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준법감시위를 두려워할 것 같은가?
이재용을 계도할 수 있는 경제학적 방법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20-01-27 15:45:01 | 수정 : 2020-01-27 15:45:01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재용을 풀어주기 위해 다양한 밑밥을 까는 모양이다. 17일 재판부가 ‘회복적 사법’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들먹이며 “삼성이 만든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그런 맥락인 듯 하다.
이 논리를 간단히 풀이하자면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잘 운영하면 이재용의 형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셀프 감시를 잘 하면 “참 잘 했어요”라고 상을 주겠다는 것인데, 그런 식이면 온 세상의 범죄자들에게 다 기회를 주자.
범죄자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회복적 사법 관점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범죄자들을 감시하게 하는 거다. 그리고 잘 감시하겠다고 다짐하면 형을 깎아주는 거다. 어떤가? 세상이 참 정의로워지겠지?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짓인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말하는 회복적 사법이란 결국 이재용 같은 범죄자가 앞으로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개념이다. 이는 삼성이 만들었다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을 계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높일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의 위력을 ‘감시받는다는 느낌’에서 나온다고 통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푸코가 드는 예가 팬옵티콘(panopiticon)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감옥이다. 이게 바로 팬옵티콘의 모습이다.
사진과 같이 팬옵티콘은 동그란 원형의 감옥이다. 그리고 각 감옥 문을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투명하게 만든다. 그 다음 원형건물 정중앙에 감시탑을 딱 하나만 세운다. 그런데 그 감시탑의 안은 밖에서 안 보인다. 감시탑에서 감옥 안을 관찰할 수는 있어도, 감옥에서 감시탑 안을 볼 수는 없다.
이렇게 하면 완벽한 감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감시탑 안에 몇 명의 간수들이 있건 상관없다. 심지어 간수가 한 명도 없어도 괜찮다.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옥 안에 사는 죄수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움쭉달싹 못한다.
이 감옥이 효율적인 이유는 ‘감시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 느낌이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이 만들었다는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 기구도 아니고 삼성의 내부 기구다. 게다가 그 위원회 멤버들에게 월급을 주는 곳도 삼성이다.
그런 기구 하나 만들어놓고 이재용이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이게 범죄자들 가족에게 범죄자의 감시를 맡겨놓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장담하는데 이재용은 몇 년 지나면 준법감시위원회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 게임이론에서는 상대를 계도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정의로운 보복’을 꼽는다. 이른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팃포탯이란 ‘상대가 먼저 툭 치면 나도 맞받아서 툭 친다’라는 뜻이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 팃포탯에 가장 가깝다.
이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신하면 나도 배신한다. 즉 배신에는 배신으로 응대한다. 강력한 보복을 통해 ‘다시는 상대를 배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사악한 자들이라도 배신을 중단한다. 배신하면 반드시 응징 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미시간 대학교 정치학과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전제로 다양한 전략들을 경쟁시켰을 때, 팃포탯 전략은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응징 받는다는 그 느낌이 사람을 계도시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갑질과 신뢰 상실 문제도 이런 정의로운 보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한진그룹 조 씨 일가 모습을 보라. 2018년 그 가족의 온갖 난동부리는 모습이 사회에 공개됐는데 이들이 반성을 하던가? 이 그룹의 총수인 조원태는 작년 성탄절 어머니 집을 찾아가 온갖 기물을 박살내는 패륜아의 모습을 또 보였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재벌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기회를 주자”고 쉽게 말한다. 그 결과 그들은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는다. 준법정신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이재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잘 모른다는 것에 대해 이재용은 안타까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자신에게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날 그는 “비자금이나 차명계좌는 모든 기업이 공공연하게 갖고 있는 것인데 왜 삼성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짜증스러워 했다.
보라, 이재용은 범죄를 저지르면 단죄를 받는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는 뭔가 특별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재용이 왜 이런 생각을 가졌겠나? 죄를 저질러도 회복적 사법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개념을 들먹이며 사법부가 자꾸 그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회복적 사법이라고? 사법부가 정말로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회복하고 싶다면 그 방법은 하나다. 이재용은 대법원 판결로 박근혜에게 87억 원의 뇌물을 바친 범죄자임이 확정됐다.
그렇다면 범죄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단죄를 하라. 그러면 이재용은 단번에 ‘아,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출처 이재용이 준법감시위를 두려워할 것 같은가?
이재용을 계도할 수 있는 경제학적 방법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20-01-27 15:45:01 | 수정 : 2020-01-27 15:45:01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재용을 풀어주기 위해 다양한 밑밥을 까는 모양이다. 17일 재판부가 ‘회복적 사법’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들먹이며 “삼성이 만든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그런 맥락인 듯 하다.
이 논리를 간단히 풀이하자면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잘 운영하면 이재용의 형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셀프 감시를 잘 하면 “참 잘 했어요”라고 상을 주겠다는 것인데, 그런 식이면 온 세상의 범죄자들에게 다 기회를 주자.
범죄자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회복적 사법 관점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범죄자들을 감시하게 하는 거다. 그리고 잘 감시하겠다고 다짐하면 형을 깎아주는 거다. 어떤가? 세상이 참 정의로워지겠지?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짓인가?
푸코의 감옥과 감시의 위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말하는 회복적 사법이란 결국 이재용 같은 범죄자가 앞으로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개념이다. 이는 삼성이 만들었다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을 계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높일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의 위력을 ‘감시받는다는 느낌’에서 나온다고 통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푸코가 드는 예가 팬옵티콘(panopiticon)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감옥이다. 이게 바로 팬옵티콘의 모습이다.
▲ 팬옵티콘의 모습. ⓒFriman
사진과 같이 팬옵티콘은 동그란 원형의 감옥이다. 그리고 각 감옥 문을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투명하게 만든다. 그 다음 원형건물 정중앙에 감시탑을 딱 하나만 세운다. 그런데 그 감시탑의 안은 밖에서 안 보인다. 감시탑에서 감옥 안을 관찰할 수는 있어도, 감옥에서 감시탑 안을 볼 수는 없다.
이렇게 하면 완벽한 감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감시탑 안에 몇 명의 간수들이 있건 상관없다. 심지어 간수가 한 명도 없어도 괜찮다.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옥 안에 사는 죄수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움쭉달싹 못한다.
이 감옥이 효율적인 이유는 ‘감시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 느낌이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이 만들었다는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 기구도 아니고 삼성의 내부 기구다. 게다가 그 위원회 멤버들에게 월급을 주는 곳도 삼성이다.
그런 기구 하나 만들어놓고 이재용이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이게 범죄자들 가족에게 범죄자의 감시를 맡겨놓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장담하는데 이재용은 몇 년 지나면 준법감시위원회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이재용을 계도하고 싶다면
경제학 게임이론에서는 상대를 계도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정의로운 보복’을 꼽는다. 이른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팃포탯이란 ‘상대가 먼저 툭 치면 나도 맞받아서 툭 친다’라는 뜻이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 팃포탯에 가장 가깝다.
이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신하면 나도 배신한다. 즉 배신에는 배신으로 응대한다. 강력한 보복을 통해 ‘다시는 상대를 배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사악한 자들이라도 배신을 중단한다. 배신하면 반드시 응징 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미시간 대학교 정치학과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전제로 다양한 전략들을 경쟁시켰을 때, 팃포탯 전략은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응징 받는다는 그 느낌이 사람을 계도시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갑질과 신뢰 상실 문제도 이런 정의로운 보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한진그룹 조 씨 일가 모습을 보라. 2018년 그 가족의 온갖 난동부리는 모습이 사회에 공개됐는데 이들이 반성을 하던가? 이 그룹의 총수인 조원태는 작년 성탄절 어머니 집을 찾아가 온갖 기물을 박살내는 패륜아의 모습을 또 보였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재벌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기회를 주자”고 쉽게 말한다. 그 결과 그들은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는다. 준법정신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이재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잘 모른다는 것에 대해 이재용은 안타까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자신에게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날 그는 “비자금이나 차명계좌는 모든 기업이 공공연하게 갖고 있는 것인데 왜 삼성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짜증스러워 했다.
▲ 이재용이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김철수 기자
보라, 이재용은 범죄를 저지르면 단죄를 받는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는 뭔가 특별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재용이 왜 이런 생각을 가졌겠나? 죄를 저질러도 회복적 사법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개념을 들먹이며 사법부가 자꾸 그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회복적 사법이라고? 사법부가 정말로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회복하고 싶다면 그 방법은 하나다. 이재용은 대법원 판결로 박근혜에게 87억 원의 뇌물을 바친 범죄자임이 확정됐다.
그렇다면 범죄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단죄를 하라. 그러면 이재용은 단번에 ‘아,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출처 이재용이 준법감시위를 두려워할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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