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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검찰, ‘계엄령 문건 사건’ 은폐·축소 수사해..진상 밝혀야”

군인권센터 “검찰, ‘계엄령 문건 사건’ 은폐·축소 수사해..진상 밝혀야”
합수단이 한민구·김관진 등 문건 작성에 개입했다는 진술 확보하고도 수사 중단
[민중의소리] 이소희 기자 | 발행 : 2019-10-29 13:21:20 | 수정 : 2019-10-29 13:21:20


▲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탄핵 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추가제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2019.10.29 ⓒ민중의소리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계엄령 문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은폐·축소된 정황이 드러났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이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4층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16~2017년 간 진행됐던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군이 위수령·계엄령 등 선포를 계획한 ‘계엄령 문건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확보된 공익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 측에 따르면, 복수의 제보자들이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내 계엄령 관련 논의가 2017년 2월 17일 이전에 시작됐고 관련 업무가 여러 경로에서 진척중이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이런 사실을 군·검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조사에서 여러 참고인들이 진술했으나, 검찰이 이를 감안해 수사하거나 조치하지 않고 피의자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해 합수단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고발로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자들을 수사했다. 작년 11월 이들은 핵심 피의자 조현천(전 기무사령관)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조현천의 윗선으로 볼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현 토착왜구당 대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8명에겐 참고인 중지 처분을 했다.

▲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정의철 기자

이날 군인권센터는 합수단이 한 전 장관에게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리며 밝힌 처분 사유 내용과 제보자들의 증언이 불일치하는 부분을 짚어냈다.

합수단은 처분 사유에서 ‘한민구는 2017년 2월 17일 조현천에게 위수령 등 관련 법령 종합 검토를 지시했고, 이후 기무사에서 계엄문건을 만들었다고 진술한다’면서, 이는 ‘한민구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했다’는 조현천의 우편진술서 내용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 제보자들의 이야기는 한민구의 진술과 다르다. 이들은 조현천이 2017년 2월 10일 기무사 3처장 소강원을 불러 계엄령 보고를 요구했고, 수기로 문건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실무자의 손에서 작성된 5장 분량의 문건은 2월 16일 조현천에게 보고됐으며, 문건을 본 조현천은 소강원에게 ‘계엄TF(일명, 미래 방첩업무 발전방향TF)’ 구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2월 17일 오전 열린 TF 첫회의에서 소강원은 국회 해산 계획 등 초법적 내용을 고려하라는 조현천의 지시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 미국에 도피중이라는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양지웅 기자

이들의 제보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한민구의 진술은 거짓이고 2017년 2월 17일 전부터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진행중이었던 셈이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한민구에 대한 불기소 처분장의 다른 부분엔, 조현천이 2017년 2월 10일 청와대에 들어가 김관진을 만났다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한다. 김관진이 2016년 10월 경 국가안보실에서 계엄령 관련 문건 작성 지시를 한 적이 있고, 2017년 2월 22일 작성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이 국가안보실 계엄령 문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을 볼 때, 계엄령 관련 논의가 황교안 권한대행 하의 청와대에서도 오갔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군인권센터 제보자들은 이러한 내용들이 지난해 합수단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통해 검찰이 이미 다 확보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측은 이들의 제보로 미루어보면 “한민구와 김관진이 거짓말을 했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 충분히 구속 수사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그렇게 한 까닭이 궁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보자들이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계엄령 문건은 총 10개’라고 밝혔다면서, 검찰이 이에 대한 사실관계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문건은 10개의 문건 중 2개인데, 그 외 문건들의 실존 여부, 변천 과정, 최종 문건 내용 등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보자 진술의 사실 여부와, 이중 검찰이 ‘최종본’으로 판단한 문건은 어떤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상세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열린 계엄령 문건 관련 추가 제보 폭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10.29 ⓒ민중의소리

군인권센터 측은 “제보가 모두 사실이라면, 검찰은 조현천이 없어도 충분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중단해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하고 증거 인멸할 시간을 준 셈”이라며 “부실 수사에 대한 국민 분노가 날로 커져가므로, 검찰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이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위와 같은 진술을 확보했는지, 군 인권센터가 받은 제보가 사실인지, 두 가지 모두 사실이라면 검찰이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불기소 처분장을 작성한 경위가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임태훈 소장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자료가 저희 자료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파헤칠 동력이 있는데, 그것을 왜 하지 않았을까? 검찰이 누구를 보호하려 수사를 깔아뭉갰는지 궁금하다”면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는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명백하다. 검찰이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추가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군인권센터 “검찰, ‘계엄령 문건 사건’ 은폐·축소 수사해..진상 밝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