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견’은 엄연히 불법인데, 도로공사는 사과도 않나
사과도 위로도 없는 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
[민중의소리] 고희철 기자 | 발행 : 2019-10-28 15:52:10 | 수정 : 2019-10-28 15:52:10
지난 8월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도로공사 소속인지, 외주업체 소속인지를 법원이 최종 판단했다. 알려진 대로 368명 원고 중 절차상 판단이 엇갈린 2명을 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즉 실제 사용자가 도로공사라는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을 통해 이날 대법원의 판단을 좀 더 들여다보자. 대법원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영업소를 통일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외주업체 근무자들(노동자)과 피고(도로공사)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다른 판단의 근거로 “도로공사의 영업규정, 영업운영 업무기준 등과 각종 업무처리지침이나 업무 관련 매뉴얼 등은 노동자들의 근무방법이나 업무처리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는 “노동자들은 도로공사가 제공한 양식에 따라 근무확인서, 제한차량 적발대장, 비정상 미납차량 심사대장, 부정통행차량 적발경위 및 조치서 등 각종 일지․대장 등에 업무수행 결과를 기재하여 도로공사 직원의 결재 또는 확인을 받았다”고 적시됐다.
또한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도로공사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과 명찰을 착용하고 도로공사 직원과 함께 도로공사의 규정 등을 준수하며 작업을 수행한 점, 노동자들과 도로공사 영업소 관리자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통행료 수납업무, 체납차량 단속업무, 운행제한차량 단속업무를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자들이 도로공사 사업에 편입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외주업체에 대해 대법원은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직전까지 도로공사 직원이었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통행료 수납업무 수행만을 위해 존재하고 도로공사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주업체가 노동자들에게 행한 업무지시는 도로공사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침을 반복․강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수납 노동자들이 도로공사의 지시를 받아 도로공사 정규직들과 함께 상시적으로 업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외주업체는 독자적 실체가 없이 도로공사의 업무를 중간에서 전달만 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용역계약은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인 고속국도 입․출구에 설치된 도로공사 영업소의 운영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실제로 도로공사의 지침에 의해 노동자들이 통행료 수납업무 외에도 ‘설 연휴기간 홍보캠페인 협조, 통행료 지불수단 선진화 관련 홍보, 단말기할인판매, 신용카드형 후불 하이패스카드 홍보, 언론사 취재 및 인터뷰 대응요령 숙지’ 등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고속도로 관리를 주업무로 하는 도로공사에서 통행료 수납은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즉 분리할 수 없는 업무임은 당연하다. 도로공사는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면서도 수납 노동자들에게 각종 부대업무도 수행하도록 했다.
이렇게 대법원은 조목조목 명백하게 도로공사 사용자라고,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그간 외주업체가 사용자라며 책임을 회피한 것을 불법파견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그렇다면 2013년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 6년 동안 법정에서 싸워온 도로공사는 판결에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그간 사용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공기업이 불법을 저지른 것을 반성했을까?
그렇지 않다. 대법원 선고 당일 도로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도로공사(사장 이강래)는 용역사를 통한 수납업무가 불법파견이었다는 대법원의 판결결과를 존중하며, 오늘 판결 결과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직원으로 의제되거나 한국도로공사에 채용의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이에 필요한 후속조치를 바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것이야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 아닌가. 짤막한 보도자료에는 “세부적인 내용은 9월초 밝히겠다”는 말만 덧붙여져 있었다. 반성, 사과는커녕 하다못해 유감이나 위로의 뜻도 없었다. 대법원을 판결을 거부하겠다고 하지 않았으니 고마워해야 하는가.
그 뒤로도 도로공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도로공사 대법원 판결 직전인 7월 1일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모두 이양했다. 직접고용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에게도 도로공사에 들어와 다른 업무(고속도로 관리나 미화 등)를 하던지 수납 업무를 하려면 자회사로 옮기던지 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사실상 대법 판결 취지를 부정하는 도로공사 대책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40일을 넘겨 농성 중이다.
도로공사는 지난달 18일 “노조의 사옥 불법 점거로 직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여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9일 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는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반쪽 합의’를 했다. 대법원 판결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당연히 민주노총 톨게이트 조합원들은 본사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반발했다.
이날 이강래 사장은 기자들에게 입장을 전했다. 이 사장은 “그간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오늘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과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만 죄송할 뿐 역시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불법파견 판결에 사기업들의 태도는 한결같다. 승소한 사람만 직접고용하겠다, 즉 직접고용 되고 싶으면 재판을 받으라거나 해당 업무를 외주화해버리는 식이다. 이런 뻔뻔한 태도를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애초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 사용자 의무를 다했다면 받지 않았을 수도 있는 차별과 부당대우, 고용불안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노동자 농성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면, 그 근본책임도 역시 불법파견한 도로공사에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이강래 사장은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역임한 대표적 중진이며, 차기 총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앞으로 펼칠 정치란 도대체 어떤 것일지 암담하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이들 외에 1천여명 노동자들의 소송이 현재 1·2심에 계류 중이다. 이들 역시 도로공사 노동자가 되려면 승소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송에 이기더라도 도로공사에게 사과나 위로의 말을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처 [기자수첩] ‘불법 파견’은 엄연히 불법인데, 도로공사는 사과도 않나
사과도 위로도 없는 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
[민중의소리] 고희철 기자 | 발행 : 2019-10-28 15:52:10 | 수정 : 2019-10-28 15:52:10
지난 8월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도로공사 소속인지, 외주업체 소속인지를 법원이 최종 판단했다. 알려진 대로 368명 원고 중 절차상 판단이 엇갈린 2명을 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즉 실제 사용자가 도로공사라는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을 통해 이날 대법원의 판단을 좀 더 들여다보자. 대법원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영업소를 통일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외주업체 근무자들(노동자)과 피고(도로공사)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다른 판단의 근거로 “도로공사의 영업규정, 영업운영 업무기준 등과 각종 업무처리지침이나 업무 관련 매뉴얼 등은 노동자들의 근무방법이나 업무처리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법원이 톨게이트 수납원 근로자 지위소송에 대해 판결을 내린 8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승소한 톨게이트 노조들이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8.29. ⓒ뉴시스
판결문에는 “노동자들은 도로공사가 제공한 양식에 따라 근무확인서, 제한차량 적발대장, 비정상 미납차량 심사대장, 부정통행차량 적발경위 및 조치서 등 각종 일지․대장 등에 업무수행 결과를 기재하여 도로공사 직원의 결재 또는 확인을 받았다”고 적시됐다.
또한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도로공사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과 명찰을 착용하고 도로공사 직원과 함께 도로공사의 규정 등을 준수하며 작업을 수행한 점, 노동자들과 도로공사 영업소 관리자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통행료 수납업무, 체납차량 단속업무, 운행제한차량 단속업무를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자들이 도로공사 사업에 편입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외주업체에 대해 대법원은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직전까지 도로공사 직원이었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통행료 수납업무 수행만을 위해 존재하고 도로공사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주업체가 노동자들에게 행한 업무지시는 도로공사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침을 반복․강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수납 노동자들이 도로공사의 지시를 받아 도로공사 정규직들과 함께 상시적으로 업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외주업체는 독자적 실체가 없이 도로공사의 업무를 중간에서 전달만 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용역계약은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인 고속국도 입․출구에 설치된 도로공사 영업소의 운영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실제로 도로공사의 지침에 의해 노동자들이 통행료 수납업무 외에도 ‘설 연휴기간 홍보캠페인 협조, 통행료 지불수단 선진화 관련 홍보, 단말기할인판매, 신용카드형 후불 하이패스카드 홍보, 언론사 취재 및 인터뷰 대응요령 숙지’ 등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고속도로 관리를 주업무로 하는 도로공사에서 통행료 수납은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즉 분리할 수 없는 업무임은 당연하다. 도로공사는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면서도 수납 노동자들에게 각종 부대업무도 수행하도록 했다.
이렇게 대법원은 조목조목 명백하게 도로공사 사용자라고,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그간 외주업체가 사용자라며 책임을 회피한 것을 불법파견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서울 요금소 관계자들이 빠른 통행을 위해 진입하는 차량에게 통행권을 뽑아주고 있다. (2015.08.14) ⓒ뉴시스
대법 판결 당일 “존중하겠다”는 말뿐인 도로공사
아직까지 반성도, 사과도, 위로도 없다
아직까지 반성도, 사과도, 위로도 없다
그렇다면 2013년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 6년 동안 법정에서 싸워온 도로공사는 판결에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그간 사용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공기업이 불법을 저지른 것을 반성했을까?
그렇지 않다. 대법원 선고 당일 도로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도로공사(사장 이강래)는 용역사를 통한 수납업무가 불법파견이었다는 대법원의 판결결과를 존중하며, 오늘 판결 결과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직원으로 의제되거나 한국도로공사에 채용의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이에 필요한 후속조치를 바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것이야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 아닌가. 짤막한 보도자료에는 “세부적인 내용은 9월초 밝히겠다”는 말만 덧붙여져 있었다. 반성, 사과는커녕 하다못해 유감이나 위로의 뜻도 없었다. 대법원을 판결을 거부하겠다고 하지 않았으니 고마워해야 하는가.
그 뒤로도 도로공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도로공사 대법원 판결 직전인 7월 1일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모두 이양했다. 직접고용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에게도 도로공사에 들어와 다른 업무(고속도로 관리나 미화 등)를 하던지 수납 업무를 하려면 자회사로 옮기던지 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사실상 대법 판결 취지를 부정하는 도로공사 대책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40일을 넘겨 농성 중이다.
도로공사는 지난달 18일 “노조의 사옥 불법 점거로 직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여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9일 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는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반쪽 합의’를 했다. 대법원 판결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당연히 민주노총 톨게이트 조합원들은 본사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반발했다.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10 ⓒ정의철 기자
이날 이강래 사장은 기자들에게 입장을 전했다. 이 사장은 “그간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오늘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과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만 죄송할 뿐 역시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불법파견 판결에 사기업들의 태도는 한결같다. 승소한 사람만 직접고용하겠다, 즉 직접고용 되고 싶으면 재판을 받으라거나 해당 업무를 외주화해버리는 식이다. 이런 뻔뻔한 태도를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애초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 사용자 의무를 다했다면 받지 않았을 수도 있는 차별과 부당대우, 고용불안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노동자 농성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면, 그 근본책임도 역시 불법파견한 도로공사에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이강래 사장은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역임한 대표적 중진이며, 차기 총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앞으로 펼칠 정치란 도대체 어떤 것일지 암담하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이들 외에 1천여명 노동자들의 소송이 현재 1·2심에 계류 중이다. 이들 역시 도로공사 노동자가 되려면 승소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송에 이기더라도 도로공사에게 사과나 위로의 말을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처 [기자수첩] ‘불법 파견’은 엄연히 불법인데, 도로공사는 사과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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