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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드론이 잡아낸 황교안-나경원의 ‘황당 거짓말’

드론이 잡아낸 황교안-나경원의 ‘황당 거짓말’
[삽질의 종말 24] 4대강 가짜뉴스가 '거짓’ 판명나는 데 한 달이면 충분했다
[오마이뉴스] 글: 김종술, 김병기 | 19.05.29 12:20 | 최종 업데이트 19.05.29 12:20


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습니다. 5월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중입니다.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도 5월 초에 출간했습니다. [편집자말]

▲ 4대강 사업 이후 썩은 악취가 진동하던 공주보 상류는 지난해 3월 전면 개방되면서 모래톱이 생겨나고 있다. 모래톱에서는 SBS 녹두꽃 촬영을 하는 장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 김종술

"어디에서 나왔슈?"

"공주보 수문을 열어서 농사도 지을 수 없다던데,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왔습니다."

"그래유? 그럼 여기로 좀 와 봐유. 계속 흙탕물이 나와서 여기에 관정을 파줬으면 좋겠슈. 계단 올라가서 물탱크 속을 한번 들여다 봐유."

지난 22일 공주보 상류 1.5.km 지점인 쌍신뜰에서 만난 60대 농부와의 대화 내용이다. 그의 말을 듣고 물탱크 속을 들여다보니 흙탕물이 가득했다. 그에게 "공주보 수문을 연 뒤에 흙탕물이 올라오느냐"고 물었다.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정을 언제 판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오래전에 팠다"고 대답했다. "그럼 공주보 수문을 연 것과는 상관없는 현상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그렇지만 환경부가 관정을 파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에게 "모내기철인데 농업용수가 부족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물은 부족하지 않고 논에 댈 물도 많은데, 관정을 다시 파달라"고만 이야기했다.

기자를 환경부 직원인줄 잘못 알았던 모양이다. 최근 환경부는 공주보 수문을 개방해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농민들의 주장이 빗발치자 이곳에 관정을 파주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쌍신뜰에 30여 개의 관정을 파줬다. 이곳은 수문 개방이나 농업용수 부족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 농부는 이번 기회에 노후 관정을 자기 돈이 아닌 세금으로 교체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 달 전] 나경원 “공주보 해체는 농민 생존권 문제”

▲ 지난 2월 22일 공주보 처리방안이 발표되자 공주지역에는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 수백 장이 걸렸다. 아직도 공주보 철거를 반대한다는 불법 현수막에이 걸려있다. ⓒ 김종술

한 달 전만해도 공주지역에 도배되듯 나붙었던 현수막 글귀는 이런 것이었다.

"물 부족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
"공주보 해체 반대운동 현수막으로 도배하자"(옥룡동 대추골 한 지역주민)
"농업용수-홍수-가뭄 대책 없는 금강보 철거는 반대한다"(공주 시의회)

지난 4월 18일 황교안 토착왜구당 대표는 공주보를 방문해 이 지역의 지하수와 농업용수 부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리 당은 공주시민의 뜻을 받들어서 모든 힘을 다해서 보 철거를 막아낼 각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4일 나경원(왜창 나베) 토착왜구당 원내대표는 공주보를 찾아 "공주보 해체는 농업용수,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라면서 "보 해체의 최종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 나오지 않도록 저희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 후 ①] 농업용수 부족하다는 쌍신뜰은 ‘물의 나라’

▲ 농업용수, 지하수 부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한다던 공주보 상류 쌍신뜰에 농번기 물은 부족하지 않았다. ⓒ 김종술

하지만 일부 농민과 토착왜구당의 이런 주장이 헛구호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드론으로 찍은 아래 동영상을 보면 이들이 최근까지 퍼트린 '가짜 뉴스'의 실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공주보의 수문은 활짝 열린 상태다. 공주보를 부분해체해도 농업용수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쌍신뜰의 농부들은 농업용수가 부족해서 "다 죽어야"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이곳을 다녀간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22일 쌍신뜰에 들렀더니 이곳은 '물의 나라'였다. 금강에도 물이 가득했다. 강물이 흐르는 구간의 넓이만 해도 어림잡아 250m쯤 되는 것 같았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는 벼가 수면으로 목만 내민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수로에도 물이 가득 흘렀다. 수로에서 논으로 연결되는 구멍을 박은 마대 자루를 들췄더니 금세 마른 논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한 파밭으로 차를 몰았다.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지난 3월 21일 MBC PD수첩과 동행해서 찾아갔던 '천안공주낙농농협 공주경제사업소' 옆이다. 당시 어르신이 파를 뽑고 있었다. 그 농민은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했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수문이 개방되기 전에는 콸콸콸 나오던 지하수가 공주보 수문이 개방되고 나오지 않아서 파밭에 물을 주지 못하고 자라지 않으면서 타들어가고 수확도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수문만 닫아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는 밭 한 귀퉁이에 녹슨 모터를 바라보며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애절하게 주장했다. 그 뒤 환경부는 농민의 말만 믿고 그곳에 중형 관정을 파주었다. 그 농민은 새로 판 중형 관정에서 물을 잘 뽑아 쓰고 있을까? 하지만 22일 방문했을 때 새로 판 관정은 호수도 연결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녹슨 모터에 긴 호스를 연결하여 파밭에 물을 주었는지 땅은 촉촉하게 물기를 머물고 있었다.

결국,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농민들의 말만 듣고 환경부가 세금을 들여서 쓸데없는 중형 관정을 파준 셈이다.


[한 달 후 ②] 옥성리-상서뜰에도 농업용수가 철철

▲ 지난 2월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가 공주보 개방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던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에 농번기 물 부족은 없었다. 참고로 이곳은 공주보 하류에 위치해 있다. ⓒ 김종술

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가 공주보 부분해체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고 처음으로 주장했던 곳은 공주 우성면 옥성리였다. 이곳에서도 토착왜구당의 '가짜뉴스'를 한 눈에 확인시키기 위해 드론을 날렸다. 아래 영상을 보아주시기 바란다.


사실 이곳은 금강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3km 떨어져 있기에 금강 수계의 영향권에 들어있지 않다. 바로 옆에서 흐르는 유구천에서 흘러드는 강물을 보에 가두어 옥성양수장을 통해 농경지로 공급하는 곳이다. 비닐하우스와 대형축사, 인삼밭, 마늘농사가 끝난 곳에서는 벼농사를 짓는다. 지난해 농사가 끝나고 물 사용량이 없어서 열어 놓았던 보의 수문을 최근에 닫아 놓았다.

콘크리트 수로에 가득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늘을 뽑아내고 갈아엎은 농경지에는 수로를 통해 물이 유입되고 있었다. 벼농사를 위해 물채우기를 하는 것이다. 인근 논에는 파란 새싹 같은 벼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다. 논에 물만 가득 채워놓은 곳부터 주변을 다 돌아봐도 물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다.

▲ 지난 2월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가 공주보 개방으로 지하수가 고갈되고 농업용수 부족을 주장했던 우성면 상서뜰에 농번기 물 부족은 없었다. 참고로 이곳은 공주보 하류에 위치해 있다. ⓒ 김종술

제방 건너편 상서뜰로 이동했다. 이곳도 비닐하우스와 대형축사, 마늘밭이 많은 넓은 평야다. 최근까지 논에서 모래를 채취하던 곳은 중장비들이 분주하게 평탄작업을 하고 있다. 마늘을 뽑아낸 곳에서는 논을 갈아엎고 물을 채워 놓은 곳부터 벼농사가 끝난 논까지 논경지에는 물로 넘쳐났다. 농경지 수로와 농어촌공사에서 조성한 생태공원 웅덩이에도 물은 가득했다. 제방길 아래 낚시터에는 강태공들이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취재를 마치며] ‘농민 대변자’ 자임 토착왜구당... 지금 공주로 오라

▲ 지난 4월 황교안 대표와 토착왜구당 의원들이 공주보를 찾은 농민을 대변하며 물 부족을 주장했다. ⓒ 김종술

한 달 전만해도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와 토착왜구당은 공주보를 부분해체한다면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지하수가 고갈되어 가축 먹일 물도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에 물이 부족하다", "공주보 철거하면 관광객이 줄어든다"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공주 시내를 도배하듯이 수백 장의 현수막을 내걸고 차량을 이용한 가두방송까지 하고 다녔다.

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이통장협의회 및 지역의 관변단체와 쌀전업농, 농업경영인 등 농민단체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민관협의체를 파행시키고 '공주보 철거 반대'라는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다. 나경원, 황교안, 정진석을 비롯한 토착왜구당 의원들은 공주를 찾아와 농민 대변자를 자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거짓말은 한 달 만에 들통이 났다. 농민의 생존권을 진심으로 염려한다면, 지금이라도 공주에 와서 확인해보라. 공주에 다시 오기 번거롭다면, "좌파 정권이 공주농민들을 무시한 채 보를 허물려 하고 있다"고 농민들을 자극하기 전에, 제발 위의 2개 동영상이라도 돌려보기 바란다.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공주보 부분해체' 제안을 "세금 낭비"라고 지적하기 전에 자기들이 퍼트린 가짜뉴스 때문에 쓸데없이 파고 있는 관정에 들이는 예산도 걱정해주길 바란다. 매년 4대강 보의 유지보수비용으로 수백억 원의 세금을 쓰는 것도 아까운데, 이런 거짓말 때문에 또 다시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종술 기자는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한겨레 출판)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출처  드론이 잡아낸 황교안-나경원의 ‘황당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