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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의 절규 “우리는 동료들 죽음 해결할 의지가 있나?”

권영국의 절규 “우리는 동료들 죽음 해결할 의지가 있나?”
[현장] ‘문재인 정권 생명안전제도 개악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
[오마이뉴스] 김종훈 | 19.10.23 18:44 | 최종 업데이트 : 19.10.23 19:05


▲ 민주노총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김종훈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게 만들겠다.”

2017년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시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참석해 남긴 말이다.

2년 6개월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 모인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는 생명안전 정책 약속을 파기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와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잡아놓고 경총과 자본의 요구만 받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매년 2400명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일터를 방치하고 있다. 과로사로 죽는 노동자만 1년에 370명에 달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어디에도 구의역 김군과 태안화력 김용균, 하청노동자가 없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800여 명은 중대재해기업처벌특별법 제정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제정, 작업중지명령 제도 개정, 노동자 참여 및 알권리를 보장하는 산업안전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우리는 동료들의 죽음을 해결할 의지가 얼마나 있나?”

▲ 민주노총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김종훈

故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이동무대 차량에 올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우리는 동료들의 죽음에 얼마나 절절한지 묻고 싶다”면서 “우리는 정말로 그들의 죽음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가? 이 결의대회가 노동자의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외쳤다.

“문재인 정부는 김용균 노동자가 죽었을 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유가족들이 더 이상 아픔을 겪지 않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균 특조위가 권고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고안은 기술적 대체가 아니다. 그것은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를 바꾸라는 권고다.”

권 변호사는 “위험하기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게 아니”라면서 “위험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게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자들을 향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지켜지려면 우리가 힘을 다해 싸워야 한다. 중대재해기업법과 징벌적손해배상 제도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민주노총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김종훈

현장에는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함께했다. 그는 오는 26일 김용균재단 창립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엊그제 같던 용균이의 사고가 열 달이 넘었다”면서 “60일 간의 혹독한 싸움을 거쳐 산업안전법을 통과시켰는데 현장은 바뀐게 전혀 없다. 곧 돌아올 1주기 때 아들 앞에서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라고 담담히 말을 이었다.

“한해 2400명이 산업재해를 당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평균 432만 원의 벌금만 내면 된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만 있으니 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책임을 방기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뿐이다.”

김씨는 “이 법만 실현되면 기업들이 알아서 안전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용균이가 사고로 떠났을 때처럼 여러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라고 현장에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 민주노총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김종훈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투쟁이 없으면 안전한 삶도 없다”면서 “22일 밀양역에서 발생한 사고(밀양역에 진입하던 새마을호에 치여 평탄화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도 작업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열차 감시원을 없애 발생한 인재다. 죽음의 일터를 막기 위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결합해야 한다. 물러섬 없이 투쟁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결의대회 후 ‘진짜 김용균법 개정을 요구한다’면서 故 김용균씨의 얼굴이 그려진 엽서를 정부서울청사를 향해 던졌다. 당초 민주노총은 주요 요구사항을 담은 엽서를 정부청사 외벽에 부착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제지로 준비한 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들은 엽서를 던진 후 ‘뒤집자, 죽음의 일터. 쟁취하자, 노동안전’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을 하며 결의대회를 마무리 했다.

▲ 민주노총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김종훈


출처  권영국의 절규 “우리는 동료들 죽음 해결할 의지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