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11년 ‘콜옵션’ 계산하고도…수년간 감추고 속였다
삼성이 조작한 ‘바이오사업 계획’ 보니
2009년 맥킨지 컨설팅 등 근거로
삼성에피스 세 가지 시나리오 상정
출자액·콜옵션 행사액 등 구체적 추산
“2014년까지 평가 불가능” 거짓말로
수조원대 잠재적 빚 고의로 은폐
삼성, 금감원 제출 때 주요 내용 조작
작성주체·시기 바꾸고 분량도 4분의 1로
[한겨레] 최현준 기자 | 등록 : 2019-06-04 04:59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와 미국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젠이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설립하기로 계약한 2011년 12월부터,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해 삼성에피스의 미래 수익 등을 평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콜옵션 가치평가 시기 중 가장 이른 시점이다. 삼성은 ‘2015년 이전에는 콜옵션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없어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실은 회사 설립 단계부터 콜옵션 가치를 평가해온 셈이다.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수조원대 빚을 숨겨왔다는 회계사기 혐의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옛 미전실 소속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보고서를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 합작 계약을 맺은 2011년 12월에 작성됐다. 두 회사는 석 달 뒤인 이듬해 2월 바이오복제약 개발사인 삼성에피스를 85 대 15 비율로 합작해 세웠다. 대신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 지분 50%-1주를 어느 때든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 기업가치가 오른 뒤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은 큰 이익을 보지만, 삼성바이오로서는 잠재적인 빚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보고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지분율 변화 수준별로 삼성에피스의 미래 수익성을 계산했다. △현재(삼성바이오 85%, 바이오젠 15%) △콜옵션 행사(삼성바이오 50%+1주, 바이오젠 50%-1주) △바이오젠 지분 매입(삼성바이오 100%) 등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출자액과 기술료, 콜옵션 행사액, 배당금, 법인세, 순현재가치(NPV), 내부수익률(IRR) 등을 구체적으로 추산했다.
보고서에서 삼성은 삼성에피스의 전체 가치를 6조여원으로 계산했고, 향후 수익을 전망한 내부수익률은 20%대로 잡았다. ‘2014년까지 콜옵션 가치평가가 불가능했다’는 삼성 쪽 주장과 달리, 콜옵션을 반영한 기업가치와 예상 수익률을 구체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회사가 만들어지기 전 계약 때부터 콜옵션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평가해놓고, 뒤늦게 콜옵션 평가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삼성에피스 설립 당시 투자 타당성 분석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 보고서 주요 내용을 조작해 제출했다. 보고서 작성자는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작성 시점은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로 바꿨다. 또 100여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20~30쪽 분량으로 대폭 축소하며 콜옵션 관련 내용을 빼버렸다.
검찰은 2011년 말 이런 상세한 계산이 가능했던 것은 삼성이 이전부터 바이오복제약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은 비자금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삼성전자 회장)가 2010년 복귀하면서 발표한 바이오제약, 태양광전지 등 ‘5대 신수종 사업’ 구상 이전부터 바이오사업을 그룹 차세대 사업으로 검토해왔다. 이건희의 반도체에 버금가는 이재용표 대표 사업으로 바이오사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이다. 앞서 삼성은 2009년 7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10억원 이상 비용을 지급하며 바이오제약 관련 컨설팅을 맡기기도 했다.
출처 삼성, 2011년 ‘콜옵션’ 계산하고도…수년간 감추고 속였다
삼성이 조작한 ‘바이오사업 계획’ 보니
2009년 맥킨지 컨설팅 등 근거로
삼성에피스 세 가지 시나리오 상정
출자액·콜옵션 행사액 등 구체적 추산
“2014년까지 평가 불가능” 거짓말로
수조원대 잠재적 빚 고의로 은폐
삼성, 금감원 제출 때 주요 내용 조작
작성주체·시기 바꾸고 분량도 4분의 1로
[한겨레] 최현준 기자 | 등록 : 2019-06-04 04:59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와 미국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젠이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설립하기로 계약한 2011년 12월부터,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해 삼성에피스의 미래 수익 등을 평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콜옵션 가치평가 시기 중 가장 이른 시점이다. 삼성은 ‘2015년 이전에는 콜옵션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없어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실은 회사 설립 단계부터 콜옵션 가치를 평가해온 셈이다.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수조원대 빚을 숨겨왔다는 회계사기 혐의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옛 미전실 소속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보고서를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 합작 계약을 맺은 2011년 12월에 작성됐다. 두 회사는 석 달 뒤인 이듬해 2월 바이오복제약 개발사인 삼성에피스를 85 대 15 비율로 합작해 세웠다. 대신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 지분 50%-1주를 어느 때든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 기업가치가 오른 뒤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은 큰 이익을 보지만, 삼성바이오로서는 잠재적인 빚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보고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지분율 변화 수준별로 삼성에피스의 미래 수익성을 계산했다. △현재(삼성바이오 85%, 바이오젠 15%) △콜옵션 행사(삼성바이오 50%+1주, 바이오젠 50%-1주) △바이오젠 지분 매입(삼성바이오 100%) 등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출자액과 기술료, 콜옵션 행사액, 배당금, 법인세, 순현재가치(NPV), 내부수익률(IRR) 등을 구체적으로 추산했다.
보고서에서 삼성은 삼성에피스의 전체 가치를 6조여원으로 계산했고, 향후 수익을 전망한 내부수익률은 20%대로 잡았다. ‘2014년까지 콜옵션 가치평가가 불가능했다’는 삼성 쪽 주장과 달리, 콜옵션을 반영한 기업가치와 예상 수익률을 구체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회사가 만들어지기 전 계약 때부터 콜옵션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평가해놓고, 뒤늦게 콜옵션 평가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삼성에피스 설립 당시 투자 타당성 분석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 보고서 주요 내용을 조작해 제출했다. 보고서 작성자는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작성 시점은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로 바꿨다. 또 100여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20~30쪽 분량으로 대폭 축소하며 콜옵션 관련 내용을 빼버렸다.
검찰은 2011년 말 이런 상세한 계산이 가능했던 것은 삼성이 이전부터 바이오복제약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은 비자금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삼성전자 회장)가 2010년 복귀하면서 발표한 바이오제약, 태양광전지 등 ‘5대 신수종 사업’ 구상 이전부터 바이오사업을 그룹 차세대 사업으로 검토해왔다. 이건희의 반도체에 버금가는 이재용표 대표 사업으로 바이오사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이다. 앞서 삼성은 2009년 7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10억원 이상 비용을 지급하며 바이오제약 관련 컨설팅을 맡기기도 했다.
출처 삼성, 2011년 ‘콜옵션’ 계산하고도…수년간 감추고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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