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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쪽바리당과 일당들

한나라·종편 요구 거의 수용…민주 ‘졸속 합의’

한나라·종편 요구 거의 수용…민주 ‘졸속 합의’
미디어렙법안 사실상 타결
종편에 2년간 ‘직접영업’ 길 터줘…MBC “독자 미디어렙 설립” 반발

[한겨레] 권귀순 기자, 문현숙 기자 | 등록 : 20111226 20:49 | 수정 : 20111226 22:37


민주통합당(민주당)이 26일 한나라당 방침을 대부분 수용하며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에 합의했다. 언론계에서는 야당이 연내 입법에 쫓겨 졸속 합의를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야가 이날 합의한 내용은 크게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신문이 대주주인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 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것을 2년간 유예한다는 것과 방송사의 지분 소유를 40%까지 허용하는 것이 뼈대다.

민주당은 25일 전국언론노조, 지역방송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관계자 등과 연석회의를 열고 협상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날 뚜껑이 열린 합의안은 이종매체 간 크로스미디어 판매(신문·방송 광고 교차 판매, 지상파의 자사 케이블피피 교차 판매) 불허 외에는 한나라당안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민주당 쪽에 1공영 다민영(문화방송은 공영에 포함), 종편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민영미디어렙 방송사 1인 최대지분 40% 허용, 크로스미디어 판매 허용 등을 담은 최종 협상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1공영 1민영과 미디어렙 1인 지분 20% 이하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재윤 민주당 문방위 간사는 “종편에 2년간 직접영업을 허용하면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언론단체의 의견을 감안하겠다”고 밝혔으나, 합의 내용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여야 합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한국방송과 교육방송, 문화방송이 1공영으로 묶이고 에스비에스는 지분 40%를 출자하는 사실상의 자사 미디어렙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편은 개국 시점을 기준으로 2년 동안 렙 체제에 묶이지 않고 직접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각 사가 40%까지 지분을 출자하는 자사 렙을 소유할 수 있게 돼 ‘1공다민’ 체제가 된다. 사실상 종편과 에스비에스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이날 문화방송은 여야 합의에 반발해 독자적인 자사 렙 설립을 발표했다. 이 방송 자사 렙 태스크포스(TF)팀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를 받지 않는 문화방송을 한국방송처럼 공영 렙으로 묶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주총을 거쳐 내년 1월 자사 렙을 설립하고 3월부터 영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계는 지상파와 동일한 편성을 하는 종편을 렙에서 2년간 제외한 것을 두고 “방송과 광고의 분리라는 방송 공공성의 원칙이 무너진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원칙을 버린 연내 입법보다 제대로 된 입법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도 “종편 직접영업은 방통위 행정지도로라도 막아야 할 사안이며, 당장 입법을 통해 렙 체제로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사 지분 40% 허용에 대해서도 종편이 사실상 직접영업을 영구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년 뒤 종편이 렙에 위탁된다 하더라도 지분 40%로 렙에 대한 지배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미디어렙 입법이 종편 특혜를 전제로 출발해 각 방송사의 이권다툼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출처 : 한나라·종편 요구 거의 수용…민주 ‘졸속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