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벽에 좌절한 근로감독관이 피해 노동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
[사업주 방패가 된 검사 ②]
검찰, 발레오전장에 이어 유성기업·보쉬전장 등
다수 노조파괴 사업주 심판 가로막아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9-11-13 17:08:23 | 수정 : 2019-11-13 17:08:23
최근 검찰 개혁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개혁안이 발표됐다. 노동사건을 담당했던 공안부도 그 이름을 공공수사부로 바꾼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개혁 방안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일각에선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수많은 노동사건에 있어서 기소편의주의를 남발해 왔던 검찰이 부서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국정감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가 모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조파괴 범죄를 유야무야 덮으려 했던 검찰의 행태는 발레오전장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파괴 사업장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건이 유성기업과 보쉬전장 등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판결에서 회사 대표의 유죄가 확정된 두 사건에서도, 검찰은 “혐의가 확인되므로, 기소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의 의견을 누르고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 의견을 내도록 부당한 수사지휘를 했다.
밖에서 보면,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검사와 근로감독관이 일관되게 “혐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노조파괴 전문 컨설팅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컨설팅에 대한 수사에서도, 검찰은 대부분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으며, 노조의 항고도 기각했다. 검찰이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던 발레오전장과 유성기업 등의 노조파괴 사례가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으로 재판이 열리게 되어서야, 창조컨설팅을 대하는 검찰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단순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올해 8월 대법원은 창조컨설팅 관계자들에게 실형을 확정하지만, 수많은 사업장의 노조파괴를 컨설팅해 주고 수십억의 돈을 쓸어 담은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고작 ‘방조’였다.
유성기업 노조파괴는 2011년경 벌어진 사건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주간 2교대제를 요구하자, 회사는 노조파괴 전문 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의 조언을 받아 제2노조(어용노조)를 만드는 등 유성기업지회의 와해를 위한 갖가지 작업을 실행했다.
11일 홍종인 전 유성기업아산지회 지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사건을 조사하던 2~3명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을 만나,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회사의 노조파괴 혐의에 대해) 관련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려고 했는데, 검찰이 계속 재조사 명령을 내리면서 불기소 의견으로 바꾸게 했다고 들었다. 그때 근로감독관이 보여줬던 문서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그 문서엔 노동부와 검찰 의견을 적는 칸이 분리돼 있었고, ‘노동부는 기소’, ‘검찰은 불기소’로 적혀 있었다. (그날 근로감독관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자기가 써 놓은 수사기록을 보게 되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노동사건에 있어서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의 역할을 한다. 노동사건을 수사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해서 혐의를 입증한 뒤, 사건을 재판으로 넘길지 말지를 검토해 검찰에 의견을 송치한다. 이때 혐의가 있다고 봤다면 ‘기소의견’으로, 아니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조차 검찰이 수사지휘를 통해 근로감독관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처럼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모르고 결과만 본다면, 두 수사기관의 의견이 “혐의 없음”으로 일치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노동부와의 의견 차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려고 사전에 작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검찰의 노골적인 사측 편들기 수사지휘는 2017년 11월 불합리한 고용노동행정 문제를 조사하고 바로잡기 위해 출범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도 발견됐다.
2018년 9월 발간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 활동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창조컨설팅 압수수색에 이어, 2012년 11월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을 시행해 노조파괴 혐의 정황이 담긴 컨설팅 관련 자료 88건을 입수했다. 또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차량에서 46쪽 분량의 노조파괴를 위한 문건을, 직장폐쇄 당일 사측이 고용한 용역경비의 차량에서 직장폐쇄 및 노조파괴를 위한 방안이 메모된 수첩을 발견하는 등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이를 인멸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에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소속 담당 근로감독관은 그해 12월경 유성기업 대표와 아산공장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와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고 검찰에 건의했다. 하지만 검사는 이 의견을 묵살하고 신병처리를 보류했다고 한다.
담당 근로감독관의 건의는 한차례에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이후 근로감독관은 검사의 수사지휘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신병처리에 대한 수사지휘를 재차 건의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검찰은 결국 유성기업 대표 등에 대해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2011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당했던 이 모(사법연수원33기) 검사는 그해 공안부문 검찰총장표창과 하반기 모범검사 표창을 받고 이듬해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 현재는 울산지검 공안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검사의 후임으로 이 사건을 담당했으며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린 김 모(사법연수원35기) 검사도 2014년 2월경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 지난해 검사 일을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이 검사가 승승장구하고, 김 검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동안 유성기업에선 노·사, 노·노 갈등으로 2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30여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잃었다. 또 상당수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유성기업 사건은 발레오전장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낸 재정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판으로 넘겨진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1·2심에 이어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정을 받았으며,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 대표는 올해 9월에도 13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노조파괴 컨설팅비로 창조컨설팅에 지급한 혐의로 또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2017년 12월 출범해 지난해 7월 활동을 종료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노동 분야에서 유일하게 이 사건을 사전 재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관련사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본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진상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성기업 노조파괴와 비슷한 시기인 2011~2012년경에 발생한 보쉬전장 노조파괴도 1·2심에 이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가 유죄로 확정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도 근로감독관과 검사의 수사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보쉬전장 또한 2012년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창조컨설팅 내부 문건 등을 통해 노조파괴 혐의가 모두 드러난 상황이었음에도, 부당한 수사지휘를 통해 근로감독관의 의견을 바꾸게 한 것이다.
보쉬전장 노조파괴 사건을 조사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도 활동결과보고서에 ‘2011년 8월 29일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내부 문건’과 이후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세세한 노조파괴 정황들을 열거하며 “각종 증거에 의해 확인됨에도, 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것은 기소독점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들은 사실 조기에 뿌리를 뽑을 수 있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조사에 따르면, 노동부는 2011년경 이미 창조컨설팅이란 노무법인에서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노조파괴 컨설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노동부는 순천향대병원 노조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순천향중앙의료원 압수수색을 진행해, 순천향대병원 사용자들과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 등이 노조파괴 전략회의를 열고 실제로 이를 실행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수사지휘를 통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부도 창조컨설팅에 대해선 입건하지 않았고, 검찰도 순천향대병원 사용자들에 대해서만 기소하는 데 그쳤다.
창조컨설팅에 대한 심판은 가장 늦게 이루어졌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고, 노조의 항고가 기각되고, 재정신청까지 막히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조파괴 사업장 사업주들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유죄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자, 검찰은 떠밀리다시피 2015년 6월에서야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와 김주목 전무를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난 뒤인 2018년 8월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회사엔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2019년 3월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공인노무사와 노무법인으로서 노동관계 법을 준수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방조했고, 그 수법도 불량하다”면서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어 올해 8월 29일 대법원은 두 사람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창조컨설팅 벌금형에 대해선 “2심 판결 후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이 노조의 조직이나 운영에 지배 개입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법인에 벌금형을 내린다는 조항이 위헌결정이 났다”며 파기환송 했다.
출처 검찰 벽에 좌절한 근로감독관이 피해 노동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
[사업주 방패가 된 검사 ②]
검찰, 발레오전장에 이어 유성기업·보쉬전장 등
다수 노조파괴 사업주 심판 가로막아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9-11-13 17:08:23 | 수정 : 2019-11-13 17:08:23
▲ 검찰 ⓒ뉴스1
최근 검찰 개혁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개혁안이 발표됐다. 노동사건을 담당했던 공안부도 그 이름을 공공수사부로 바꾼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개혁 방안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일각에선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수많은 노동사건에 있어서 기소편의주의를 남발해 왔던 검찰이 부서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국정감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가 모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조파괴 범죄를 유야무야 덮으려 했던 검찰의 행태는 발레오전장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파괴 사업장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건이 유성기업과 보쉬전장 등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판결에서 회사 대표의 유죄가 확정된 두 사건에서도, 검찰은 “혐의가 확인되므로, 기소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의 의견을 누르고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 의견을 내도록 부당한 수사지휘를 했다.
밖에서 보면,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검사와 근로감독관이 일관되게 “혐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노조파괴 전문 컨설팅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컨설팅에 대한 수사에서도, 검찰은 대부분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으며, 노조의 항고도 기각했다. 검찰이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던 발레오전장과 유성기업 등의 노조파괴 사례가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으로 재판이 열리게 되어서야, 창조컨설팅을 대하는 검찰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단순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올해 8월 대법원은 창조컨설팅 관계자들에게 실형을 확정하지만, 수많은 사업장의 노조파괴를 컨설팅해 주고 수십억의 돈을 쓸어 담은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고작 ‘방조’였다.
▲ 2011년 6월 방패와 헬맷으로 무장한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이 유성기업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자료사진
“나중에 수사기록 보면, 알게 될 것”
유성기업 노조파괴는 2011년경 벌어진 사건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주간 2교대제를 요구하자, 회사는 노조파괴 전문 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의 조언을 받아 제2노조(어용노조)를 만드는 등 유성기업지회의 와해를 위한 갖가지 작업을 실행했다.
11일 홍종인 전 유성기업아산지회 지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사건을 조사하던 2~3명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을 만나,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회사의 노조파괴 혐의에 대해) 관련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려고 했는데, 검찰이 계속 재조사 명령을 내리면서 불기소 의견으로 바꾸게 했다고 들었다. 그때 근로감독관이 보여줬던 문서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그 문서엔 노동부와 검찰 의견을 적는 칸이 분리돼 있었고, ‘노동부는 기소’, ‘검찰은 불기소’로 적혀 있었다. (그날 근로감독관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자기가 써 놓은 수사기록을 보게 되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노동사건에 있어서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의 역할을 한다. 노동사건을 수사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해서 혐의를 입증한 뒤, 사건을 재판으로 넘길지 말지를 검토해 검찰에 의견을 송치한다. 이때 혐의가 있다고 봤다면 ‘기소의견’으로, 아니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조차 검찰이 수사지휘를 통해 근로감독관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처럼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모르고 결과만 본다면, 두 수사기관의 의견이 “혐의 없음”으로 일치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노동부와의 의견 차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려고 사전에 작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검찰의 노골적인 사측 편들기 수사지휘는 2017년 11월 불합리한 고용노동행정 문제를 조사하고 바로잡기 위해 출범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도 발견됐다.
2018년 9월 발간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 활동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창조컨설팅 압수수색에 이어, 2012년 11월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을 시행해 노조파괴 혐의 정황이 담긴 컨설팅 관련 자료 88건을 입수했다. 또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차량에서 46쪽 분량의 노조파괴를 위한 문건을, 직장폐쇄 당일 사측이 고용한 용역경비의 차량에서 직장폐쇄 및 노조파괴를 위한 방안이 메모된 수첩을 발견하는 등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이를 인멸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에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소속 담당 근로감독관은 그해 12월경 유성기업 대표와 아산공장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와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고 검찰에 건의했다. 하지만 검사는 이 의견을 묵살하고 신병처리를 보류했다고 한다.
담당 근로감독관의 건의는 한차례에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이후 근로감독관은 검사의 수사지휘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신병처리에 대한 수사지휘를 재차 건의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검찰은 결국 유성기업 대표 등에 대해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2011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당했던 이 모(사법연수원33기) 검사는 그해 공안부문 검찰총장표창과 하반기 모범검사 표창을 받고 이듬해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 현재는 울산지검 공안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검사의 후임으로 이 사건을 담당했으며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린 김 모(사법연수원35기) 검사도 2014년 2월경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 지난해 검사 일을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이 검사가 승승장구하고, 김 검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동안 유성기업에선 노·사, 노·노 갈등으로 2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30여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잃었다. 또 상당수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유성기업 사건은 발레오전장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낸 재정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판으로 넘겨진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1·2심에 이어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정을 받았으며,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 대표는 올해 9월에도 13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노조파괴 컨설팅비로 창조컨설팅에 지급한 혐의로 또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2017년 12월 출범해 지난해 7월 활동을 종료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노동 분야에서 유일하게 이 사건을 사전 재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관련사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본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진상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5일째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양지웅 기자
보쉬전장서도 확인된 검찰의 부당한 수사지휘
유성기업 노조파괴와 비슷한 시기인 2011~2012년경에 발생한 보쉬전장 노조파괴도 1·2심에 이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가 유죄로 확정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도 근로감독관과 검사의 수사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보쉬전장 또한 2012년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창조컨설팅 내부 문건 등을 통해 노조파괴 혐의가 모두 드러난 상황이었음에도, 부당한 수사지휘를 통해 근로감독관의 의견을 바꾸게 한 것이다.
보쉬전장 노조파괴 사건을 조사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도 활동결과보고서에 ‘2011년 8월 29일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내부 문건’과 이후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세세한 노조파괴 정황들을 열거하며 “각종 증거에 의해 확인됨에도, 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것은 기소독점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떠밀리다시피 창조컨설팅 기소
이 사건들은 사실 조기에 뿌리를 뽑을 수 있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조사에 따르면, 노동부는 2011년경 이미 창조컨설팅이란 노무법인에서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노조파괴 컨설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노동부는 순천향대병원 노조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순천향중앙의료원 압수수색을 진행해, 순천향대병원 사용자들과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 등이 노조파괴 전략회의를 열고 실제로 이를 실행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수사지휘를 통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부도 창조컨설팅에 대해선 입건하지 않았고, 검찰도 순천향대병원 사용자들에 대해서만 기소하는 데 그쳤다.
창조컨설팅에 대한 심판은 가장 늦게 이루어졌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고, 노조의 항고가 기각되고, 재정신청까지 막히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조파괴 사업장 사업주들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유죄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자, 검찰은 떠밀리다시피 2015년 6월에서야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와 김주목 전무를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난 뒤인 2018년 8월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회사엔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2019년 3월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공인노무사와 노무법인으로서 노동관계 법을 준수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방조했고, 그 수법도 불량하다”면서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어 올해 8월 29일 대법원은 두 사람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창조컨설팅 벌금형에 대해선 “2심 판결 후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이 노조의 조직이나 운영에 지배 개입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법인에 벌금형을 내린다는 조항이 위헌결정이 났다”며 파기환송 했다.
출처 검찰 벽에 좌절한 근로감독관이 피해 노동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아직도 노동사건을 간첩 잡는 ‘검찰공안부’서 담당하나 (0) | 2019.12.15 |
---|---|
“반성 없는 검찰, 권한만 나눈다고 개혁되나” (0) | 2019.12.15 |
‘취업방해 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사의 ‘창조적’ 무혐의 처분 (0) | 2019.12.10 |
‘감찰 무마 전문집단’ 검찰이 청와대 감찰 조준하는 아이러니 (0) | 2019.12.09 |
“검찰 논리대로라면, 검찰수사야말로 청부수사이자 선거개입” (0) | 2019.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