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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보경찰, 2016 총선때 전국 사전투표소 ‘염탐보고서’ 썼다

박근혜 정보경찰, 2016 총선때 전국 사전투표소 ‘염탐보고서’ 썼다
16년 4월 총선 사전투표소, 정보경찰 3000명 투입 정황
호남 제외 권역별 ‘사전투표 보고서’ 청와대에 보고
대구 보고서에는 “투표 용지 한 번 아니라 두 번 접어”

[한겨레] 임재우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9-05-03 11:58 | 수정 : 2019-05-03 19:09


▲ 2016년 4월 8일 오전 서울역 3층 맞이방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2016년 4월 8~9일, 대구의 한 20대 총선 사전투표소에 사람들이 붐볐다. 투표소 한구석에 경찰청 정보국 소속 정보관(IO)이 투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풍경은 곧 정보관의 ‘정보 보고’가 됐다. “대구 유권자들이 평소 같으면 한 번 접어야 할 투표용지를 두 번 접는 경우가 많다.” 보수적 분위기 탓에 투표 의사를 숨길 필요성이 적었던 대구의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두 번’ 접고 있다는 사실이 ‘특이동향’이라고 보고됐다.

총선 결과도 그랬다. 19대 총선 때 52.77%를 득표했던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선 37.69%를 얻는 데 그쳤다. 19대 총선에서 40.42% 득표율로 패했던 김부겸 후보는 20대 때 62.3%를 얻어 민주당 계열 후보로는 처음 대구 지역에서 당선됐다. 당시 사전투표소의 ‘특이동향’은 강고한 지역주의에 균열이 나고 있다는 신호였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 당선을 목표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보 경찰이 2016년 4·13 총선 당시 전국 사전투표소에 대한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의 승리를 돕기 위해 정보 경찰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관여한 것이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판세와 여론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선거 판세분석 보고서’, ‘권역별 보고서’를 작성했다. ‘권역별 보고서’ 중에는 지역별 사전투표소의 현장 분위기와 동향을 파악한 ‘사전투표소 분위기 보고서’도 있다. 전국적으로 3000명에 이르는 정보 경찰들이 지역별로 사전투표소에 투입돼 조직적으로 투표 상황을 ‘염탐’한 것으로 보인다.

정창배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중앙경찰학교장)은 이렇게 작성된 권역별 ‘사전투표 보고서’를 경찰청 정보국으로부터 받아 ‘윗선’에 보고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과 청와대의 가교 구실을 하며 ‘선거 개입’ 문건을 주고받은 정 치안감과 박기호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현 경찰개발인재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총경에서 경무관, 치안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정 치안감은 지난달 30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선거 개입 문건 작성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행”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보 경찰을 지금 시스템대로 놓아두면 어떤 정권이든 정보 경찰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전면적인 개편과 제대로 된 개혁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단독]박근혜 정보경찰, 2016 총선때 전국 사전투표소 ‘염탐보고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