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5·18은…’ 시민들 기억조각으로 광주 ‘치유 조각보’를
[5·18 40돌 기획] 다섯개의 이야기-⑤부활
공공미술 프로젝트 ‘어셈블리 5·18’ 눈길
시민들의 생각·사연·작품 이어붙여 작업
“서로의 마음 읽고 보며 함께 치유하길”
5·18기록관에 전시…2차 참여도 진행중
[한겨레] 안관옥 기자 | 등록 : 2020-05-14 05:00 | 수정 : 2020-05-14 07:32
“소설 <소년이 온다>, 읽기 힘들었지만 중간에 덮으면 안 될 것 같아 시작한 자리에서 어두워지도록 책장을 넘겼습니다.” (부산 출신 대학생 박소현씨)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40년이 지난 오늘도 그날의 피맺힌 절규를 기억합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옥현진 주교)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시민의 기억과 생각을 하나로 잇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어셈블리 5·18’에 오른 글들이다. 이 안에는 5·18 피해자뿐 아니라 예술가, 청소년, 외지인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장르와 내용, 올린 이의 직업과 나이도 다르다.
기획자인 작가 김신윤주씨는 “개인의 느낌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하나의 마음’으로 만들어간다. 대중이 서로의 마음을 읽고 듣고 보는 과정에서 5월을 함께 경험하고, 아픔을 함께 치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어셈블리는 집합, 집회, 조립, 민회, 공회를 뜻한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언어이자 그것을 해석하는 일도 포함한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추진했다.
먼저 두차례 시민 참여를 진행했다. 4월엔 1차로 ‘5·18과 당신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요? 자신만의 기억, 생각, 사연, 작품 등을 기록해주세요’라고 취지를 알렸다. 이어 웹사이트(assembly1heart.com)와 전자우편(assembly518@gmail.com)을 통해 반응을 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어셈블리518’, ‘#assembly518’ 등 해시태그로 기록과 작품을 모았다.
전문 예술인들한테는 제1회 오월미술제 홍보물, 오월극 <언젠가 봄날에> 포스터,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등 소중한 자료들을 제공받았다. 당시 성명서 ‘우리는 왜 총을 들었는가’, 시민군의 소식지 ‘투사회보’ 등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오른 기록물의 이미지도 활용했다.
지난 3일 마감한 1차 결과물은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기록관 외부에는 길이 18m, 높이 15m짜리 대형 펼침막을 내걸었고, 3층에는 시민의 바람이 담긴 작품의 원본을 전시했다. 영상실에선 김성용 신부, 김종률 작곡가, 유가족 김동채씨, 시민 강구봉씨 등의 인터뷰와 20대의 주장을 들은 이현남씨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이어진다.
2차 시민 참여는 지난 4일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 30년 동안 오월제를 열어온 독일 베를린을 비롯해 국외 동포사회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광주 바깥의 지역에도 한바탕 울고 웃을 기회를 충분하게 보장하고 싶었다.
“모두에게 공통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찾아내는 데 시간을 제약할 이유가 없다. 마감 날짜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줄의 생각이라도 더 들으려 한다. 해시태그는 실과 바늘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그는 2차 결과물을 외부에 전시하지 못하더라도 온라인 갤러리에 꾸준히 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5·18이 40년 전 상황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들로 피어나야 한다는 희망을 내보였다.
“5·18 때 김밥 아줌마가 다른 동네 가서 아이를 잃은 적이 있대요. 미친 듯이 찾아 헤매는데 사람들이 저만큼에서 박수 치고 노래하고 있더랍니다. 부모가 쉽게 찾을 수 있게 아이를 높은 곳에 올려놓고 말이에요. 이런 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대동세상이 아닐까요.”
그는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참여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하나의 마음’에서 조각보 잇기라는 장르를 창안했다.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개인의 상처를 사회적으로 치유하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5년 비무장지대와 일본군 성노예, 2017년 5·18 민중항쟁, 2018년 부산 형제복지원 등 사회 현안에 대해 형형색색의 조각보로 발언하는 프로젝트를 펼쳐 주목받았다.
출처 ‘내게 5·18은…’ 시민들 기억조각으로 광주 ‘치유 조각보’를
[5·18 40돌 기획] 다섯개의 이야기-⑤부활
공공미술 프로젝트 ‘어셈블리 5·18’ 눈길
시민들의 생각·사연·작품 이어붙여 작업
“서로의 마음 읽고 보며 함께 치유하길”
5·18기록관에 전시…2차 참여도 진행중
[한겨레] 안관옥 기자 | 등록 : 2020-05-14 05:00 | 수정 : 2020-05-14 07:32
▲ 공공미술 프로젝트 어셈블리 5·18을 추진 중인 김신윤주 작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소설 <소년이 온다>, 읽기 힘들었지만 중간에 덮으면 안 될 것 같아 시작한 자리에서 어두워지도록 책장을 넘겼습니다.” (부산 출신 대학생 박소현씨)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40년이 지난 오늘도 그날의 피맺힌 절규를 기억합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옥현진 주교)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시민의 기억과 생각을 하나로 잇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어셈블리 5·18’에 오른 글들이다. 이 안에는 5·18 피해자뿐 아니라 예술가, 청소년, 외지인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장르와 내용, 올린 이의 직업과 나이도 다르다.
기획자인 작가 김신윤주씨는 “개인의 느낌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하나의 마음’으로 만들어간다. 대중이 서로의 마음을 읽고 듣고 보는 과정에서 5월을 함께 경험하고, 아픔을 함께 치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시민 참여자 박소현씨의 ‘상복을 입은 유족들’. 작가 김신윤주씨 제공
그가 제시한 어셈블리는 집합, 집회, 조립, 민회, 공회를 뜻한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언어이자 그것을 해석하는 일도 포함한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추진했다.
먼저 두차례 시민 참여를 진행했다. 4월엔 1차로 ‘5·18과 당신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요? 자신만의 기억, 생각, 사연, 작품 등을 기록해주세요’라고 취지를 알렸다. 이어 웹사이트(assembly1heart.com)와 전자우편(assembly518@gmail.com)을 통해 반응을 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어셈블리518’, ‘#assembly518’ 등 해시태그로 기록과 작품을 모았다.
전문 예술인들한테는 제1회 오월미술제 홍보물, 오월극 <언젠가 봄날에> 포스터,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등 소중한 자료들을 제공받았다. 당시 성명서 ‘우리는 왜 총을 들었는가’, 시민군의 소식지 ‘투사회보’ 등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오른 기록물의 이미지도 활용했다.
지난 3일 마감한 1차 결과물은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기록관 외부에는 길이 18m, 높이 15m짜리 대형 펼침막을 내걸었고, 3층에는 시민의 바람이 담긴 작품의 원본을 전시했다. 영상실에선 김성용 신부, 김종률 작곡가, 유가족 김동채씨, 시민 강구봉씨 등의 인터뷰와 20대의 주장을 들은 이현남씨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이어진다.
▲ 시민 참여자 정현경씨의 ‘광주의 택시’. 작가 김신윤주씨 제공
2차 시민 참여는 지난 4일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 30년 동안 오월제를 열어온 독일 베를린을 비롯해 국외 동포사회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광주 바깥의 지역에도 한바탕 울고 웃을 기회를 충분하게 보장하고 싶었다.
“모두에게 공통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찾아내는 데 시간을 제약할 이유가 없다. 마감 날짜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줄의 생각이라도 더 들으려 한다. 해시태그는 실과 바늘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그는 2차 결과물을 외부에 전시하지 못하더라도 온라인 갤러리에 꾸준히 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5·18이 40년 전 상황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들로 피어나야 한다는 희망을 내보였다.
“5·18 때 김밥 아줌마가 다른 동네 가서 아이를 잃은 적이 있대요. 미친 듯이 찾아 헤매는데 사람들이 저만큼에서 박수 치고 노래하고 있더랍니다. 부모가 쉽게 찾을 수 있게 아이를 높은 곳에 올려놓고 말이에요. 이런 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대동세상이 아닐까요.”
그는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참여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하나의 마음’에서 조각보 잇기라는 장르를 창안했다.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개인의 상처를 사회적으로 치유하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5년 비무장지대와 일본군 성노예, 2017년 5·18 민중항쟁, 2018년 부산 형제복지원 등 사회 현안에 대해 형형색색의 조각보로 발언하는 프로젝트를 펼쳐 주목받았다.
▲ 지난 12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3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바깥벽에 설치된 시민 참여 작품 펼침막. 사진작가 최성욱씨 제공
출처 ‘내게 5·18은…’ 시민들 기억조각으로 광주 ‘치유 조각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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