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10년 전 법원 기준으로도 ‘재판 관여’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 입수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뒤
제도개선TF 꾸려 유형·기준 규정
재판결론 바꾸는 수준 아니더라도
간접적 절차 개입조차도 침해로 봐
공문 아닌 면담 전화 의견 전달도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행사로 봐
[한겨레] 고한솔 기자 | 등록 : 2019-06-18 04:59 | 수정 : 2019-06-18 07:42
“검찰 공소장을 보면 재판 개입은 어디 갔는지 없다. 심의관(판사)들에게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은 과연 어느 지점까지 선비처럼 고고해야 하는지…. 모든 사법행정이 법관들을 통제하려는 어두운 책략으로 물들어 있었는지 밝혀지길 바란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후배 재판장 앞에서 자신들의 행위는 ‘재판 개입’이 아닌 ‘정당한 사법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조직을 잘 모르는 검찰이 “한편의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16일 <한겨레>가 확보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법관의 독립 침해 사례, 기준, 대응방안>)을 보면, 두 사람의 행위는 10년 전 사법부 스스로 만들었던 기준에 비춰봐서도 재판의 대전제인 ‘법관 독립’을 명백히 침해했음이 확인된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임 시절 촛불재판 개입 사실이 드러나며 ‘법관 및 재판 독립’이 사법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법관들을 중심으로 ‘제도개선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어떤 지시나 행위가 법관 독립 침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유형과 기준 등을 논의했다.
행정처 심의관(5명)과 일선 법관(7명) 12명으로 구성된 티에프팀은 재판 결론을 뒤바꾸는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재판 절차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도 법관 독립 침해라고 결론내렸다. 재판의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직간접적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유무죄 등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직무감독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재판 관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 실무 관행과 일선 법관의 인식을 종합해, “직접적인 요구는 아니더라도 조언·암시·권유 등 간접적 방법을 통해 사실상 특정한 결론을 유도”, “구체적 재판 진행에 관해 언급하는 행위”는 상급자의 재판 관여라고 판단했다. △무조건 일정 기한 내에 선고를 요구하는 행위 △판결 선고를 연기하거나 재개하도록 하는 행위 △특정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먼저 처리하라고 하는 행위 등이 이에 포함됐다.
당시 행정처는 ‘공식 절차를 통한 사법행정권 행사’라는 근본 대책도 논의했다. 2009년 4월 전국법관워크숍을 열어 “정식 공문에 의하지 않고 개인적인 면담, 메일, 전화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법행정권 행사 시 기록이 남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대법관 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행정처 간부들은 이런 논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불과 몇년 뒤 재판 독립을 위한 각종 ‘방화벽’을 무력화하는 지시를 반복했고, 이제 와서는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인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주요 쟁점에 대해 선배들이 재판부에 이야기할 수 있지 않냐”(박병대 전 행정처장), “일선 판사가 판결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어도 (최종 판단은) 재판부 합의에 따른 것”(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라고 항변한 게 대표적이다.
한 판사는 “재판부와 교감할 목적도 없이 (양승태 행정처가) 문제가 될 문건을 왜 만들었겠나. 그런 문건을 만들고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재판에 관여하겠다는 의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출처 [단독] ‘사법농단’ 양승태, 10년 전 법원 기준으로도 ‘재판 관여'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 입수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뒤
제도개선TF 꾸려 유형·기준 규정
재판결론 바꾸는 수준 아니더라도
간접적 절차 개입조차도 침해로 봐
공문 아닌 면담 전화 의견 전달도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행사로 봐
[한겨레] 고한솔 기자 | 등록 : 2019-06-18 04:59 | 수정 : 2019-06-18 07:42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왼쪽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들의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검찰 공소장을 보면 재판 개입은 어디 갔는지 없다. 심의관(판사)들에게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은 과연 어느 지점까지 선비처럼 고고해야 하는지…. 모든 사법행정이 법관들을 통제하려는 어두운 책략으로 물들어 있었는지 밝혀지길 바란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후배 재판장 앞에서 자신들의 행위는 ‘재판 개입’이 아닌 ‘정당한 사법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조직을 잘 모르는 검찰이 “한편의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16일 <한겨레>가 확보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법관의 독립 침해 사례, 기준, 대응방안>)을 보면, 두 사람의 행위는 10년 전 사법부 스스로 만들었던 기준에 비춰봐서도 재판의 대전제인 ‘법관 독립’을 명백히 침해했음이 확인된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임 시절 촛불재판 개입 사실이 드러나며 ‘법관 및 재판 독립’이 사법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법관들을 중심으로 ‘제도개선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어떤 지시나 행위가 법관 독립 침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유형과 기준 등을 논의했다.
행정처 심의관(5명)과 일선 법관(7명) 12명으로 구성된 티에프팀은 재판 결론을 뒤바꾸는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재판 절차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도 법관 독립 침해라고 결론내렸다. 재판의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직간접적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유무죄 등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직무감독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재판 관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 실무 관행과 일선 법관의 인식을 종합해, “직접적인 요구는 아니더라도 조언·암시·권유 등 간접적 방법을 통해 사실상 특정한 결론을 유도”, “구체적 재판 진행에 관해 언급하는 행위”는 상급자의 재판 관여라고 판단했다. △무조건 일정 기한 내에 선고를 요구하는 행위 △판결 선고를 연기하거나 재개하도록 하는 행위 △특정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먼저 처리하라고 하는 행위 등이 이에 포함됐다.
당시 행정처는 ‘공식 절차를 통한 사법행정권 행사’라는 근본 대책도 논의했다. 2009년 4월 전국법관워크숍을 열어 “정식 공문에 의하지 않고 개인적인 면담, 메일, 전화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법행정권 행사 시 기록이 남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대법관 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행정처 간부들은 이런 논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불과 몇년 뒤 재판 독립을 위한 각종 ‘방화벽’을 무력화하는 지시를 반복했고, 이제 와서는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인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주요 쟁점에 대해 선배들이 재판부에 이야기할 수 있지 않냐”(박병대 전 행정처장), “일선 판사가 판결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어도 (최종 판단은) 재판부 합의에 따른 것”(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라고 항변한 게 대표적이다.
한 판사는 “재판부와 교감할 목적도 없이 (양승태 행정처가) 문제가 될 문건을 왜 만들었겠나. 그런 문건을 만들고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재판에 관여하겠다는 의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출처 [단독] ‘사법농단’ 양승태, 10년 전 법원 기준으로도 ‘재판 관여'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방 SC 쇼는 그만, ‘숨은 손’을 처벌하라” (0) | 2019.06.20 |
---|---|
노인정부터 영화관까지…정보경찰 정치사찰 보고 총정리 (0) | 2019.06.19 |
한 매체가 연간 1000번 넘게 최저임금 보도, 정상인가 (0) | 2019.06.18 |
인도 견습공 월급 14만원…삼성 정규직 ‘희망고문’ (0) | 2019.06.18 |
6개월 쪼개기 계약·견습공 40%까지 채워…삼성의 탈·불법 ‘줄타기’ (0) | 2019.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