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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에 덧씌우려던 ‘종북’ 프레임은 무용했다”

“세월호 유족에 덧씌우려던 ‘종북’ 프레임은 무용했다”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 | 입력 : 2020.04.11 11:19


▲ 지난 2019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입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50차 전원위원회의에 출석하려는 김기수 비상임위원을 막고 있다.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기수 비상임위원은 프리덤뉴스 대표이자 변호사로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세월호 유가족 등을 고발한 대리기사 쪽 무료 변론을 맡았다. 프리덤뉴스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고 보도했던 매체다. / 김창길 기자

세월호 유족을 향한 혐오표현은 종류에 따라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세월호 유족을 ‘빨갱이’로 지칭해 ‘종북’ 프레임에 가두려는 혐오표현에 동의하지 않았다. 반면 보상과 자원 배분을 둘러싼 혐오표현에는 상대적으로 동의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에게 세월호 혐오표현에 관해 물은 결과다. 설문조사는 2019년 11월 13일부터 9일 동안 웹 설문을 이용해 진행됐다. 설문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이념 편견을 조장하거나 모욕적이고 반인륜적 증오표현에는 동의율이 낮았다. ‘정부 탓하는 유가족들은 종북·빨갱이·선동꾼’이라는 혐오표현에 동의율은 6.2%에 그쳤다. ‘유족충·미개한 유족’(5.9%), ‘가난한 집 애들이다’(3.3%), ‘세월호 희생자를 물만두·어묵탕·오뎅 등에 비유’(3.1%) 등 반인륜적이거나 모욕적인 표현에 대한 동의율도 낮았다. 반인륜적 표현들은 응답자들의 인지율 역시 대체로 낮았다.

이에 반해 보상과 자원 배분에 관련된 혐오표현인 ‘천안함 유족보다 세월호 유족이 특혜를 받았다’에는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32.3%)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세월호특별법은 특혜법이다’(23.1%),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세금도둑, 돈잔치, 전리품 잔치하는 곳’(16.6%), ‘유가족들이 돈을 더 받으려고 집회한다’(14.7%)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세월호 혐오표현 동의율이 높은 집단으로 ‘60세 이상’,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지지자’, ‘자영업자’와 보수 성향 응답자라고 했다.

연구팀은 “당시 집권 세력이나 추종자들이 종북 프레임을 유포했으나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보상·자원 배분을 둘러싼 경제·공정 이슈 혐오표현 인지율이 높은 것은 한국사회가 공정한 경쟁과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대와 60대가 세월호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응답한 점도 눈에 띈다. 연구진이 중립 의견이 3점인 척도(점수가 낮을수록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이 높음)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세월호 혐오표현이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에 20대(3.44점)와 60대(3.47점)는 30대(3.73점)나 40대(3.84점), 50대(3.71점)에 비해 동의하는 편이었다. 60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세월호 혐오표현을 접했다는 응답(20.4%)이 40대(15.4%)나 50대(18.4%)에 비해 높은 점도 특징이었다.

미래통합당 지지자 중에서 ‘세월호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라고 응답한 비율은 44.9%에 달했다. 미래통합당 지지자의 47.4%는 ‘세월호 혐오표현을 담은 언론 보도나 기사 내용에 동의했다’고 답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세월호 혐오표현이 담긴 보도를 전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3.8%였다. 응답자 중 61%는 ‘문제가 있는 표현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동의하는 내용이어서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 응답도 25.5% 있었다.


출처  “세월호 유족에 덧씌우려던 ‘종북’ 프레임은 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