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거짓말”이라 한 이대 교수의 ‘거짓말 대잔치’
박석순, 보수 유튜브 방송 출연해 발언... 일단 영화부터 보시라
[오마이뉴스] 이선필 | 19.11.22 09:17 | 최종업데이트 : 19.11.22 11:51
한동안 몸 사리고 있던 그가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창 절찬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바로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다. 2017년 12월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가 거듭 취재요청을 했음에도 거부하고, 결국 영화에선 과거 4대강 사업 때 자신이 한 주장을 검증하는 기자 질문에 쫓기듯 도망치기 바빴던 그 사람이다.
지난 18일 포털사이트에 난데없는 기사가 하나 떴다. 현재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거짓말 대잔치’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정규재씨가 운영하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박석순씨 사진이 당당하게 포털사이트에 걸려 있었다.
그는 ‘녹조가 끼면 배를 띄우면 된다(스크루가 돌면서 물이 정화될 수 있다는 논리)’, 소양호와 바이칼호는 녹조 없이 깨끗하다는 예를 들며 ‘물의 체류 시간과 녹조 현상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이명박의 대운하 사업을 적극 찬성하며 환경단체들이 선정한 ‘4대강 부역자 S급(스페셜급)’ 명단에 올랐던 인물이다.
2년 전 영화 제작진과 취재진은 몇 번이고 그를 만나 반론을 듣고자 했지만, 박석순씨는 전화를 피하거나 강의실로 찾아간 취재진을 보고 스스로 강의실을 걸어 잠가 자신은 물론이고 학생들도 오랜 시간 밖에 못 나가게 해 ‘셀프 감금’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그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는 이 기사(‘셀프 감금’된 MB 아바타 “전 원조가 아니라니까요”)에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궁금했다. 영화는 개봉했고, 그때 반론을 거부했던 박석순씨가 대체 어떤 새로운 주장을 할지 말이다. 이미 <오마이뉴스>, MBC < PD수첩 > 등에선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석순 교수 등이 ‘4대강사업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해 퍼뜨린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참고 : ‘가짜뉴스’ 생산한 적 없다는 정진석 의원, 딱 걸렸다)
진행자로 나온 정규재씨는 “목욕탕에 있는데 YTN에서 <삽질>을 소개하더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건 아니지만...”이라 운을 뗐다. 박석순씨 역시 “(김병기 감독) 옛날부터 대운하다 뭐다 오만가지를 다 (취재)하던 이들인데 날 마치 도망가는 사람으로 찍더라, 걸어갔는데 마치 도망한 것처럼... 그런 걸 모아서 영화를 만든 것”이라 화답했다.
자, 일단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안 봤다. 오히려 “안 봐도 비디오”라며 자신들이 기존에 해왔던 주장을 되풀이하는 식이었다. 박석순씨는 “아니 강의하고 나오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법적으로 문제없는 거냐”라며 정규재씨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 교수에게 권한다. 이 부분은 법적으로 자문해 보는 걸 말이다. 참고로 공인의 초상권은 공익과 충돌할 경우 제한되는 게 추세긴 하다. 정말로 <삽질>이 거슬리고 부당한 영화라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걸어 봄직하지 않나.
인공 호수가 있는 중국 북경 이화원이나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예로 들며 “모든 문명이 삽질에서 시작됐다”는 아무 의미 없는 그들의 말은 일단 접어두겠다. <삽질> 팀이 정말 원하는 건 녹조 생성 조건이나 4대강 사업의 실익을 박석순 교수가 정말로 학자의 양심을 걸고 인정하는지 여부니까 말이다.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4대강 사업 이후 지천에 득실거렸는데 여전히 4대강 사업으로 강을 살렸고, 수질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지가 정말로 궁금하니 말이다.
방송에서 박석순씨는 기존에 해왔던 주장을 반복하고 있었다. 여러 신문 기사를 예로 들며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녹조가 존재했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홍수와 가뭄이 있었는데 사업 이후 확 줄었다’, ‘유엔환경계획이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해외 매체에서 4대강 살리기를 좋은 거라 인정하고 있다’ 는 등. 그가 말하는 논거는 보수 유튜브 채널이나 가짜 뉴스 형태로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다.
반복해서 기사로, 또 영상으로 보도해 왔지만 박씨가 세상에 나와서 목소리를 낸 만큼 한 번 더 정리하려 한다. 그의 말대로 녹조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본류가 아닌 낮은 수위의 지천 및 지류 등 녹조가 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환경에서 말이다. 큰 줄기의 물이 흐르는 금강, 낙동강, 한강, 영산강 같은 4대강 본류에는 거의 없었던 녹조가 16개의 대형보로 강물이 막히면서 창궐했다.
녹조가 만들어지려면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햇빛과 수온, 인 등의 오염물질, 그리고 체류시간. 이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녹조가 생긴다. 박석순씨는 소양호나 심지어 바이칼 호수 예를 들며 이런 정체된 호수에 녹조가 생기지 않으니 보로 막힌 4대강의 강물 체류 시간이 길어진 것과 녹조는 관계없다고 주장해왔다. 소양호나 바이칼 호수 모두 기온이 매우 낮은 지역의 호수다. 햇빛과 수온이 맞지 않기에 애초에 녹조가 낄 수 없는 조건인 셈. 하지만 4대강 본류는 햇빛과 수온, 오염물질이 충족되는 상태다. 여기에 대형보로 물의 체류시간마저 길어지니 녹조가 피기에 딱 알맞은 조건이 된 셈이다.
실지렁이나 붉은 깔다구가 청소하는 동물이라는 해괴한 주장은 애써 반박하지 않겠다.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지표종, 그러니까 하수구나 웅덩이 같은 곳에 생겨나는 생물을 청소동물이라 부르는 그에게 묻고 싶긴 하다. 정말 환경 전문 학자가 맞는지 말이다. 애초에 물고기가 살 수 없는 4급수,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나타나는 지표종을 청소동물이라 주장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또한 해당 방송에서 박석순씨는 여러 신문 기사를 가져와 낙동강 상류, 하류 등에 물난리가 잦았다, 가뭄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태풍 루사 때는 복구비로 500억 원, 매미 때는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새로울 게 없는 주장이지만 역시 반박해 보겠다.
2002년과 2003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루사와 매미는 역대급 태풍이었다. 물적 피해가 막심했었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비극이었다. 루사의 경우 5조 1천억 원이라는 역대 1위 피해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의 주장대로 낙동강 등 4대강 본류 지역의 피해보다는 강원도 영동 지방, 산간 지방, 그리고 제주도 같은 도서 지방의 피해가 막심했다. 도심 지역 피해는 상대적으로 태풍 대비가 미비했거나 부실 공사가 의심되는 지역에서 컸다.
물론 4대강 지역의 피해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전체 피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그나마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천교 등도 본류와는 자동차로 40분 거리인 지류에 해당하는 곳이다. 애초에 4대강 본류에선 가뭄과 홍수가 없었다. 상류나 지류 등에선 당연히 가뭄과 홍수가 잦았지만 앞서 말했듯 4대강 본류에 세워진 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박석순씨 같은 찬성론자들이 원래 없던 걸 예방했다고 곡학아세 하는 셈이다. 녹조와 가뭄 및 홍수와 4대강 사업의 상관 관계를 정확히 알고 싶은 독자는 이 기사(이 영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꼭 봐야 합니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박석순씨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물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변화를 보니 4대강 사업 이후 보의 수문을 연 것보다 수문을 닫은 게 더 수질이 좋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매체가 그대로 받아써서 전파되기도 했다. 이 역시 일부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비교 대상을 일부러 가리는 식으로 비롯된 결과물이다.
디테일 속에 악마가 있다. 박씨는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서 2009년과 2013년 금강 하류 수질 데이터만 제시하고 있다. “두 데이터를 비교하니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38%,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27.8%, 총인(TP) 58.2%, 클로로필a(ChI-a) 47.6%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말이다.
박씨는 2013년을 4대강 사업의 완공 시점으로 보고 2009년에 비해 4개 항목의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지만, 보다 정확한 결론을 내려면 완공 이후 4, 5년간의 데이터를 더 비교했어야 한다. 전체 데이터를 보면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난 건 보를 닫아서가 아니라 2012년 무렵 하·폐수처리장의 총인처리시설 확충 시설을 개선한 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보를 닫았을 때 수질 악화가 됐다는 사실 또한 전체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이명박 살리고픈 조선일보의 ‘악마의 편집’)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 글엔 농업용수가 부족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개선됐다는 주장을 반박한 내용도 담겨 있다.
그밖에도 녹조로 플라스틱과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영국의 템즈강은 45개, 프랑스 센강은 34개, 미국 미시시피강에도 43개 보가 있는데 4대강 보가 무슨 문제냐는 식의 주장 등이 있다. 물론 일부는 사실이다. 녹조 속 성분이 플라스틱과 화장품 일부 성분과 일치하지만, 이는 독성이 생기지 않게 철저히 인공적으로 배양한 녹조에 해당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녹조엔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청산가리 20~200배에 해당하는 맹독물질이 포함돼 있다.
또한 세계 주요 도시들이 흐르는 강에 위와 같은 댐이나 보를 설치한 것은 맞지만 세계적으로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해 이를 폭파하고 해체하는 추세다. 특히 자유경쟁,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마저 지난 30년간 1500개의 댐을 철거해 왔다. 참고로 미국은 전체 댐이 9만 개가 넘는다. (참고기사 : 세계적 석학이 ‘4대강 부역자’에게 보낸 경고)
박석순씨 말처럼 국제사회가 마치 4대강 사업을 잘했다고 옹호하고 있을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눈길을 끄는 자본의 쓰레기들’로 표현한 세계 10대 건축물·시설에 4대강 사업을 포함시켰다. 4대강 사업 실체를 알게 된 세계 기구나 환경단체들은 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며 재자연화를 촉구하고 있다. 2014년엔 ‘인터내셔널 리버스’, ‘세계 습지 네트워크’, ‘분트’ 등 19개국 33개 환경단체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대체 4대강 부역자들의 뻔뻔함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박석순씨는 정규재TV 방송 중간중간에 <삽질>을 보지 말고 자신이 글을 기고한 책 <대한민국은 파괴되고 있는가>를 읽으라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뭐, 홍보야 개인 자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질문에 답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학자의 양심이 있는지 역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도망가지 않았다’던 박석순씨의 말을 반박하는 영상을 첨부한다. 몇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을 거부해서 반론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아갔던 순간임을 밝힌다. 14분 30초 부분부터 보시면 된다.
※ 전 국민이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삽질> 극장 단체관람 혹은 대관을 원하실 경우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신청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문의는 <삽질>의 배급사인 엣나인필름(070-7017-3319, 평일 10시-19시)로 부탁드립니다.
(단체관람 : 최소 30명 / 대관상영 : 최소 100명, 세부조율 가능)
출처 “영화 ‘삽질’ 거짓말”이라 한 이대 교수의 ‘거짓말 대잔치’
박석순, 보수 유튜브 방송 출연해 발언... 일단 영화부터 보시라
[오마이뉴스] 이선필 | 19.11.22 09:17 | 최종업데이트 : 19.11.22 11:51
▲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지지한 인물로 ‘부역자 S급’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그의 논문이나 주장은 여러 환경 전문가들에게 반박당하고 있다. ⓒ 김종술
한동안 몸 사리고 있던 그가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창 절찬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바로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다. 2017년 12월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가 거듭 취재요청을 했음에도 거부하고, 결국 영화에선 과거 4대강 사업 때 자신이 한 주장을 검증하는 기자 질문에 쫓기듯 도망치기 바빴던 그 사람이다.
지난 18일 포털사이트에 난데없는 기사가 하나 떴다. 현재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거짓말 대잔치’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정규재씨가 운영하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박석순씨 사진이 당당하게 포털사이트에 걸려 있었다.
그는 ‘녹조가 끼면 배를 띄우면 된다(스크루가 돌면서 물이 정화될 수 있다는 논리)’, 소양호와 바이칼호는 녹조 없이 깨끗하다는 예를 들며 ‘물의 체류 시간과 녹조 현상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이명박의 대운하 사업을 적극 찬성하며 환경단체들이 선정한 ‘4대강 부역자 S급(스페셜급)’ 명단에 올랐던 인물이다.
2년 전 영화 제작진과 취재진은 몇 번이고 그를 만나 반론을 듣고자 했지만, 박석순씨는 전화를 피하거나 강의실로 찾아간 취재진을 보고 스스로 강의실을 걸어 잠가 자신은 물론이고 학생들도 오랜 시간 밖에 못 나가게 해 ‘셀프 감금’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그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는 이 기사(‘셀프 감금’된 MB 아바타 “전 원조가 아니라니까요”)에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공중목욕탕에서 봤다는 <삽질>... 제대로 다 보셨나요
궁금했다. 영화는 개봉했고, 그때 반론을 거부했던 박석순씨가 대체 어떤 새로운 주장을 할지 말이다. 이미 <오마이뉴스>, MBC < PD수첩 > 등에선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석순 교수 등이 ‘4대강사업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해 퍼뜨린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참고 : ‘가짜뉴스’ 생산한 적 없다는 정진석 의원, 딱 걸렸다)
진행자로 나온 정규재씨는 “목욕탕에 있는데 YTN에서 <삽질>을 소개하더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건 아니지만...”이라 운을 뗐다. 박석순씨 역시 “(김병기 감독) 옛날부터 대운하다 뭐다 오만가지를 다 (취재)하던 이들인데 날 마치 도망가는 사람으로 찍더라, 걸어갔는데 마치 도망한 것처럼... 그런 걸 모아서 영화를 만든 것”이라 화답했다.
자, 일단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안 봤다. 오히려 “안 봐도 비디오”라며 자신들이 기존에 해왔던 주장을 되풀이하는 식이었다. 박석순씨는 “아니 강의하고 나오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법적으로 문제없는 거냐”라며 정규재씨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 교수에게 권한다. 이 부분은 법적으로 자문해 보는 걸 말이다. 참고로 공인의 초상권은 공익과 충돌할 경우 제한되는 게 추세긴 하다. 정말로 <삽질>이 거슬리고 부당한 영화라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걸어 봄직하지 않나.
▲ 영화 <삽질>의 스틸 사진. ⓒ 엣나인필름
▲ 영화 <삽질>의 스틸 사진. ⓒ 엣나인필름
인공 호수가 있는 중국 북경 이화원이나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예로 들며 “모든 문명이 삽질에서 시작됐다”는 아무 의미 없는 그들의 말은 일단 접어두겠다. <삽질> 팀이 정말 원하는 건 녹조 생성 조건이나 4대강 사업의 실익을 박석순 교수가 정말로 학자의 양심을 걸고 인정하는지 여부니까 말이다.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4대강 사업 이후 지천에 득실거렸는데 여전히 4대강 사업으로 강을 살렸고, 수질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지가 정말로 궁금하니 말이다.
방송에서 박석순씨는 기존에 해왔던 주장을 반복하고 있었다. 여러 신문 기사를 예로 들며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녹조가 존재했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홍수와 가뭄이 있었는데 사업 이후 확 줄었다’, ‘유엔환경계획이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해외 매체에서 4대강 살리기를 좋은 거라 인정하고 있다’ 는 등. 그가 말하는 논거는 보수 유튜브 채널이나 가짜 뉴스 형태로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다.
반복해서 기사로, 또 영상으로 보도해 왔지만 박씨가 세상에 나와서 목소리를 낸 만큼 한 번 더 정리하려 한다. 그의 말대로 녹조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본류가 아닌 낮은 수위의 지천 및 지류 등 녹조가 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환경에서 말이다. 큰 줄기의 물이 흐르는 금강, 낙동강, 한강, 영산강 같은 4대강 본류에는 거의 없었던 녹조가 16개의 대형보로 강물이 막히면서 창궐했다.
디테일 속에 악마가 있다
녹조가 만들어지려면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햇빛과 수온, 인 등의 오염물질, 그리고 체류시간. 이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녹조가 생긴다. 박석순씨는 소양호나 심지어 바이칼 호수 예를 들며 이런 정체된 호수에 녹조가 생기지 않으니 보로 막힌 4대강의 강물 체류 시간이 길어진 것과 녹조는 관계없다고 주장해왔다. 소양호나 바이칼 호수 모두 기온이 매우 낮은 지역의 호수다. 햇빛과 수온이 맞지 않기에 애초에 녹조가 낄 수 없는 조건인 셈. 하지만 4대강 본류는 햇빛과 수온, 오염물질이 충족되는 상태다. 여기에 대형보로 물의 체류시간마저 길어지니 녹조가 피기에 딱 알맞은 조건이 된 셈이다.
실지렁이나 붉은 깔다구가 청소하는 동물이라는 해괴한 주장은 애써 반박하지 않겠다.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지표종, 그러니까 하수구나 웅덩이 같은 곳에 생겨나는 생물을 청소동물이라 부르는 그에게 묻고 싶긴 하다. 정말 환경 전문 학자가 맞는지 말이다. 애초에 물고기가 살 수 없는 4급수,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나타나는 지표종을 청소동물이라 주장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또한 해당 방송에서 박석순씨는 여러 신문 기사를 가져와 낙동강 상류, 하류 등에 물난리가 잦았다, 가뭄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태풍 루사 때는 복구비로 500억 원, 매미 때는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새로울 게 없는 주장이지만 역시 반박해 보겠다.
2002년과 2003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루사와 매미는 역대급 태풍이었다. 물적 피해가 막심했었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비극이었다. 루사의 경우 5조 1천억 원이라는 역대 1위 피해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의 주장대로 낙동강 등 4대강 본류 지역의 피해보다는 강원도 영동 지방, 산간 지방, 그리고 제주도 같은 도서 지방의 피해가 막심했다. 도심 지역 피해는 상대적으로 태풍 대비가 미비했거나 부실 공사가 의심되는 지역에서 컸다.
물론 4대강 지역의 피해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전체 피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그나마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천교 등도 본류와는 자동차로 40분 거리인 지류에 해당하는 곳이다. 애초에 4대강 본류에선 가뭄과 홍수가 없었다. 상류나 지류 등에선 당연히 가뭄과 홍수가 잦았지만 앞서 말했듯 4대강 본류에 세워진 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박석순씨 같은 찬성론자들이 원래 없던 걸 예방했다고 곡학아세 하는 셈이다. 녹조와 가뭄 및 홍수와 4대강 사업의 상관 관계를 정확히 알고 싶은 독자는 이 기사(이 영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꼭 봐야 합니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이 26일 오전 4대강사업 준설작업 이후 모래가 재퇴적된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곡학아세 4대강 일등공신들 - 인하대교수 심명필, 이화여대교수 박석순, 경원대교수 차윤정, 위스콘신대교수 박재광 행복하십니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
박석순씨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물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변화를 보니 4대강 사업 이후 보의 수문을 연 것보다 수문을 닫은 게 더 수질이 좋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매체가 그대로 받아써서 전파되기도 했다. 이 역시 일부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비교 대상을 일부러 가리는 식으로 비롯된 결과물이다.
디테일 속에 악마가 있다. 박씨는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서 2009년과 2013년 금강 하류 수질 데이터만 제시하고 있다. “두 데이터를 비교하니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38%,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27.8%, 총인(TP) 58.2%, 클로로필a(ChI-a) 47.6%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말이다.
박씨는 2013년을 4대강 사업의 완공 시점으로 보고 2009년에 비해 4개 항목의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지만, 보다 정확한 결론을 내려면 완공 이후 4, 5년간의 데이터를 더 비교했어야 한다. 전체 데이터를 보면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난 건 보를 닫아서가 아니라 2012년 무렵 하·폐수처리장의 총인처리시설 확충 시설을 개선한 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보를 닫았을 때 수질 악화가 됐다는 사실 또한 전체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이명박 살리고픈 조선일보의 ‘악마의 편집’)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 글엔 농업용수가 부족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개선됐다는 주장을 반박한 내용도 담겨 있다.
도망간 자가 말이 많다
그밖에도 녹조로 플라스틱과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영국의 템즈강은 45개, 프랑스 센강은 34개, 미국 미시시피강에도 43개 보가 있는데 4대강 보가 무슨 문제냐는 식의 주장 등이 있다. 물론 일부는 사실이다. 녹조 속 성분이 플라스틱과 화장품 일부 성분과 일치하지만, 이는 독성이 생기지 않게 철저히 인공적으로 배양한 녹조에 해당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녹조엔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청산가리 20~200배에 해당하는 맹독물질이 포함돼 있다.
또한 세계 주요 도시들이 흐르는 강에 위와 같은 댐이나 보를 설치한 것은 맞지만 세계적으로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해 이를 폭파하고 해체하는 추세다. 특히 자유경쟁,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마저 지난 30년간 1500개의 댐을 철거해 왔다. 참고로 미국은 전체 댐이 9만 개가 넘는다. (참고기사 : 세계적 석학이 ‘4대강 부역자’에게 보낸 경고)
박석순씨 말처럼 국제사회가 마치 4대강 사업을 잘했다고 옹호하고 있을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눈길을 끄는 자본의 쓰레기들’로 표현한 세계 10대 건축물·시설에 4대강 사업을 포함시켰다. 4대강 사업 실체를 알게 된 세계 기구나 환경단체들은 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며 재자연화를 촉구하고 있다. 2014년엔 ‘인터내셔널 리버스’, ‘세계 습지 네트워크’, ‘분트’ 등 19개국 33개 환경단체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대체 4대강 부역자들의 뻔뻔함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박석순씨는 정규재TV 방송 중간중간에 <삽질>을 보지 말고 자신이 글을 기고한 책 <대한민국은 파괴되고 있는가>를 읽으라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뭐, 홍보야 개인 자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질문에 답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학자의 양심이 있는지 역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도망가지 않았다’던 박석순씨의 말을 반박하는 영상을 첨부한다. 몇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을 거부해서 반론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아갔던 순간임을 밝힌다. 14분 30초 부분부터 보시면 된다.
※ 전 국민이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삽질> 극장 단체관람 혹은 대관을 원하실 경우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신청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문의는 <삽질>의 배급사인 엣나인필름(070-7017-3319, 평일 10시-19시)로 부탁드립니다.
(단체관람 : 최소 30명 / 대관상영 : 최소 100명, 세부조율 가능)
출처 “영화 ‘삽질’ 거짓말”이라 한 이대 교수의 ‘거짓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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