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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일 생사 오가던 ‘학생 환자’는 배로...헬기는 해경청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생사 오가던 ‘학생 환자’는 배로...헬기는 해경청장이
원격의료시스템 산소포화도 69%...“사망 단정키 어려워”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9-10-31 15:17:30 | 수정 : 2019-10-31 15:31:38


▲ 헬기로 긴급이송해야 할 A군을 P정으로 옮긴다고 하니, 황당해 하는 현장 관계자들 모습.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24분에 발견된 단원고 학생에 대한 산소포화도가 측정 당시 69%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급하게 사망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를 원격의료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의사는 ‘신속한 환자 이송’을 명령했지만, 해경은 환자를 근처에 있던 헬기로 이송하지 않고 배로 옮겼다. 헬기를 탔다면 25분 소요됐을 시간은 4시간 41분 소요됐다. 학생이 탔어야 할 헬기엔 황당하게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탑승했다고 한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회적참사특조위)는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간담회 본격 시작에 앞서 문호승 사회적참사특조위 소위원장은 “오늘 보고 드릴 내용은 새로운 사실”이라며 “발견한 ‘환자’를 인근병원까지 어떻게 이송했는지 중점을 두고 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오늘 이 내용을 발표하는 이유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주된 업무로 하는 분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생명안전을 당부드리고자 간담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세월호 참사 당일 17시 24분경 학생 A군을 올렸다는 보고 장면.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침몰 5시간 이후 “익수자 한 명 올렸다”
원격의료시스템 측정 산소포화도 69%
“헬기 도착”...“위중한데 왜 헬기 안 태워?”

이날 사회적참사특조위는 자료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세월호가 침수되기 시작한 100분후부터 시간순서대로 당시 언론보도와 해경이 찍은 영상자료를 나열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5시간 이상이 지난 오후 5시 24분경, 해경 소속 선박 1010함 단정 관계자가 “여기 P1010 넘버 투 단정. 지금 익수자(溺水者, 물에 빠진 사람) 한 명. 익수자 한 명 올렸습니다”라고 보고한다. 구명조끼를 입은 단원고 학생 A군이 발견된 것이다. 이어 오후 5시 26분경 다시 이 관계자는 “1010함 단정입니다. 익수자 한 명, 익수자 한 명 단정에 태우고 (해경 선박) 3009함으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그리고 “오후 5시 30분경 3009함에 인계 완료”라는 3009함 항박일지 내용이 나온다.

A군을 발견 후 11분 경과된 시점인 오후 5시 35분, 생사확인 등을 위해 원격의료시스템이 가동된다. 그리고 곧바로 이 원격의료시스템을 통해 익수자의 상태를 확인한 한국병원 응급의료진은 ‘A군 목포한국병원 이송조치 지시’를 발송한다.

이때 3009함 항박일지에 따르면, 오후 5시 40분경 3009함에는 헬기 B-515가 착함했다고 한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헬기에 탑승한 사람은 A군이 아니라, 김석균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청장이었다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에 대한 응급의료 채증은 오후 5시 47분부터 시작됐다. 이 채증 영상에서 ‘해양경찰’은 누워있는 A군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영상을 찍고 있는 이는 “신원미상의 남성, 현재 호흡 없으며, 산소포화도 제로임”이라고 말한다.

이어 원격의료시스템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목포한국병원, 들리세요? 3009함입니다”라고 하자, 병원 측에서 “원격시스템이 연결됐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런데 한국병원 측 원격의료시스템에 나타난 바이탈 사인 산소포화도는 69%. 목포한국병원 응급의는 해양원격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의료지도를 시행했고 헬기로 이송조치 지시를 발송한다.

▲ 원격의료시스템에 뜬 산소포화도.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6시 4분경 A군을 긴급이송할 헬기가 A군이 있는 해경함정에 도착했다.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A군 발견 후 40분 경과된 오후 6시 04분경, “헬기 선회 중에 있어, 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헬기 도착”, “예”, “완료”, “바로 데리고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등의 관계자들 목소리가 순서대로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헬기로 긴급 이송될 줄 알았던 학생은 헬기에 탑승하지 못한다. 중간에 어떤 이유에선지 헬기가 아니라 P22정으로 이송하라는 지시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 시각 3009함 헬기장에는 해경 헬기 B-517이 착함 중이었다. 그리고 A군이 P22정으로 이송된 직후, 해경 고위관계자들이 헬기에 탑승한다.

그 시각, 강병규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장(안전행정부 장관)은 구조 및 수색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한다. 브리핑에서 강 본부장은 “사망은 조금 전에 한 명 더 늘어서 3명이 되겠습니다. 선사 직원 여성 1명, 그리고 단원고 2학년 학생 1명, 그리고 아직 신원은 확인이 안되었습니다만, 남자로서, 학생으로 추정됩니다”라고 밝힌다. 이어 “저희들은 모든 인력을 총 동원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내고, 반드시 생사여부를 확인해서 최선을 다해서 구조활동 하겠다는 말씀드리고”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오후 6시 35분경 채증영상에선 관계자들이 다급하고 답답하다는 듯 말한다 “헬기 안 옵니까?”, “헬기로 옮겨야지 P정으로 어떻게 옮겨요?”, “여기가 위중한데…

A군 발견 후 1시간 36분 경과된 오후 7시, 김수현 서해청장은 세월호 수색 및 구조상황에 대한 기자 브리핑을 진행한다. “금일 18시 기준으로 함정 164척, 항공기 24대, 특수구조단 178명 동원하여 사고현장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습니다.”

▲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최초 익수자 발견부터 병원 도착 시점까지의 구체적 동선, 조치내용, 시간 경과 등을 확인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추가 조사를 거쳐 수사요청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10.31. ⓒ뉴스1


“병원 이송 후 물리적 조치 필요했다”

사회적참사특조위 조사에 따르면, 3009함에서 P22정으로 옮겨진 A군은 이후 20분 후 다시 P112정으로, 그리고 또 다시 P39정으로 옮겨진 뒤, 전남 진도군 서망항으로 이송된다. 그 사이 A군은 ‘환자’에서 ‘시신’으로 명명(19시 15분경)되고, 오후 10시 05분에서야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한다. 발견 후 4시간 41분이나 경과된 이후였다.

영상 시청 후,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은 “영상에서 봤듯이 (현장에서 오후 5시 47분경) 산소포화도 제로라고 보고했으나, 12분 지난 뒤인 오후 5시 59분 상황에서는 이내 맥박이 불규칙하게나마 잡히고, 산소포화도가 69%로 잡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어떻게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묻자, 박 국장은 “응급분야를 전공한 의사들과 상의를 해봤는데, 아마도 (오후 5시 47분경엔) 산소포화도 측정을 위해 손가락 끝에 짚는 게 부착 안 됐을 것으로 보인다. 12분 만에 제로에서 69%로 올라가는 건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인의 산소포화도는 90% 이상”이라며 “9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저산소증으로 분류되고, 그래서 69%는 상당히 긴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생존했다고 100% 장담하긴 어렵지만, 사망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전공의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제10조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응급구조사 업무지침은 ‘의학적으로 소생가능성이 없어 지도의사가 중단 및 미실시를 지시한 경우’에 한해서 구조행위 중단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소생불능의 기준을 ‘두부 또는 체간의 절단, 신체의 부패, 사후강직, 시반이 발생한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장훈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특조위는 참사 당일 해경이 희생자를 발견하고도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4시간 41분이 걸리는 등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9.10.31. ⓒ뉴스1

박 국장이 밝힌 전문가들과 면담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응급의료진들과 직접 면담했다. 모두가 바이털 사인만으론 생존가능성은 희박할 순 있다, 그러나 사망으로 단정할 순 없다, 이유는 병원으로 이송해서 물리적인 전문처치를 받는 게 가장 긴급하고 전문적인 처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심정지 상태로 추정되는데, 이 상황에선 CPR 등 심폐소생술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고, 그보단 기도를 열고 기도에 삽관하고, 주사를 통한 물리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판단이다.”

또 그는 자료영상을 보여주며 “이날 오후 2시 40분에 헬기들이 팽목항에 대기 중인 것을 볼 수 있다”며 “현장에서 철수하란 지시를 받고 대부분 헬기가 팽목항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상사고의 경우 표류가능한 권역이 넓으므로 표류자 확인을 위해 헬기 수색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11대 헬기와 17대 항공기가 투입됐다’는 목포해경 상황보고서와는 다르게, 헬기 다수는 팽목항에 대기 중이었고, 참사 현장에서 수색활동 중인 헬기는 거의 확인이 안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발표와 질의응답 순서가 모두 끝나고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가족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심장이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억울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오늘 발표는 한마디로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 있었는데, 적절한 응급조치가 안 돼 희생됐다는 것”이라며 “명백한 살인”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살인자들을 끝까지 용서치 않겠다. 우린 책임자 전원이 처벌받을 때까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세월호 참사 당일 생사 오가던 ‘학생 환자’ 배로 이송...헬기는 해경청장이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