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국 금지 했으면 코로나19 국내 확산 막았을까
중국인의 국내 전염 사례 아직 특정 안 돼
전문가들 “입국 금지 실효성 없어”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 발행 : 2020-02-25 22:36:37 | 수정 : 2020-02-26 13:08:51
감염병 위기 대응 단계가 11년 만에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또다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자도 한 달 만에 70만 명이 훌쩍 넘었다. 최근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치권도 기름을 붓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5일 “현재 가장 시급한 조치는 중국발(發) 입국 금지”라며 “외부에서 밀려들어 오는 감염원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내에서만 감염병을 극복해 낼 수 있겠냐”고 정부를 몰아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중국인 입국 금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정부 역시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국내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나름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증가하자 지난 4일부터 코로나19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 후베이성을 2주 이내에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홍콩, 마카오를 ‘코로나19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여기서 온 내·외국인은 강화된 검역을 받도록 특별입국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절차에 따라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별도로 마련된 중국 전용 입국장에서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받아야 한다. 이때 현장에서 연락이 닿아야만 입국이 허용된다. 공항과 항만에서는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체온 체크, 건강상태질문서 작성 절차도 거치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14일간 방역 당국에 증상을 신고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중국 현지 탑승 단계에서부터 의심될 경우 아예 차단 조치가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법무부가 전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우한을 전격 봉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중국인 입국자는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지난 1월 10일 중국인 입국자 1만8천856명이 들어온 데 비해 특별입국절차 시행 이후인 2월 8일에는 3천571명으로 약 81%가량 수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른 제주 무사증 입국 제도도 2002년 시행 후 18년 만에 일시 중단한 것도 중국인 입국자를 대폭 줄이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만 중국인들이 입국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며 “완전히 국경봉쇄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입국자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더라도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 판단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국내로 들어온 대상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명, 한 명 꼼꼼하게 체크한 것이다.
설령 정부의 이러한 조치 후에도 별 탈 없이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 포함 외국인 가운데 뒤늦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국내에서 우리 국민을 감염시킨 사례는 아직 특정된 게 없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감염 확진 환자는 총 977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는 791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지역감염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한 기준점이라고 볼 수 있는 ‘31번 환자’에 앞서 감염이 확인된 환자 30명의 감염 경로는 모두 확인된 상태다.
이들 중 중국에서 감염된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3명이 국내에 입국하면서 국내 확진자가 됐다. 이들은 모두 지난 4일 정부가 특별 조치를 취하기 전에 입국하거나 우한 교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 전세기로 입국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감염된 뒤 귀국한 한국인 2명, 태국에서 감염된 뒤 귀국한 한국인 1명, 일본에서 감염된 뒤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2명도 있다. 해외 감염자와 국내에서 접촉하다 2차로 감염된 환자는 모두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2명이다. 이들은 모두 해외 감염 한국인들의 가족과 지인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 등 외국인이 2차 감염을 확산시킨 사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반면 ‘31번 환자’ 이후로 확진된 환자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신천지 대구교회 및 청도 대남병원과 관련해 집단으로 감염된 사람들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31번 환자 이후 확정된 해외 유입 사례는 없다”며 현재 확진자의 75%가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관련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의 ‘최초 감염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질병관리본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최초 감염자’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의 중국 우한 접촉설 등 근거 없는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건 없다.
여기까지 본다면 ‘중국인’ 또는 ‘중국발 외국인’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입증된 게 없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더라도 코로나19 유입을 원천 봉쇄하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를 하더라도 중국 주재나 방문 한국인, 한국인의 중국인 가족 등의 고립 문제도 생긴다. 나아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 대해서도 입국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을 정부가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하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인 대구·경북 봉쇄를 검토해야 하는 모순도 생긴다. 그럴 경우 지역주민은 물론 황교안 대표 등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던 정치인들도 모두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와 같은 ‘국경 폐쇄’ 조치가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증거도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7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당시 WHO는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면서도 모든 회원국에 “국경폐쇄, 여행 및 무역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 이런 방안은 ‘두려움’으로 인해 도입되는 거지, 과학적 근거는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일찌감치 중국 직항 항공편을 중단하고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나 이달 초부터 중국 전 지역의 외국 국적자 입국을 차단한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한다. 오히려 공식적인 입국 길을 막을 경우 밀입국 같은 사각지대가 발생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쉽게 외부와 완전한 차단이 가능한 북한과는 다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검역시스템이 감당이 가능할 정도로 유행이 확인된 나라에서의 입국자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입국금지와 같은 완전히 봉쇄하는 형태의 입국관리는 실제로 그 효과를 입증하기가 좀 어렵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중국 관련 입국제한을 한 나라 중에서 완벽하게 유입을 차단한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고, 또 현재 상황이 입국제한을 통해 환자가 유입되던 단계를 이미 지난 상황”이라며 “주로 확진자들이 발생하는 부분이 신천지와 대남병원을 중심으로 한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논란을 하기보다 빠른 진단과 격리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겸 범의학계 전문가 단체 초청 간담회에서도 중국인 입국 금지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의료 전문가는 “상호주의상 봉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한과 왕래를 오랜 기간 했으니 (우한 봉쇄 전에 나올 사람은) 이미 (국내로) 다 들어왔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안이다. 문을 닫아두는 게 문제 해결이 아니다”라고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특정지역 봉쇄 같은 전략을 신종감염병 때 썼던 사례가 세계적으로 여섯 번 있는데, 이 사례를 검토한 결과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모른다’이다”라며 “더욱이 코로나19는 워낙 아무도 모르던 병이다. 초기증상이 없기까지 한 점 때문에 아무리 (논란 초반에) 봉쇄했더라도 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논란이 재등장한) 지금도 그게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인 입국 금지가 방역 측면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은 반면, ‘상호주의’ 때문에 경제적·외교적 손실이 오히려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입국 제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 감염 사태가 신천지 대구교회 및 청도 대남병원과 연관돼 있는 만큼, 이에 더 집중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정 총리가 이날부터 대구로 내려가 상주하면서 현장을 지휘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구를 찾아 현장을 점검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출처 중국인 입국 금지 했으면 코로나19 국내 확산 막았을까
중국인의 국내 전염 사례 아직 특정 안 돼
전문가들 “입국 금지 실효성 없어”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 발행 : 2020-02-25 22:36:37 | 수정 : 2020-02-26 13:08:51
▲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대책에 따라 인천공항에 중국 전용 입국장이 설치된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이 검역 확인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0.02.04. ⓒ뉴시스
감염병 위기 대응 단계가 11년 만에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또다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자도 한 달 만에 70만 명이 훌쩍 넘었다. 최근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치권도 기름을 붓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5일 “현재 가장 시급한 조치는 중국발(發) 입국 금지”라며 “외부에서 밀려들어 오는 감염원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내에서만 감염병을 극복해 낼 수 있겠냐”고 정부를 몰아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중국인 입국 금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정부 역시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플랫폼에서 코레일테크 관계자들이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2.25. ⓒ국회 사무처 제공
까다로운 입국 절차, 한 달 새 중국인 입국자 ‘급감’
정세균 총리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만 중국인 입국”
정세균 총리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만 중국인 입국”
일단 정부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국내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나름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증가하자 지난 4일부터 코로나19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 후베이성을 2주 이내에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홍콩, 마카오를 ‘코로나19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여기서 온 내·외국인은 강화된 검역을 받도록 특별입국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절차에 따라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별도로 마련된 중국 전용 입국장에서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받아야 한다. 이때 현장에서 연락이 닿아야만 입국이 허용된다. 공항과 항만에서는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체온 체크, 건강상태질문서 작성 절차도 거치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14일간 방역 당국에 증상을 신고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중국 현지 탑승 단계에서부터 의심될 경우 아예 차단 조치가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법무부가 전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우한을 전격 봉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중국인 입국자는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지난 1월 10일 중국인 입국자 1만8천856명이 들어온 데 비해 특별입국절차 시행 이후인 2월 8일에는 3천571명으로 약 81%가량 수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른 제주 무사증 입국 제도도 2002년 시행 후 18년 만에 일시 중단한 것도 중국인 입국자를 대폭 줄이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만 중국인들이 입국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며 “완전히 국경봉쇄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입국자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더라도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 판단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국내로 들어온 대상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명, 한 명 꼼꼼하게 체크한 것이다.
▲ 14명의 코로나19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24일 의료진이 의심환자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02.24. ⓒ김철수 기자
감염경로 따져보니 중국인이 국내 전염시킨 사례 특정 안 돼
중국인 입국 금지하더라도 코로나19 유입 원천봉쇄 불가능
중국인 입국 금지하더라도 코로나19 유입 원천봉쇄 불가능
설령 정부의 이러한 조치 후에도 별 탈 없이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 포함 외국인 가운데 뒤늦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국내에서 우리 국민을 감염시킨 사례는 아직 특정된 게 없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감염 확진 환자는 총 977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는 791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지역감염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한 기준점이라고 볼 수 있는 ‘31번 환자’에 앞서 감염이 확인된 환자 30명의 감염 경로는 모두 확인된 상태다.
이들 중 중국에서 감염된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3명이 국내에 입국하면서 국내 확진자가 됐다. 이들은 모두 지난 4일 정부가 특별 조치를 취하기 전에 입국하거나 우한 교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 전세기로 입국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감염된 뒤 귀국한 한국인 2명, 태국에서 감염된 뒤 귀국한 한국인 1명, 일본에서 감염된 뒤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2명도 있다. 해외 감염자와 국내에서 접촉하다 2차로 감염된 환자는 모두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2명이다. 이들은 모두 해외 감염 한국인들의 가족과 지인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 등 외국인이 2차 감염을 확산시킨 사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반면 ‘31번 환자’ 이후로 확진된 환자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신천지 대구교회 및 청도 대남병원과 관련해 집단으로 감염된 사람들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31번 환자 이후 확정된 해외 유입 사례는 없다”며 현재 확진자의 75%가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관련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의 ‘최초 감염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질병관리본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최초 감염자’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의 중국 우한 접촉설 등 근거 없는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건 없다.
여기까지 본다면 ‘중국인’ 또는 ‘중국발 외국인’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입증된 게 없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더라도 코로나19 유입을 원천 봉쇄하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 현장점검을 마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0.02.25. ⓒ뉴시스
대구 봉쇄 검토해야 하는 모순까지...
대통령 만난 전문가들도 중국인 입국 금지 실효성에 의문 제기
대통령 만난 전문가들도 중국인 입국 금지 실효성에 의문 제기
중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를 하더라도 중국 주재나 방문 한국인, 한국인의 중국인 가족 등의 고립 문제도 생긴다. 나아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 대해서도 입국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을 정부가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하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인 대구·경북 봉쇄를 검토해야 하는 모순도 생긴다. 그럴 경우 지역주민은 물론 황교안 대표 등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던 정치인들도 모두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와 같은 ‘국경 폐쇄’ 조치가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증거도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7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당시 WHO는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면서도 모든 회원국에 “국경폐쇄, 여행 및 무역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 이런 방안은 ‘두려움’으로 인해 도입되는 거지, 과학적 근거는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일찌감치 중국 직항 항공편을 중단하고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나 이달 초부터 중국 전 지역의 외국 국적자 입국을 차단한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한다. 오히려 공식적인 입국 길을 막을 경우 밀입국 같은 사각지대가 발생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쉽게 외부와 완전한 차단이 가능한 북한과는 다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검역시스템이 감당이 가능할 정도로 유행이 확인된 나라에서의 입국자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입국금지와 같은 완전히 봉쇄하는 형태의 입국관리는 실제로 그 효과를 입증하기가 좀 어렵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중국 관련 입국제한을 한 나라 중에서 완벽하게 유입을 차단한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고, 또 현재 상황이 입국제한을 통해 환자가 유입되던 단계를 이미 지난 상황”이라며 “주로 확진자들이 발생하는 부분이 신천지와 대남병원을 중심으로 한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논란을 하기보다 빠른 진단과 격리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겸 범의학계 전문가 단체 초청 간담회에서도 중국인 입국 금지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의료 전문가는 “상호주의상 봉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한과 왕래를 오랜 기간 했으니 (우한 봉쇄 전에 나올 사람은) 이미 (국내로) 다 들어왔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안이다. 문을 닫아두는 게 문제 해결이 아니다”라고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특정지역 봉쇄 같은 전략을 신종감염병 때 썼던 사례가 세계적으로 여섯 번 있는데, 이 사례를 검토한 결과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모른다’이다”라며 “더욱이 코로나19는 워낙 아무도 모르던 병이다. 초기증상이 없기까지 한 점 때문에 아무리 (논란 초반에) 봉쇄했더라도 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논란이 재등장한) 지금도 그게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인 입국 금지가 방역 측면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은 반면, ‘상호주의’ 때문에 경제적·외교적 손실이 오히려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입국 제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 감염 사태가 신천지 대구교회 및 청도 대남병원과 연관돼 있는 만큼, 이에 더 집중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정 총리가 이날부터 대구로 내려가 상주하면서 현장을 지휘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구를 찾아 현장을 점검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출처 중국인 입국 금지 했으면 코로나19 국내 확산 막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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