▲ 여순사건의 아픔과 고통을 표현한 영화 ‘동백’의 샌드아트 장면. 여수시 제공

여순사건 발생 71년 만에 무고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재심이 열렸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정아)는 29일 여순사건 당시 토벌군에 총살당한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당시 29·철도청 직원), 신태수(당시 32·농업), 이기신(당시 22·농업)씨 등 3명의 유족들이 제기한 재심의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유족과 검찰의 주장을 듣는 1차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유족 장경자씨는 “수많은 죽음이 오랫동안 묻혀있었고, 반란자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른 시일 안에 명예를 되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당시 판결문은 없고 명령서만 있는 상황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면 재판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법원도 여순사건을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인 집단학살로 판단하고 이를 전제로 재심을 결정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법원이 부족하게나마 그 책무 중 일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6월 24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연 뒤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로 했다. 향후 재판의 초점은 구속·재판의 적법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장씨 등은 1948년 11월 전남 순천에서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토벌군에 체포된 뒤 20여일 만에 생목·수박동 야산 등에서 총살됐다. 당시 군법회의는 이들에게 내란과 국권문란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했다.

이후 62년 만인 2010년 이뤄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국가폭력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 과거사정리위는 “당시 군경이 순천지역 민간인 438명을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 순천지역만 2000여명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장씨 등의 유가족들은 2011년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순천지법과 광주고법은 재심을 결정했지만 검찰은 항고·재항고로 맞섰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1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군경에 의해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 7년 5개월이 걸리는 바람에 유족 3명 중 2명이 이미 숨졌다. 이제 원고는 1명만 남았다.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는 이날 법원 앞에서 “재판부가 무법천지였던 70년 전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 인권을 철저히 유린한 폭력을 심판해 국가의 품격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은 국민과 유족 앞에 사죄하고, 국회는 서둘러 여순사건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출처  71년 만의 여순사건 재심…재판부 “희생자들 명예 회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