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에 맞선 목사... ‘1억원짜리 현수막’ 걸리다
[인터뷰] 백전불패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가 난개발에 주목한 이유
[오마이뉴스] 김병기 | 19.07.09 13:17 | 최종 업데이트 : 19.07.09 13:17
“ㅍㅎㅎㅎ 온 마을에 경사 났네요.”
지난달 27일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아래와 같은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문구이다.
1300명이 ‘좋아요’를 누른 이 게시글의 135개 댓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실사판을 본 기분입니다.^^”(Sandi 0000)
대체 최 목사가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최 목사는 2014년 4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뒤 주민들의 편에 서서 제조·화학 업체인 ㈜실크로드시앤티에 맞서 5년 동안 소송전을 벌였다. 당시 주민들은 이 회사가 추진하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지곡초등학교 앞산인 부아산에 건축되는 것을 반대해왔는데, 이 분야는 최 목사의 ‘전공 분야’였다. (관련 기사 : 징역 5년 구형된 환경운동가, 그는 무죄다)
그는 방송사들과 함께 취재하면서 콘크리트 혼화제 등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알렸던, 시멘트 재벌에게 ‘악명’ 높은 존재였다. 시멘트 회사 인근에 ‘최병성 출입금지’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였다. 최 목사는 그 이전에는 ‘나홀로 전투’를 하면서 강원도 영월 서강 지키기 운동을 벌였다. 오마이뉴스에 4대강 사업을 비판한 기사를 연재하면서는 이명박 정권과 맞짱 뜨는 ‘1인 군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관련 연재 : <아! 死대강>)
이런 그가 지난 5년 동안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허위 보고서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집요하게 싸움을 해온 것이다. 이 업체는 최 목사를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걸었지만, 최 목사는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소송 2심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패해 공사를 중단한 이 업체는 2심에서 서울 고등법원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내세워 변론을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소송 결과를 놓고 볼 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역 근처의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단언했다.
이날 최 목사를 만난 건 1년여 전에 새로 시작한 ‘용인시 난개발’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부아산 개발에 맞선 싸움의 확장판이자 최 목사가 7월 중순경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할 ‘최병성의 환경 이야기’(가제)의 메인 주제이기도 했다.
그는 “오전에 따끈따끈한 백서가 나왔어요”라면서 가방에서 ‘친환경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활동백서’를 꺼내 보였다. 백서에 기록된 드론 사진은 처참했다.
작년에 당선된 백군기 용인시장은 선거 때 난개발 해결 공약을 내세웠고, 취임한 뒤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발족을 첫 번째로 결재했다. 용인시는 2018년 8월 3일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최 목사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난개발 백서를 만들었다. 그는 “용인시 난개발을 조사하면서 인근 화성시와 광주시, 남양주시 등 경기도 지역도 문제이지만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앞으로 <오마이뉴스>에 이 문제를 연재하면서 전국의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는 불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기흥구 상하동은 등산로만 남기고 능선까지 주택단지가 들어찼다. 좁은 골짜기에 13m 높이의 옹벽을 쌓고 벼랑 위에 들어선 위태로운 집들은 재난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처인구 모현읍에는 다랑이 논처럼 능선부까지 개발된 곳에 단독주택 단지가 만들어졌다.
최 목사는 “산의 아래쪽 경사가 완만한 곳은 땅값이 비싸니까 경사가 심한 중턱부터 능선부까지 파먹고 있다”면서 “산림 훼손이 심각한 데다가 도시경관까지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백서에 기록한 난개발의 수법도 교묘했다. 건설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수법은 일명 ‘쪼개기’였다. 처인구 포곡읍, 모현읍, 마평동, 기흥구 상하동, 지곡동 등에서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처인구 이동읍 천리의 경우 보존녹지와 자연녹지에 총 면적 3만1656m²에 100여 세대 건축이 들어섰다. 건축물의 형태가 같기에 누가 봐도 한 사업자가 인허가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건축주가 9명이다. 모현읍 오산리에도 같은 형태의 단독주택 단지가 조성돼 있으나, 5개로 쪼개서 5명이 건축허가를 받았다.
왜 이러는 것일까?
개발업자들은 돈을 벌었지만, 입주자는 애를 끓여야 했다.
최 목사는 “용인시도 불법인 줄은 아는 데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허가를 내주고 있고, 곳곳에서 입주자들이 소송을 내고 있다”면서 “백서에서 유형별 문제점과 현황을 세밀하게 조사 기록했고 법적 대안까지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용인시의 52%가 산인데, 건축이 가능한 용인시의 기준은 2013년 경사도 17도 이하로 풀어줬고, 2015년에는 20도~25도로 내려갔다”면서 “여기서 말하는 경사도는 평균치이기에 옆에 밭이라도 붙어 있으면 아주 가파른 지역도 개발이 가능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개발업자들이 파먹기 불가능한 곳은 용인시 땅의 2%에 불과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난개발의 심각성을 알리고 난개발을 막을 작정”이라면서 “제대로 된 도시건축의 방안을 제시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목회자가 교회에서 목회도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7~8년 전 이명박에 맞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을 때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그에게 던진 적이 있다. 그는 “장로 대통령의 환경파괴 정책에 맞서서 4대강 곳곳에 생명의 십자가를 꽂는 일이 목사로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난개발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갯벌 이야기, 건설폐기물 문제, 콘크리트 혼화제 유해성 등 수십 년 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목격하고 느낀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 뒤에 동네 싸움을 승리로 이끈 그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ㅍㅎㅎㅎ 온 나라에 경사 났네요.”
출처 김앤장에 맞선 목사... ‘1억원짜리 현수막’ 걸리다
[인터뷰] 백전불패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가 난개발에 주목한 이유
[오마이뉴스] 김병기 | 19.07.09 13:17 | 최종 업데이트 : 19.07.09 13:17
“ㅍㅎㅎㅎ 온 마을에 경사 났네요.”
지난달 27일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아래와 같은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문구이다.
▲ 지난달 27일 법원에서의 승소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린 최병성 목사. ⓒ 촤병성 페이스북 갈무리
1300명이 ‘좋아요’를 누른 이 게시글의 135개 댓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실사판을 본 기분입니다.^^”(Sandi 0000)
대체 최 목사가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5년 전투] 그가 승승장구한 까닭
▲ 부아산 난개발 업체와의 소송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병성 목사. ⓒ 최병성
“우리 동네에 축하 현수막이 4개 걸렸는데요, 어떤 분이 그걸 보고 한 장에 1억500만 원짜리 현수막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랑 싸웠던 업체가 민형사상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형사 건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4억2000만 원이 걸린 민사소송 2심에서 승소했어요. 그쪽에서 대한민국 10위 로펌을 샀는데도 이긴 거죠.”
최 목사는 2014년 4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뒤 주민들의 편에 서서 제조·화학 업체인 ㈜실크로드시앤티에 맞서 5년 동안 소송전을 벌였다. 당시 주민들은 이 회사가 추진하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지곡초등학교 앞산인 부아산에 건축되는 것을 반대해왔는데, 이 분야는 최 목사의 ‘전공 분야’였다. (관련 기사 : 징역 5년 구형된 환경운동가, 그는 무죄다)
그는 방송사들과 함께 취재하면서 콘크리트 혼화제 등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알렸던, 시멘트 재벌에게 ‘악명’ 높은 존재였다. 시멘트 회사 인근에 ‘최병성 출입금지’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였다. 최 목사는 그 이전에는 ‘나홀로 전투’를 하면서 강원도 영월 서강 지키기 운동을 벌였다. 오마이뉴스에 4대강 사업을 비판한 기사를 연재하면서는 이명박 정권과 맞짱 뜨는 ‘1인 군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관련 연재 : <아! 死대강>)
▲ 최병성 목사의 “난개발”에 맞선 싸움은 이곳 지곡초등학교 앞산에서 시작했다. ⓒ 최병성
이런 그가 지난 5년 동안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허위 보고서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집요하게 싸움을 해온 것이다. 이 업체는 최 목사를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걸었지만, 최 목사는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소송 2심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패해 공사를 중단한 이 업체는 2심에서 서울 고등법원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내세워 변론을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소송 결과를 놓고 볼 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역 근처의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단언했다.
“김앤장 할아버지가 와도 뒤집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연재 시작하는 까닭] “전국 난개발 근절의 불씨 역할”
▲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활동백서. ⓒ 최병성
이날 최 목사를 만난 건 1년여 전에 새로 시작한 ‘용인시 난개발’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부아산 개발에 맞선 싸움의 확장판이자 최 목사가 7월 중순경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할 ‘최병성의 환경 이야기’(가제)의 메인 주제이기도 했다.
그는 “오전에 따끈따끈한 백서가 나왔어요”라면서 가방에서 ‘친환경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활동백서’를 꺼내 보였다. 백서에 기록된 드론 사진은 처참했다.
“이것 보세요. 쥐가 산을 파먹은 거 같죠. 산 능선만 놔두고 집을 지어서 도시 경관이 흉측한 몰골로 변했어요. 쥐가 아니라 난개발 건설업자들이 한 짓입니다.”
▲ 용인시 난개발 현장. ⓒ 최병성
작년에 당선된 백군기 용인시장은 선거 때 난개발 해결 공약을 내세웠고, 취임한 뒤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발족을 첫 번째로 결재했다. 용인시는 2018년 8월 3일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최 목사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제가) 미친x이었죠. 위원장으로 위촉된 뒤에 서울시 면적의 98%인 용인시 곳곳을 혼자 누비고 다녔어요. 주말도 없었습니다. 용인시가 제게 준 것은 일주일에 2번 열리는 회의 참석비 10만 원이 전부였어요. 차비도 주지 않는데 11개월 동안 거의 매일 나가서 현장을 조사했어요.
주말에 현장에서 드론을 날리면 ‘어디서 오셨냐’고 묻는 주민들이 많았어요. 시청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요즘 공무원이 토요일도 일하나요?’라고 말하며 신기해했죠. 드론 사진만 하루에 1000여 장씩 찍었습니다. 온종일 쏘다니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새벽까지 사진을 정리하고 난개발 서적들을 구입해서 탐독했습니다. 난개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였죠.
사실상 무보수로 이렇게 일하는 것, 내가 봐도 황당한 짓이죠. 이걸 아내가 알면 어떻게 했겠어요. 아내 모르게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받아서 경비로 썼습니다.”
주말에 현장에서 드론을 날리면 ‘어디서 오셨냐’고 묻는 주민들이 많았어요. 시청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요즘 공무원이 토요일도 일하나요?’라고 말하며 신기해했죠. 드론 사진만 하루에 1000여 장씩 찍었습니다. 온종일 쏘다니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새벽까지 사진을 정리하고 난개발 서적들을 구입해서 탐독했습니다. 난개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였죠.
사실상 무보수로 이렇게 일하는 것, 내가 봐도 황당한 짓이죠. 이걸 아내가 알면 어떻게 했겠어요. 아내 모르게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받아서 경비로 썼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난개발 백서를 만들었다. 그는 “용인시 난개발을 조사하면서 인근 화성시와 광주시, 남양주시 등 경기도 지역도 문제이지만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앞으로 <오마이뉴스>에 이 문제를 연재하면서 전국의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는 불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난개발 현황] “개발이 산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다”
▲ 산 능선만 남긴 채 난개발된 현장의 모습. ⓒ 최병성
그가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기흥구 상하동은 등산로만 남기고 능선까지 주택단지가 들어찼다. 좁은 골짜기에 13m 높이의 옹벽을 쌓고 벼랑 위에 들어선 위태로운 집들은 재난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처인구 모현읍에는 다랑이 논처럼 능선부까지 개발된 곳에 단독주택 단지가 만들어졌다.
“하늘에서 보니 흉측하죠? 최근 벌어지는 난개발은 이처럼 산림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벌어집니다. 서울에서는 집값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 용인과 광주, 양평, 남양주 등에서 마당이 조금이라도 있는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집장사에 교묘하게 이용하는 겁니다. 개발이 다 산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어요.”
최 목사는 “산의 아래쪽 경사가 완만한 곳은 땅값이 비싸니까 경사가 심한 중턱부터 능선부까지 파먹고 있다”면서 “산림 훼손이 심각한 데다가 도시경관까지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백서에 기록한 난개발의 수법도 교묘했다. 건설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수법은 일명 ‘쪼개기’였다. 처인구 포곡읍, 모현읍, 마평동, 기흥구 상하동, 지곡동 등에서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 단독주택 단지를 건설하면서 능선부까지 훼손한 모습. ⓒ 최병성
▲ 건설업자들의 “쪼개기” 수법. ⓒ 최병성
처인구 이동읍 천리의 경우 보존녹지와 자연녹지에 총 면적 3만1656m²에 100여 세대 건축이 들어섰다. 건축물의 형태가 같기에 누가 봐도 한 사업자가 인허가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건축주가 9명이다. 모현읍 오산리에도 같은 형태의 단독주택 단지가 조성돼 있으나, 5개로 쪼개서 5명이 건축허가를 받았다.
왜 이러는 것일까?
“대부분의 단독주택 단지가 100~200가구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주택법상 30가구 이하이면 주택건설 기준, 주택공급에 관한 기준에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시공자의 제한기준과 허가권자 감리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이걸 악용하려고 29가구로 쪼개고, 사업자명을 여러 사람으로 해서 허가를 받은 겁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주택법,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죠. 업자들은 부실공사하고 도망가면 그만이지만, 그 부담을 용인시가 다 떠안아야 합니다. 민원이 폭주하고 이를 시민 혈세로 보상하는 악순환 구조입니다.”
▲ 이 넓은 주택단지에 쓰레기 집하장이 한개 뿐이다. ⓒ 최병성
개발업자들은 돈을 벌었지만, 입주자는 애를 끓여야 했다.
“사람들은 멋진 숲과 건물이 어우러진 멋진 조감도만 보고 집을 샀지만, 여길 보십시오. 이 많은 사람들이 과거 시골길 진입로 한 곳으로 다녀야 합니다. 이 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차를 회차할 곳도 없어요. 교행할 공간도 비좁아서 보행자들에게는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이 단지에 쓰레기 버리는 곳도 한 곳입니다. 여기 언덕에 있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려면 차에 싣고 와야 합니다. 이 집은 다락까지 3층 건물인데, 장롱이 안 들어가고, 화장실에 세탁기도 들어가지 못하게 지어놨습니다.”
이 단지에 쓰레기 버리는 곳도 한 곳입니다. 여기 언덕에 있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려면 차에 싣고 와야 합니다. 이 집은 다락까지 3층 건물인데, 장롱이 안 들어가고, 화장실에 세탁기도 들어가지 못하게 지어놨습니다.”
최 목사는 “용인시도 불법인 줄은 아는 데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허가를 내주고 있고, 곳곳에서 입주자들이 소송을 내고 있다”면서 “백서에서 유형별 문제점과 현황을 세밀하게 조사 기록했고 법적 대안까지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용인시의 52%가 산인데, 건축이 가능한 용인시의 기준은 2013년 경사도 17도 이하로 풀어줬고, 2015년에는 20도~25도로 내려갔다”면서 “여기서 말하는 경사도는 평균치이기에 옆에 밭이라도 붙어 있으면 아주 가파른 지역도 개발이 가능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개발업자들이 파먹기 불가능한 곳은 용인시 땅의 2%에 불과하다”고 개탄했다.
[나의 목회] “자연을 지키는 일”
▲ 가파른 산골짝을 난개발하면서 높은 옹벽을 쌓았다. ⓒ 최병성
그는 “난개발의 심각성을 알리고 난개발을 막을 작정”이라면서 “제대로 된 도시건축의 방안을 제시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목회자가 교회에서 목회도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7~8년 전 이명박에 맞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을 때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그에게 던진 적이 있다. 그는 “장로 대통령의 환경파괴 정책에 맞서서 4대강 곳곳에 생명의 십자가를 꽂는 일이 목사로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개발에 맞서는 게 저의 목회입니다. 창세기 1장에 보면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한 자연을 보고 6번이나 감탄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난개발은 그 자연을 파괴하는 일입니다. 목사는 십자가 건물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만든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목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 지난 11개월동안 용인시 난개발 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는 최병성 목사. ⓒ 최병성
그는 난개발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갯벌 이야기, 건설폐기물 문제, 콘크리트 혼화제 유해성 등 수십 년 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목격하고 느낀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 뒤에 동네 싸움을 승리로 이끈 그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ㅍㅎㅎㅎ 온 나라에 경사 났네요.”
출처 김앤장에 맞선 목사... ‘1억원짜리 현수막’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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