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폭동 가능성” 판단해놓고, 수사단은 왜?
[불기소 결정서 입수]
피의자 박근혜-황교안-조현천 관계 담겨
사안 중대성 비해 부실 결과
[오마이뉴스] 글: 소중한, 그래픽: 봉주영 | 19.10.24 09:33 | 최종 업데이트 : 19.10.24 12:03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의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조현천 기무사령관과 당시 국가 수뇌부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각 인물 사이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은 청와대와 국방부를 오가며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당시 직책, 아래 직책 생략)과 접촉했거나 혹은 접촉한 정황을 남겼다. 합동수사단은 불기소 결정서에 “국헌문란”, “폭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문건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6일~11월 7일까지 활동한 합동수사단은 김관진-한민구까지 조사를 진행했으나, 박근혜-황교안은 부르지 않은 채 수사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7일 ‘조현천을 조사하지 못해 사건의 전모 및 범죄 성립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현천에겐 기소중지, 나머지에겐 참고인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조현천의 소재를 알 수 없어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일단 중지해 둔 것이다.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9월 20일 조현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10월 16일 인터폴 수배를 요청했으나 결국 미국으로 도주한 그를 체포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오마이뉴스>는 23일 군인권센터로부터 위 인물들의 불기소 결정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불기소 결정서엔 위 인물 모두 ‘피의자’로 기재돼 있다. 불기소 결정서는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경우 작성하는 문서다.
합동수사단이 불기소 결정서에 기재한 ‘인정되는 사실’은 주로 조현천과 관련된 내용이다.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16년 11월 3일 경부터 11월 4일 경까지 기무사에서 작성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면별 대비방안’, ‘현 시국 관련 국면별 고려 사항’, ‘통수권자 안위를 위한 군의 역할’ 등 3건의 문서에 계엄 선포에 관한 언급이 있고 이러한 문서가 소강원(당시 기무사 3처장)과 조현천에게 보고됐다.
조현천은 2017년 2월 10일 경 청와대에서 김관진을 만났고 2017년 2월 17일 경 국방부 고위정책간담회 종료 후 별도로 한민구를 만났다.
이후 조현천의 지시에 따라 기무사에 ‘미래 방첩수사 업무체계 발전방안 연구’라는 위장 TF를 조직해 2017년 2월 17일 경부터 3월 3일까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및 ‘대비계획 세부자료’ 등을 작성했다. (TF 종료 이후 기무사 방첩정책과장 전경일의 USB에 보관돼 있던 문건으로 언론에 공개된 8쪽 분량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및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의미)
조현천은 2017년 2월 28일 경 20사단장, 2017년 3월 27일 경 8사단장을 만났고 위 사단은 본건 계엄 문건에 계엄임무수행군으로 편성돼 있다.
조현천은 2017년 3월 3일 경 국방부에서 소강원, 기우진(당시 기무사 3처 수사단장)이 포함된 위 TF가 작성한 본건 계엄 문건을 한민구에게 보고했고 보고 당시 문건의 이름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8쪽), ‘대비계획 세부자료’(67쪽)이었다.
합동수사단은 박근혜 탄핵이 결정된 후, 기무사가 해당 문건을 촛불집회 대비 목적이 아닌 훈련 문건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합동수사단은 “백인천(기무사 군기수사과)이 위 문건이 저장된 USB를 보관하고 있던 중 2017년 5월 10일 경 기무사 온라인시스템에 위 문건의 이름을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으로 변경해 훈련비밀로 등재하겠다는 결재를 상신했다”라며 “전경일이 이를 결재했지만 비밀등재를 위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은 결과 계엄 문건이 훈련비밀로 등재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합동수사단은 박근혜-황교안과 관련해 “계엄 문건 작성에 관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면서도 조현천과 박근혜-황교안의 관계를 의심하는 내용을 불기소 결정서에 담았다.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계엄 문건에는 계엄사령관 추천 건의,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 비상계엄 선포문, 합동수사본부장 추천 건의 등 대통령이 서명하도록 돼 있는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상황을 염두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탄핵소추가 기각됐을 경우 계엄선포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박근혜임을 고려했을 때 계엄 문건의 실행의사 유무 판단은 박근혜와 조현천과의 사전 의사 연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인다. 기무사령관은 필요시 대통령에게 직보해왔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와 조현천과의 사이에 계엄에 대한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조현천은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되기 직전인 2016년 12월 5일 경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도 확인된다.
계엄 문건에는 비상계엄 선포문 등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명하도록 돼 있는 문건이 포함돼 있다. 이는 계엄 문건이 작성돼 한민구에게 보고되는 2017년 2~3월 경 계엄선포 권한을 비롯한 국정운영 전반을 총괄했던 황교안으로부터 결심을 받는 상황을 염두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계엄 문건에는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상황과 인용되는 상황을 모두 언급하고 있는데 탄핵소추가 인용될 경우 계엄선포 권한은 황교안이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계엄 문건의 실행의사 유무 판단은 황교안과 조현천과의 사전 의사 연락이 중요해 보인다.
2017년 3월 경 황교안이 참여한 공식 행사에 조현천이 4회 참석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조현천이 황교안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합동수사단은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봐야 피의자의 관여 여부 등 그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인다”라며 “조현천의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참고인중지한다”라고 결정했다.
조현천과 김관진-한민구의 관계는 보다 자세히 기재돼 있다. 김관진-한민구는 박근혜-황교안과 달리 소환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진술 취지도 불기소 이유서에 담겨 있다. 합동수사단은 두 사람의 진술과 조현천 및 다른 관계자의 진술이 배치된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조현천의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참고인중지한다”는 결과는 박근혜-황교안과 같았다. 아래는 주요 내용이다.
김관진은 조현천에게 위수령 또는 계엄과 관련된 지시를 하거나 모의한 적이 없고 조현천이나 한민구로부터 계엄 문건에 대해 보고받은 적도 없어 자신은 본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김관진은 2016년 10월 경 신○○(국방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해 계엄 선포 등을 검토시켰고 그 과정에서 위 행정관으로부터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시 대처방안과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 위와 같이 보고받은 방안들은 계엄 문건에 포함된 내용과 일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기우진은 조현천으로부터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하고 국회가 계엄해제를 건의할 경우 국회를 해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본건 계엄 문건에 반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춰 봐도 당시 김관진과 조현천 사이에 모종의 의사 연락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한편 김관진은 2017년 2월 10일 경 청와대를 방문한 조현천을 만난 사실도 확인된다.
한민구는 ▲ 2017년 2월 17일 경 조현천에게 ‘(중략) 국회에서 더 질의가 있을 것 같으니 전반적인 군 병력 출동 문제에 대하여 위수령 등 관련 법령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종합적으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더 검토시키려고 한다’고 하자 ▲ 조현천이 ‘그럼 저희도 검토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고 했고 ▲ 이에 ‘그럼 한 번 해보라’고 하여 기무사에서 계엄 문건을 만들게 된 것일 뿐 위수령 또는 계엄의 시행과 관련된 구체적 지시는 한 적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조현천은 우편진술서를 통해 한민구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한민구의 진술과 다소 배치된다. 계엄선포 건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한민구의 위와 같은 발언 시점 전후로 기무사에서 TF를 구성해 계엄 문건을 작성하기 시작한 정황이 확인된다. 계엄 문건의 작성 및 보고 시점 전후인 2017년 2월 22일 경 및 3월 6일 경 한민구가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도 확인된다.
합동수사단은 계엄령 문건의 문제를 “국헌문란”, “폭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엄중하게 판단했다. 합동수사단은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비상사태로 보기 부족한 상황에서 위수령과 계엄으로 병력을 동원해 일반 시민들의 집회·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입법·행정·사법기관 등을 통제하려 한 것”이라며 “계엄 문건의 계획대로 실행됐을 경우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될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계엄 문건에 나타나는 위수령과 계엄의 실행 및 구체적인 수행방안들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위협이 되는 등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가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할 경우 폭동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일응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합동수사단의 수사 과정 및 결과를 놓고 “선별적이고 피상적이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안의 엄중함에 비해 수사 과정 및 결과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합동수사단은 조현천이 도주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사실상 수사를 덮어버렸다. 황교안 등은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헌정 질서를 뒤엎으려 한 사건을 이런 식으로 수사하고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위 인물들의 불기소 처분은 합동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1월 7일 내려졌고 11월 13일 발송됐다. 불기소 결정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발행했으며, 결정서 통지문에는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혀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2일 “(합동수사단이 수사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현 윤석열 검찰총장이었고 합동수사단의 민간 쪽 책임자가 노만석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였다”라며 “윤 총장이 (계엄령 문건 관련) 사안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직무유기도 일부 성립되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23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를 통해 “합동수사단은 2018년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조직과는 별개의 독립수사단(실제 설치 장소도 서울동부지검)으로 구성됐다”라며 “합동수사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불기소 결정서 통지문에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힌 것과 관련해선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가 합동수사단에 직무대리 형태로 가서 일한 것이기 때문에, 합동수사단 수사가 마무리된 후엔 관할 등을 고려해 형식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한 것”이라며 “강원랜드 수사단이나 김학의 수사단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단독] “계엄령 문건=폭동 가능성” 판단해놓고, 수사단은 왜?
[불기소 결정서 입수]
피의자 박근혜-황교안-조현천 관계 담겨
사안 중대성 비해 부실 결과
[오마이뉴스] 글: 소중한, 그래픽: 봉주영 | 19.10.24 09:33 | 최종 업데이트 : 19.10.24 12:03
▲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민·군 합동수사단” 수사 결과에 따른 불기소 결정서 일부. 합동수사단은 계엄령 문건을 “국헌문란”, “폭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엄중하게 판단했다. ⓒ 불기소 결정서 갈무리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의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조현천 기무사령관과 당시 국가 수뇌부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각 인물 사이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은 청와대와 국방부를 오가며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당시 직책, 아래 직책 생략)과 접촉했거나 혹은 접촉한 정황을 남겼다. 합동수사단은 불기소 결정서에 “국헌문란”, “폭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문건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6일~11월 7일까지 활동한 합동수사단은 김관진-한민구까지 조사를 진행했으나, 박근혜-황교안은 부르지 않은 채 수사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7일 ‘조현천을 조사하지 못해 사건의 전모 및 범죄 성립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현천에겐 기소중지, 나머지에겐 참고인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조현천의 소재를 알 수 없어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일단 중지해 둔 것이다.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9월 20일 조현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10월 16일 인터폴 수배를 요청했으나 결국 미국으로 도주한 그를 체포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오마이뉴스>는 23일 군인권센터로부터 위 인물들의 불기소 결정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불기소 결정서엔 위 인물 모두 ‘피의자’로 기재돼 있다. 불기소 결정서는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경우 작성하는 문서다.
▲ 계엄문건 인물 관계(합동수사단 불기소결정서) ⓒ 봉주영
[조현천] 김관진·한민구 이어 왜 20사단장·8사단장 만났을까
합동수사단이 불기소 결정서에 기재한 ‘인정되는 사실’은 주로 조현천과 관련된 내용이다.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16년 11월 3일 경부터 11월 4일 경까지 기무사에서 작성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면별 대비방안’, ‘현 시국 관련 국면별 고려 사항’, ‘통수권자 안위를 위한 군의 역할’ 등 3건의 문서에 계엄 선포에 관한 언급이 있고 이러한 문서가 소강원(당시 기무사 3처장)과 조현천에게 보고됐다.
조현천은 2017년 2월 10일 경 청와대에서 김관진을 만났고 2017년 2월 17일 경 국방부 고위정책간담회 종료 후 별도로 한민구를 만났다.
이후 조현천의 지시에 따라 기무사에 ‘미래 방첩수사 업무체계 발전방안 연구’라는 위장 TF를 조직해 2017년 2월 17일 경부터 3월 3일까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및 ‘대비계획 세부자료’ 등을 작성했다. (TF 종료 이후 기무사 방첩정책과장 전경일의 USB에 보관돼 있던 문건으로 언론에 공개된 8쪽 분량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및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의미)
조현천은 2017년 2월 28일 경 20사단장, 2017년 3월 27일 경 8사단장을 만났고 위 사단은 본건 계엄 문건에 계엄임무수행군으로 편성돼 있다.
조현천은 2017년 3월 3일 경 국방부에서 소강원, 기우진(당시 기무사 3처 수사단장)이 포함된 위 TF가 작성한 본건 계엄 문건을 한민구에게 보고했고 보고 당시 문건의 이름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8쪽), ‘대비계획 세부자료’(67쪽)이었다.
합동수사단은 박근혜 탄핵이 결정된 후, 기무사가 해당 문건을 촛불집회 대비 목적이 아닌 훈련 문건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합동수사단은 “백인천(기무사 군기수사과)이 위 문건이 저장된 USB를 보관하고 있던 중 2017년 5월 10일 경 기무사 온라인시스템에 위 문건의 이름을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으로 변경해 훈련비밀로 등재하겠다는 결재를 상신했다”라며 “전경일이 이를 결재했지만 비밀등재를 위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은 결과 계엄 문건이 훈련비밀로 등재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박근혜-황교안] 박근혜 청와대 방문, 황교안 행사 참석 정황
▲ 유신폐계 박근혜가 2017년 3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합동수사단은 박근혜-황교안과 관련해 “계엄 문건 작성에 관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면서도 조현천과 박근혜-황교안의 관계를 의심하는 내용을 불기소 결정서에 담았다.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계엄 문건에는 계엄사령관 추천 건의,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 비상계엄 선포문, 합동수사본부장 추천 건의 등 대통령이 서명하도록 돼 있는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상황을 염두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탄핵소추가 기각됐을 경우 계엄선포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박근혜임을 고려했을 때 계엄 문건의 실행의사 유무 판단은 박근혜와 조현천과의 사전 의사 연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인다. 기무사령관은 필요시 대통령에게 직보해왔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와 조현천과의 사이에 계엄에 대한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조현천은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되기 직전인 2016년 12월 5일 경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도 확인된다.
계엄 문건에는 비상계엄 선포문 등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명하도록 돼 있는 문건이 포함돼 있다. 이는 계엄 문건이 작성돼 한민구에게 보고되는 2017년 2~3월 경 계엄선포 권한을 비롯한 국정운영 전반을 총괄했던 황교안으로부터 결심을 받는 상황을 염두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계엄 문건에는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상황과 인용되는 상황을 모두 언급하고 있는데 탄핵소추가 인용될 경우 계엄선포 권한은 황교안이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계엄 문건의 실행의사 유무 판단은 황교안과 조현천과의 사전 의사 연락이 중요해 보인다.
2017년 3월 경 황교안이 참여한 공식 행사에 조현천이 4회 참석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조현천이 황교안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합동수사단은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봐야 피의자의 관여 여부 등 그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인다”라며 “조현천의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참고인중지한다”라고 결정했다.
▲ 토착왜구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김관진-한민구] 조현천과 배치되는 진술
조현천과 김관진-한민구의 관계는 보다 자세히 기재돼 있다. 김관진-한민구는 박근혜-황교안과 달리 소환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진술 취지도 불기소 이유서에 담겨 있다. 합동수사단은 두 사람의 진술과 조현천 및 다른 관계자의 진술이 배치된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조현천의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참고인중지한다”는 결과는 박근혜-황교안과 같았다. 아래는 주요 내용이다.
김관진은 조현천에게 위수령 또는 계엄과 관련된 지시를 하거나 모의한 적이 없고 조현천이나 한민구로부터 계엄 문건에 대해 보고받은 적도 없어 자신은 본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김관진은 2016년 10월 경 신○○(국방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해 계엄 선포 등을 검토시켰고 그 과정에서 위 행정관으로부터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시 대처방안과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 위와 같이 보고받은 방안들은 계엄 문건에 포함된 내용과 일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기우진은 조현천으로부터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하고 국회가 계엄해제를 건의할 경우 국회를 해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본건 계엄 문건에 반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춰 봐도 당시 김관진과 조현천 사이에 모종의 의사 연락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한편 김관진은 2017년 2월 10일 경 청와대를 방문한 조현천을 만난 사실도 확인된다.
한민구는 ▲ 2017년 2월 17일 경 조현천에게 ‘(중략) 국회에서 더 질의가 있을 것 같으니 전반적인 군 병력 출동 문제에 대하여 위수령 등 관련 법령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종합적으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더 검토시키려고 한다’고 하자 ▲ 조현천이 ‘그럼 저희도 검토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고 했고 ▲ 이에 ‘그럼 한 번 해보라’고 하여 기무사에서 계엄 문건을 만들게 된 것일 뿐 위수령 또는 계엄의 시행과 관련된 구체적 지시는 한 적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조현천은 우편진술서를 통해 한민구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한민구의 진술과 다소 배치된다. 계엄선포 건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한민구의 위와 같은 발언 시점 전후로 기무사에서 TF를 구성해 계엄 문건을 작성하기 시작한 정황이 확인된다. 계엄 문건의 작성 및 보고 시점 전후인 2017년 2월 22일 경 및 3월 6일 경 한민구가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도 확인된다.
▲ 국방부 장관에게 귓속말 하는 조현천 기무사령관 2015년 7월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합동수사단, 사실상 수사 덮어버려”
합동수사단은 계엄령 문건의 문제를 “국헌문란”, “폭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엄중하게 판단했다. 합동수사단은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비상사태로 보기 부족한 상황에서 위수령과 계엄으로 병력을 동원해 일반 시민들의 집회·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입법·행정·사법기관 등을 통제하려 한 것”이라며 “계엄 문건의 계획대로 실행됐을 경우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될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계엄 문건에 나타나는 위수령과 계엄의 실행 및 구체적인 수행방안들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위협이 되는 등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가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할 경우 폭동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일응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합동수사단의 수사 과정 및 결과를 놓고 “선별적이고 피상적이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안의 엄중함에 비해 수사 과정 및 결과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합동수사단은 조현천이 도주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사실상 수사를 덮어버렸다. 황교안 등은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헌정 질서를 뒤엎으려 한 사건을 이런 식으로 수사하고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나”라고 지적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위 인물들의 불기소 처분은 합동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1월 7일 내려졌고 11월 13일 발송됐다. 불기소 결정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발행했으며, 결정서 통지문에는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혀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2일 “(합동수사단이 수사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현 윤석열 검찰총장이었고 합동수사단의 민간 쪽 책임자가 노만석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였다”라며 “윤 총장이 (계엄령 문건 관련) 사안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직무유기도 일부 성립되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23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를 통해 “합동수사단은 2018년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조직과는 별개의 독립수사단(실제 설치 장소도 서울동부지검)으로 구성됐다”라며 “합동수사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불기소 결정서 통지문에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힌 것과 관련해선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가 합동수사단에 직무대리 형태로 가서 일한 것이기 때문에, 합동수사단 수사가 마무리된 후엔 관할 등을 고려해 형식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한 것”이라며 “강원랜드 수사단이나 김학의 수사단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설명했다.
▲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민·군 합동수사단” 수사 결과에 따른 불기소결정서 통지문. ⓒ 불기소이유통지문 갈무리
▲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민·군 합동수사단” 수사 결과에 따른 불기소 결정서 일부. ⓒ 불기소 결정서 갈무리
출처 [단독] “계엄령 문건=폭동 가능성” 판단해놓고, 수사단은 왜?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영국의 절규 “우리는 동료들 죽음 해결할 의지가 있나?” (0) | 2019.10.25 |
---|---|
‘계엄령’ 수사가 ‘표창장’ 수사보다 못해선 안 된다 (0) | 2019.10.25 |
“독도 출동시간 절반 단축”…울릉도 사동항 확장 한창 (0) | 2019.10.25 |
‘김용균재단’ 세운 김미숙 대표 “사람 기리는 재단 아니다” (0) | 2019.10.25 |
삼성물산 1조6천억원대 분식회계 뒤늦게 드러나 (0) | 2019.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