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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장마 오는데... 합천보 강바닥에 9.7m 웅덩이

장마 오는데... 합천보 강바닥에 9.7m 웅덩이
[현장]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모임 현장방문... 4대강 사업 '6월 준공' 어렵다
[오마이뉴스] 최지용·유성호 | 12.06.21 11:59 | 최종 업데이트 12.06.21 11:59


▲ 20일 오후 창녕군 이방면과 합천군 청덕면을 잇는 합천·창녕보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 소속 김기식, 장하나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보트를 타고 음파로 수심을 측정하는 '에코 사운딩'을 이용, 보 하류지역 강바닥의 세굴현상을 조사하고 있다.이날 의원들은 합천·창녕보를 둘러보고 세굴현상과 바닥보호공 및 물받이공 유실, 보 누수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유성호

강바닥이 파이는 대규모 세굴현상으로 논란이 됐던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대형보 가운데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없었던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의 세굴 규모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자연적인 '바닥 패임 현상' 외에 세굴은 없다"던 현장 관계자들도 말을 바꿔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고 시인했다.

20일 오후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합천보를 방문한 남윤인순·장하나·유인태·김기식·인재근·진선미 의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세굴 현상으로 강바닥에 최대 9.7m 깊이에 길이 160m짜리의 웅덩이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의원들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 연구팀과 직접 보트를 타고 강으로 나가 음파를 이용해 수심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확인했다.

지난 2월 4대강 사업 낙동강 보들의 세굴 현상이 논란이 되자 국토해양부는 합천보와 관련해 "지난 여름 홍수로 바닥보호공 하단에 세굴이 발생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그 규모를 정확하게 공개하지는 않았다. 합천보 시공사 측은 세굴에 대비해 하상보호공 보강공사를 실시했고 세굴 지점도 일정 부분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녕함안보(이하 함안보)에서 처음 발견된 낙동강 보의 세굴현상으로 보를 지탱하는 기반까지 침식될 가능성이 있어 보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지난 1월 함안보에서는 세굴현상으로 보 하류 강바닥에 길이 500m, 폭 300m, 깊이 21m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모양의 웅덩이가 박창근 교수와 '생명의강연구단'의 조사로 발견됐고, 이후 추가조사에서 달성보와 강정보 등 낙동강 대부분의 보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게 확인됐다.(관련기사 : "보강공사 안 하면 낙동강 보 두 동강날 수도")


"보강해서 문제없을 거라 믿는다"

▲ 20일 오후 창녕군 이방면과 합천군 청덕면을 잇는 합천·창녕보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 소속 김기식, 장하나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보트를 타고 보 구조물을 둘러보며 균열로 인한 누수되는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무언가 감추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지난 2월 합천보 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세굴현상을 의심하고 측량을 위해 현장을 방문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을 폭력적으로 막아섰다. 욕설과 막말은 당연했고 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는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는 "보강공사 중이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지만, 결국 정확한 세굴규모를 감추려 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관련기사 : 낙동강 합천보 세굴 없는데 보강 공사?)

이날 현장조사는 환경운동연합과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의 민생현장 방문 차원에서 진행됐다. 현장 브리핑에 나선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가동보 하류 바닥보호공 및 하상에 길이 160m 웅덩이가 발생했다. 최대 9.7m 세굴됐다"며 "지난해 홍수기 때 일부 수문을 집중개방해서 세굴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굴방지를 위한 물받이공을 20m에서 40m로 늘렸고 바닥보호공도 40m에서 60m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이러한 대규모 세굴의 원인을 부실설계에서 찾았다. 김기식 의원은 "이렇게 큰 웅덩이가 생기고 보의 안전성까지 의심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부실설계"라며 "공사를 속도전으로 진행하다 보니 설계를 검증할 시간도, 수정할 시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부실설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질문에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모든 것을 100% 다 예측할 수는 없다"며 "강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세굴이 있었지만 이미 보강공사를 마쳤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장하나 의원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수질 문제나 보의 안전성 문제에서 수자원공사와 환경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며 "양쪽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확인을 위해 공동조사단을 꾸릴 필요가 있다. 또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자료는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기 수문 개방해 봐야 안다"

▲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을 비롯한'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 소속 김기식, 인재근, 남윤인순, 진선미, 장하나 의원이 20일 오후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서 지난해 수박 피해 지역을 찾아 농민으로부터 농경지 피해 상황을 설명 받고 있다. ⓒ 유성호

▲ 20일 오후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 소속 의원들이 방문하자, 농민들이 지난해 수박 피해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다.이날 농민들은 합천·창녕보에 물을 가두면서 상승한 지하 수위 때문에 농경지가 침수됐다며 의원들에게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 유성호

브리핑 이후 현장에 나간 의원들은 박창근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보트를 타고 강으로 나가 실제 강바닥이 얼마나 파였는지 조사에 나섰다. 에코사운딩 방식으로 진행된 측정 결과 보의 하류 방향 30~40m 지점부터 강바닥이 낮아지기 시작해 200여 m 가량 웅덩이가 생겼고 최대 깊이는 수자원공사 측이 밝힌 것과 비슷한 9.7m와 거의 같았다.

박 교수는 "합천보는 그동안 세굴규모 측정을 극성스럽게 막아와 오늘이 처음 측정해 보는 것"이라며 "보강공사 이 전에는 12m에서 13m 정도의 웅덩이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2~3m 정도를 메워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굴 문제는 보강을 했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라며 "처음 세굴이 발견되고 지금까지 큰 비가 오지 않았는데 이제 장마철에 들어가고 홍수기가 시작되면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때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갈수기라 대부분의 낙동강 보는 수문(가동보)를 닫고 물을 가둬놓고 있다. 오는 장마를 시작으로 9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홍수기에는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 이때 수문에서 떨어지는 낙차와 빠른 유속으로 인해 다시 바닥보호공이 무너지고 세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경북 고령군 객기리에 들려 낙동강 수위 상승으로 농작물 피해를 본 주민들을 만나 위로했다. 객기리 일대의 '연리들'은 합천보 건설로 인해 낙동가 수위가 높아지면서 지하수 수위도 올라와 밭작물의 피해가 심각했던 곳이다. 피해주민과 수자원공사, 시공사, 농어촌공사 등이 피해원인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현재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제로 원인조사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다.

한편, 6월 말로 알려진 4대강 사업의 준공도 사실상은 한 달여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려진 '6월 말 준공'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책임을 시공사에게서 인수인계 받는 시점이 아니라 시공사가 준공신고서를 제출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후 한 달여 기간의 준공검사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준공시점은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만난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보 관리는 현재 수자원공사에서 하고 있지만 아직 준공허가가 나지는 않은 상태"라며 "6월말 준공신고서가 제출되면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검사한 후에 준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구간별로 준공허가를 낼 수도 있지만 대게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전체가 준공되는 건 한 달 이상 더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창근 교수는 연구단을 구성해 민주통합당과 함께 이달 말부터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준설량과 수심 등 측량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 20일 오후 창녕군 이방면과 합천군 청덕면을 잇는 합천·창녕보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 소속 김기식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보트를 타고 음파로 수심을 측정하는 '에코 사운딩'을 이용, 보 하류지역 강바닥의 세굴현상을 조사한 뒤 "처음 세굴이 발견되고 지금까지 큰 비가 오지 않았는데 이제 장마철에 들어가고 홍수기가 시작되면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때가 문제이다"며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을 비롯한'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 소속 의원들이 4대강 사업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가운데, 20일 오후 경북 고령군 우곡면 우곡교 인근에 건설된 4대강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역행 침식으로 지반이 깎인 것을 볼 수 있다. ⓒ 유성호


출처 : 장마 오는데... 합천보 강바닥에 9.7m 웅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