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부터 영화관까지…정보경찰 정치사찰 보고 총정리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보경찰 보고서 109건 보니
‘좌파 척결’ 위해 경로당 여론부터 문화계 관리까지
연합뉴스·KBS·MBC 등 언론 장악 의도 드러내며
보수 언론은 지원…선거마다 보고서 작성은 일상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9-06-18 11:04 | 수정 : 2019-06-18 20:10
‘전국 노인정 좌파진영 여론 조성 차단 노력’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
‘보수성향 인터넷 언론, 정부 관심 지원 확대 요망’
‘농촌지원사업 좌파 자금줄화 차단 긴요’
‘YTN 좌편향 심화, 근본적 대책 필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정책보고서의 제목들입니다. 과거 정보경찰은 노인정에서부터 영화관까지 모든 곳에 촉수를 두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정보경찰은 어떤 활동들을 해온 것일까요. <한겨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구속) 전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범죄일람표를 입수했습니다.
그곳엔 위법을 넘나들었던 정보경찰들의 활동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범죄일람표에는 정보경찰이 작성한 109건의 정책보고서, A보고서의 제목과 주요내용, 정책 제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책보고서는 청와대 각 수석실에, A보고서는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습니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이 109건의 보고서를 정리했습니다.
정보경찰 보고서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대목 중 하나는 ‘노인정 대책’이었습니다. ‘전국 노인정, 좌파진영 여론 조성 차단 노력’(2016.2.18) 보고서에는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 좌파 진영의 경로당 여론 관리 활동이 포착”되었다며 “경로당 이용 시 크고 작은 불편이 여전해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정보경찰은 “보수 노인단체를 통해 좌파의 경로당 개입 시도를 차단”하고 “지역별 경로당 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여 우호 여론을 견인”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제언했습니다. 노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복지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계기가 ‘좌파’ 때문이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보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노인에 대한 관심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정황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 선거, 정부 관심 긴요’(2014.1.27) 보고서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보고서에는 “민주당은 지난 총선·대선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노인층의 외면이라고 판단하고 노인층과의 소통·지원방안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보경찰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현 지도부는 정부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며 노인층 동요를 막아왔으나 야권성향 후보가 당선될 경우 노인층 민심 이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 관심으로 노인 홀대론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썼습니다.
정보경찰이 제안한 ‘영화 흥행 코드’도 흥미로웠습니다. ‘사회 비판적 영화 증가, 안보 등 소재 다양화 필요’(2012.6.22)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영화 등은 진보세력들의 선전 도구로 활용이 용이하나, 우파 영화에 대하여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과장된 시대 비판은 정부에 부담되므로 ‘종북 척결’, ‘안보’ 등 흥행 코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보경찰은 “<연평해전> 외에도 남북 분단 상황과 안보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 독려”하고 “아마추어 작가 상대로 시나리오 공모전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제언했습니다.
반면 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는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죠.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이 개봉하자 “평론가들의 칼럼 등을 통해 영화 접근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자세를 당부하고 관련 부처에서도 영화의 왜곡된 정보 전달에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 개봉을 하루 앞둔 날에는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2013.12.17)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사전 홍보에 성공했고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 흥행 예상”이 된다면서도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나 다른 이슈와의 결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일환이라고 보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보건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병원 자회사의 영리 목적 부대사업 허용 등 의료 민영화 계획에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었습니다. 정보경찰은 영화 자체가 청와대에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당시 이슈들과 결합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뿐 아니라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았죠.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 좌파 활동에 악용’(2016.6.13) 보고서에는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 기준의 허점으로 지역 내 좌파 서점들이 다수 선정”되었다며 “금년(2016년) 선정대상(4월, 40개 선정)의 적정성 및 지원금의 목적 외 사용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심사 기준 보완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좌파 단체 활동 소지가 있는 지역 서점 리스트가 첨부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지역 서점 블랙리스트’까지 정보경찰이 꼼꼼히 정리해 둔 셈입니다.
‘좌파 척결’이라는 정부의 기조를 완성하기 위해 정보경찰은 좌파의 ‘자금줄’을 끊는 다양한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정보경찰은 “좌파 대안매체 후원금 소득공제 대상 추진에 대비해 반박 논리를 강구”‘(2014년 5월 29일 ○○○○ 등 좌파 대안 매체 성장세 제어 필요’)해야 한다고 제언했고, “좌파적 시각에서 기술된 도서가 (정부) 우수교양 도서에 다수 포함되어 논란”이라며 “그릇된 가치관 형성은 물론 좌파진영의 자금원을 담당할 우려가 있다”(2014년 2월 26일 정부 우수 교양도서, 선정 시스템 개선 긴요)고 우려했습니다.
시민단체 옥죄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국고보조금 지급, 선정기준·심사절차 강화 긴요’(2014.4.8) 보고서를 작성해 “국고보조금 지급 절차 및 국고보조금이 좌파단체에 지급되는 이유 등을 절차별로 상세 검토”해야 한다고 적은 뒤 “언론 등을 통해 보조금 부정·부당 사용 실태를 환기하여 사회적 통제가 절실하다는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서울시의 좌파단체 보조금 지급현황도 첨부돼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소액후원금을 줄이기 위해 “보수 언론 등과 협조하여 시민단체의 후원금 해지 거부 및 부당 사례를 적극 부각”(2014년 6월 20일 시민단체 소액후원금 관리 강화 긴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 곳곳에서는 정부지원금이 1원이라도 ‘좌파단체’들에 흘러갈까 노심초사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농촌지원사업 좌파 자금줄화 차단 긴요’(2016.6.2) 보고서에는 “좌파 농민단체 등이 수익창출·세력화 등에 농촌지원사업을 활용한다”고 지적하며 농촌 지원금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죠.
반면 ‘자기편’에겐 매우 관대했습니다. 보수단체 지원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보수진영 최근 분위기’(2013.11.5) 보고서에는 “종북척결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나 활동력에 한계”가 있다며 “보수단체 대표와의 간담회 등으로 집행부 격려하고 건전 보수단체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보수진영 최근 분위기’(2014.2.13) 보고서에는 “○○○○(특정 보수단체)을 중심으로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확대를 위한 활동도 조직화 방침인 가운데 전반적으로 재정 지원이 줄어 서운하다는 여론”이라며 “보수단체 애로사항을 지속 수렴하고 정부 훈·포장 확대 및 단체별 현안·행사에 대한 관심 표명 등 자존감을 제고”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제언했습니다.
보수언론에도 관심을 기울였죠. ‘보수성향 인터넷 언론, 정부 관심 지원 확대 요망’(2014.7.21) 보고서에는 “보수 인터넷 언론매체가 생겨나고 있으나 수적 열세, 매체 간 협력 부족 등으로 좌파매체에 비해 영향력이 미비”하다며 “언론진흥재단의 인터넷신문 지원사업 시 보수매체 배려방안을 검토하고 각 부처 등 광고 수주 시에도 보수·좌파 매체 간 균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보고서들에 담긴 언론 장악 의도는 노골적이었습니다. 정부로부터 구독료를 받는 <연합뉴스>에는 돈줄을 쥐고 압박을 가하려 했습니다. ‘국가기간 통신사 연합뉴스에 대한 대응 강화 필요’(2014.2.19) 보고서에는 “(<연합뉴스>의) 잦은 추측성 기사·오보로 인해 국정운영에 많은 부담을 초래”한다는 평가와 함께 “정부 해명 기사 수용도 미흡하여 국정 부담으로 지속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정부 구독료의 적정성 검토 등 간접 압박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정보경찰은 <한국방송>(KBS)과 관련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 폭로 이후, KBS 내 사장 퇴진 요구 고조되고 야권 등 좌파진영이 가세하는 분위기”라며 “노조 요구사항 수용 등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고 불법 파업에는 원칙 대응 방침을 지속 강조하여 노조의 세 위축 유도”를 해야 한다고 ‘KBS 사장 퇴진 요구 관련 분위기’(2014.5.18)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보고서에는 “보수언론과 협조(해), ‘취재거부’ 등 기자들의 반발이 ‘시청자를 볼모로 하는 불법투쟁’이라는 비난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KBS 사장 선임 계기로 공영방송 정상화 시급’(2014.7.2) 보고서에는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KBS 보도가 정부 비판 내용이 많아졌으며 예능 프로까지 좌편향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보경찰은 “보수언론 통한 (KBS) 제재 필요성 강조 등 측면 지원이 필요하며 후임 사장과 관련하여 철저한 검증을 통한 적임자 선임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습니다.
<문화방송>(MBC) 역시 정보경찰의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MBC 노조 재결속 사전 차단 긴요’(2014.7.8) 보고서에는 “안광한 신임 사장 취임 후 노조문화 개선, 보도 공정성이 확보됐다는 여론”이 있다며 “노조는 해고자들의 복직 승소를 계기로 위축 분위기 탈피·재건을 시도하고 야권·좌파 진영의 MBC 흔들기가 심화될 전망”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정보경찰은 “보수언론을 통해 MBC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 무분별한 활동을 제어”하고 “정치 파업에 우호적인 법원 판결에 대한 우려 여론도 부각”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되기 열흘가량 전에는 2012년 MBC 파업을 이후 해고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의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 박성제 기자 등 6명을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2012년 MBC 파업이 정당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지만, 정보경찰은 이같은 재판 결과마저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여러 차례 보도되었듯이 정보경찰의 정치·선거 개입은 수시로 이뤄졌습니다. 각 지역에 퍼져 있는 정보경찰은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맞춤형’ 정책들을 제공했습니다. ‘주간 지역(대구·경북) 민심’(2016.1.12) 보고서에는 “경북은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 교체 투자시 수익성 개선, 고용효과 등이 예상되는 만큼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고, ‘총선 정국 하 전략적 행보로 긍정 효과 극대화’(2016.1.18) 보고서에는 “대통령님께서 총선 전 주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설 명절 기간·취임 3주년 등을 활용해 전략적 행보를 강화하고 우호 여론을 견인. 설 기간에는 SNS를 활용, 재래시장 방문 등을 검토하고 취임 3주년에는 상인·농민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며, 양대 지침·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발표 시점 등은 전략적 검토하고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청와대에 제언합니다. 정보경찰이 청와대에 과감한 정치 행보가 필요하다고 오히려 부추기는 꼴입니다. 이쯤 되면 보고서를 만드는 주체가 경찰인지 정당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습니다. ‘야권 경제 프레임 관련 여론 및 고려사항’(2016.2.22) 보고서에는 “당·정·청 역할 분담을 통해 선제적·다각적 여론전 전개”가 필요하다며 “청(청와대): 그간 정부 노력의 실효성 부각, 당: 대야 정책검증 강화하여 (야당 정책을) 공허한 전략으로 고착화, 정: 야당이 비전으로 내세운 부분 상당수가 이미 추진 중임을 강조, 우호 여론 견인에 활용”해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3월 이사철을 맞아 전월세 등 서민 주거 안정화 노력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대한 대비도 강화”해야 한다는 ‘깨알’ 조언도 포함됐습니다.
보고서 내용들을 살펴보다 보면 정보경찰은 ‘정권의 동반자’라고 할 만합니다. 흔히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한 정보경찰의 활동을 보면 민중이 아니라 ‘정권의 지팡이’ 역할을 한 것이 자명해 보입니다. 이재정 의원은 “정보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보경찰은 어째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걸까요. 청와대는 이런 정보들이 도움된다고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해도 될까’라는 의심이 들 때쯤 바닥에서 정보를 긁어 보고서를 잘 정리해 준다면 나름의 확신이 생길 테니까요.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까지 본 것과 같이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의 목줄을 죄거나, 특정 정치 세력의 선거를 위한 도구로 경찰을 사용하는 행태로 나타났습니다. 3000명에 가까운 정보경찰들이 민생치안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 투입되는 건 국민에겐 무서운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의 지팡이’가 ‘민중의 지팡이’로 바로 설 수 있을까요? 보고서의 ‘구독자’인 청와대가 마음만 돌리면 쉽게 해결될 일입니다. 그럼 수천명의 정보경찰들은 더 필요한 곳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최근 검·경 개혁안과 관련한 여러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라는 주장에는 대부분 동의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경찰은 ‘수사력 강화’라는 숙제를 짊어지게 됐습니다. 숙제를 잘 해내기 위해 정보경찰을 범죄정보 수집에 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미 경찰청에는 수사국 산하 범죄정보과가 있습니다. 경찰 외사국 산하에도 외사정보과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각 영역에서 수사와 민생치안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범죄를 척결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 진짜 경찰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경찰은 새 정부 들어 ‘경찰개혁위원회’,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등 만들어 과거를 반성하는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 개혁 의지가 ‘국민의 경찰’을 ‘정치 경찰’로 만들어 온 정보경찰의 문제에까지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출처 노인정부터 영화관까지…정보경찰 정치사찰 보고 총정리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보경찰 보고서 109건 보니
‘좌파 척결’ 위해 경로당 여론부터 문화계 관리까지
연합뉴스·KBS·MBC 등 언론 장악 의도 드러내며
보수 언론은 지원…선거마다 보고서 작성은 일상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9-06-18 11:04 | 수정 : 2019-06-18 20:10
▲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활용해 선거 개입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앞)·이철성(뒤)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전국 노인정 좌파진영 여론 조성 차단 노력’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
‘보수성향 인터넷 언론, 정부 관심 지원 확대 요망’
‘농촌지원사업 좌파 자금줄화 차단 긴요’
‘YTN 좌편향 심화, 근본적 대책 필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정책보고서의 제목들입니다. 과거 정보경찰은 노인정에서부터 영화관까지 모든 곳에 촉수를 두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정보경찰은 어떤 활동들을 해온 것일까요. <한겨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구속) 전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범죄일람표를 입수했습니다.
그곳엔 위법을 넘나들었던 정보경찰들의 활동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범죄일람표에는 정보경찰이 작성한 109건의 정책보고서, A보고서의 제목과 주요내용, 정책 제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책보고서는 청와대 각 수석실에, A보고서는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습니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이 109건의 보고서를 정리했습니다.
“좌파 경로당 여론 관리 차단”
정보경찰 보고서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대목 중 하나는 ‘노인정 대책’이었습니다. ‘전국 노인정, 좌파진영 여론 조성 차단 노력’(2016.2.18) 보고서에는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 좌파 진영의 경로당 여론 관리 활동이 포착”되었다며 “경로당 이용 시 크고 작은 불편이 여전해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정보경찰은 “보수 노인단체를 통해 좌파의 경로당 개입 시도를 차단”하고 “지역별 경로당 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여 우호 여론을 견인”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제언했습니다. 노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복지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계기가 ‘좌파’ 때문이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보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노인에 대한 관심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정황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 선거, 정부 관심 긴요’(2014.1.27) 보고서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보고서에는 “민주당은 지난 총선·대선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노인층의 외면이라고 판단하고 노인층과의 소통·지원방안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보경찰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현 지도부는 정부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며 노인층 동요를 막아왔으나 야권성향 후보가 당선될 경우 노인층 민심 이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 관심으로 노인 홀대론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썼습니다.
‘종북 척결’을 영화 흥행 코드로
정보경찰이 제안한 ‘영화 흥행 코드’도 흥미로웠습니다. ‘사회 비판적 영화 증가, 안보 등 소재 다양화 필요’(2012.6.22)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영화 등은 진보세력들의 선전 도구로 활용이 용이하나, 우파 영화에 대하여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과장된 시대 비판은 정부에 부담되므로 ‘종북 척결’, ‘안보’ 등 흥행 코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보경찰은 “<연평해전> 외에도 남북 분단 상황과 안보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 독려”하고 “아마추어 작가 상대로 시나리오 공모전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제언했습니다.
반면 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는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죠.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이 개봉하자 “평론가들의 칼럼 등을 통해 영화 접근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자세를 당부하고 관련 부처에서도 영화의 왜곡된 정보 전달에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 개봉을 하루 앞둔 날에는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2013.12.17)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사전 홍보에 성공했고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 흥행 예상”이 된다면서도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나 다른 이슈와의 결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일환이라고 보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보건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병원 자회사의 영리 목적 부대사업 허용 등 의료 민영화 계획에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었습니다. 정보경찰은 영화 자체가 청와대에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당시 이슈들과 결합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뿐 아니라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았죠.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 좌파 활동에 악용’(2016.6.13) 보고서에는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 기준의 허점으로 지역 내 좌파 서점들이 다수 선정”되었다며 “금년(2016년) 선정대상(4월, 40개 선정)의 적정성 및 지원금의 목적 외 사용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심사 기준 보완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좌파 단체 활동 소지가 있는 지역 서점 리스트가 첨부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지역 서점 블랙리스트’까지 정보경찰이 꼼꼼히 정리해 둔 셈입니다.
‘좌파’의 자금줄을 끊어라
‘좌파 척결’이라는 정부의 기조를 완성하기 위해 정보경찰은 좌파의 ‘자금줄’을 끊는 다양한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정보경찰은 “좌파 대안매체 후원금 소득공제 대상 추진에 대비해 반박 논리를 강구”‘(2014년 5월 29일 ○○○○ 등 좌파 대안 매체 성장세 제어 필요’)해야 한다고 제언했고, “좌파적 시각에서 기술된 도서가 (정부) 우수교양 도서에 다수 포함되어 논란”이라며 “그릇된 가치관 형성은 물론 좌파진영의 자금원을 담당할 우려가 있다”(2014년 2월 26일 정부 우수 교양도서, 선정 시스템 개선 긴요)고 우려했습니다.
시민단체 옥죄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국고보조금 지급, 선정기준·심사절차 강화 긴요’(2014.4.8) 보고서를 작성해 “국고보조금 지급 절차 및 국고보조금이 좌파단체에 지급되는 이유 등을 절차별로 상세 검토”해야 한다고 적은 뒤 “언론 등을 통해 보조금 부정·부당 사용 실태를 환기하여 사회적 통제가 절실하다는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서울시의 좌파단체 보조금 지급현황도 첨부돼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소액후원금을 줄이기 위해 “보수 언론 등과 협조하여 시민단체의 후원금 해지 거부 및 부당 사례를 적극 부각”(2014년 6월 20일 시민단체 소액후원금 관리 강화 긴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 곳곳에서는 정부지원금이 1원이라도 ‘좌파단체’들에 흘러갈까 노심초사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농촌지원사업 좌파 자금줄화 차단 긴요’(2016.6.2) 보고서에는 “좌파 농민단체 등이 수익창출·세력화 등에 농촌지원사업을 활용한다”고 지적하며 농촌 지원금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죠.
“보수단체 훈장 줘야”
반면 ‘자기편’에겐 매우 관대했습니다. 보수단체 지원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보수진영 최근 분위기’(2013.11.5) 보고서에는 “종북척결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나 활동력에 한계”가 있다며 “보수단체 대표와의 간담회 등으로 집행부 격려하고 건전 보수단체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보수진영 최근 분위기’(2014.2.13) 보고서에는 “○○○○(특정 보수단체)을 중심으로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확대를 위한 활동도 조직화 방침인 가운데 전반적으로 재정 지원이 줄어 서운하다는 여론”이라며 “보수단체 애로사항을 지속 수렴하고 정부 훈·포장 확대 및 단체별 현안·행사에 대한 관심 표명 등 자존감을 제고”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제언했습니다.
보수언론에도 관심을 기울였죠. ‘보수성향 인터넷 언론, 정부 관심 지원 확대 요망’(2014.7.21) 보고서에는 “보수 인터넷 언론매체가 생겨나고 있으나 수적 열세, 매체 간 협력 부족 등으로 좌파매체에 비해 영향력이 미비”하다며 “언론진흥재단의 인터넷신문 지원사업 시 보수매체 배려방안을 검토하고 각 부처 등 광고 수주 시에도 보수·좌파 매체 간 균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 300여명의 MBC노조 조합원들이 2012년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금도 넘은 언론 개입
보고서들에 담긴 언론 장악 의도는 노골적이었습니다. 정부로부터 구독료를 받는 <연합뉴스>에는 돈줄을 쥐고 압박을 가하려 했습니다. ‘국가기간 통신사 연합뉴스에 대한 대응 강화 필요’(2014.2.19) 보고서에는 “(<연합뉴스>의) 잦은 추측성 기사·오보로 인해 국정운영에 많은 부담을 초래”한다는 평가와 함께 “정부 해명 기사 수용도 미흡하여 국정 부담으로 지속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정부 구독료의 적정성 검토 등 간접 압박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정보경찰은 <한국방송>(KBS)과 관련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 폭로 이후, KBS 내 사장 퇴진 요구 고조되고 야권 등 좌파진영이 가세하는 분위기”라며 “노조 요구사항 수용 등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고 불법 파업에는 원칙 대응 방침을 지속 강조하여 노조의 세 위축 유도”를 해야 한다고 ‘KBS 사장 퇴진 요구 관련 분위기’(2014.5.18)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보고서에는 “보수언론과 협조(해), ‘취재거부’ 등 기자들의 반발이 ‘시청자를 볼모로 하는 불법투쟁’이라는 비난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KBS 사장 선임 계기로 공영방송 정상화 시급’(2014.7.2) 보고서에는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KBS 보도가 정부 비판 내용이 많아졌으며 예능 프로까지 좌편향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보경찰은 “보수언론 통한 (KBS) 제재 필요성 강조 등 측면 지원이 필요하며 후임 사장과 관련하여 철저한 검증을 통한 적임자 선임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습니다.
<문화방송>(MBC) 역시 정보경찰의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MBC 노조 재결속 사전 차단 긴요’(2014.7.8) 보고서에는 “안광한 신임 사장 취임 후 노조문화 개선, 보도 공정성이 확보됐다는 여론”이 있다며 “노조는 해고자들의 복직 승소를 계기로 위축 분위기 탈피·재건을 시도하고 야권·좌파 진영의 MBC 흔들기가 심화될 전망”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정보경찰은 “보수언론을 통해 MBC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 무분별한 활동을 제어”하고 “정치 파업에 우호적인 법원 판결에 대한 우려 여론도 부각”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되기 열흘가량 전에는 2012년 MBC 파업을 이후 해고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의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 박성제 기자 등 6명을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2012년 MBC 파업이 정당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지만, 정보경찰은 이같은 재판 결과마저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 박근혜(유신폐계·503)가 2015년 9월 7일 오후 대구광역시 서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양념오뎅과 만두를 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보고서’는 일상이었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여러 차례 보도되었듯이 정보경찰의 정치·선거 개입은 수시로 이뤄졌습니다. 각 지역에 퍼져 있는 정보경찰은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맞춤형’ 정책들을 제공했습니다. ‘주간 지역(대구·경북) 민심’(2016.1.12) 보고서에는 “경북은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 교체 투자시 수익성 개선, 고용효과 등이 예상되는 만큼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고, ‘총선 정국 하 전략적 행보로 긍정 효과 극대화’(2016.1.18) 보고서에는 “대통령님께서 총선 전 주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설 명절 기간·취임 3주년 등을 활용해 전략적 행보를 강화하고 우호 여론을 견인. 설 기간에는 SNS를 활용, 재래시장 방문 등을 검토하고 취임 3주년에는 상인·농민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며, 양대 지침·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발표 시점 등은 전략적 검토하고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청와대에 제언합니다. 정보경찰이 청와대에 과감한 정치 행보가 필요하다고 오히려 부추기는 꼴입니다. 이쯤 되면 보고서를 만드는 주체가 경찰인지 정당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습니다. ‘야권 경제 프레임 관련 여론 및 고려사항’(2016.2.22) 보고서에는 “당·정·청 역할 분담을 통해 선제적·다각적 여론전 전개”가 필요하다며 “청(청와대): 그간 정부 노력의 실효성 부각, 당: 대야 정책검증 강화하여 (야당 정책을) 공허한 전략으로 고착화, 정: 야당이 비전으로 내세운 부분 상당수가 이미 추진 중임을 강조, 우호 여론 견인에 활용”해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3월 이사철을 맞아 전월세 등 서민 주거 안정화 노력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대한 대비도 강화”해야 한다는 ‘깨알’ 조언도 포함됐습니다.
정보경찰은 꼭 필요할까요
보고서 내용들을 살펴보다 보면 정보경찰은 ‘정권의 동반자’라고 할 만합니다. 흔히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한 정보경찰의 활동을 보면 민중이 아니라 ‘정권의 지팡이’ 역할을 한 것이 자명해 보입니다. 이재정 의원은 “정보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보경찰은 어째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걸까요. 청와대는 이런 정보들이 도움된다고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해도 될까’라는 의심이 들 때쯤 바닥에서 정보를 긁어 보고서를 잘 정리해 준다면 나름의 확신이 생길 테니까요.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까지 본 것과 같이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의 목줄을 죄거나, 특정 정치 세력의 선거를 위한 도구로 경찰을 사용하는 행태로 나타났습니다. 3000명에 가까운 정보경찰들이 민생치안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 투입되는 건 국민에겐 무서운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의 지팡이’가 ‘민중의 지팡이’로 바로 설 수 있을까요? 보고서의 ‘구독자’인 청와대가 마음만 돌리면 쉽게 해결될 일입니다. 그럼 수천명의 정보경찰들은 더 필요한 곳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최근 검·경 개혁안과 관련한 여러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라는 주장에는 대부분 동의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경찰은 ‘수사력 강화’라는 숙제를 짊어지게 됐습니다. 숙제를 잘 해내기 위해 정보경찰을 범죄정보 수집에 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미 경찰청에는 수사국 산하 범죄정보과가 있습니다. 경찰 외사국 산하에도 외사정보과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각 영역에서 수사와 민생치안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범죄를 척결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 진짜 경찰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경찰은 새 정부 들어 ‘경찰개혁위원회’,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등 만들어 과거를 반성하는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 개혁 의지가 ‘국민의 경찰’을 ‘정치 경찰’로 만들어 온 정보경찰의 문제에까지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출처 노인정부터 영화관까지…정보경찰 정치사찰 보고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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