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때 자사주 매각…이재용-정몽진 ‘이면계약’ 조사중
KCC, 삼성물산 자사주 5.7% 매입해
합병안 2%p차 통과 ‘백기사’ 역할
검찰, 이재용·정몽진 ‘이면계약’ 단서 확보
정몽진, 검찰서 “이면계약 없었다” 부인
15일 정몽진 KCC 회장 조사 이어
이재용 부회장 소환일정도 조율중
[한겨레] 임재우 기자 | 등록 : 2020-05-18 05:01 | 수정 : 2020-05-18 09:5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몽진 KCC 회장이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쪽과 별도의 ‘이면계약’을 맺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사들인 자사주로 의결권을 행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합병 주주총회를 앞둔 2015년 6월께 이재용 쪽이 정몽진 회장 쪽과 만나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계약 이외의 주주간 약정을 맺은 단서를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정 회장을 불러 이면계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면계약의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당시 정 회장이라는 ‘백기사’가 없었으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컸다. 그해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이사회가 ‘1 대 0.35’의 합병비율로 합병에 결의한 사실을 알리면서, 삼성물산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재용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비해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014년 말 기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영업이익은 3배, 자본금은 2.5배 더 많았지만, 합병비율은 거꾸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3배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해 6월, 합병에 반대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움직임으로 합병 성사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 보유 사실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고 6월 9일 법원에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일성신약 등 다른 주요 주주들도 합병비율에 불만을 나타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6월 10일 기준 9.92%)였던 국민연금은 7월 10일 합병 찬성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자사주 전량인 5.76%(899만557주)를 KCC에 6,743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6월 10일에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자체 보유할 때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KCC에 매각되면서 의결권이 살아난 것이다. 원래 “자사주 매각은 없다”는 게 삼성물산의 입장이었고 6월 11일이 합병안 주주명부 폐쇄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었다. 그리고 KCC는 주총에서 5.96% 지분(6월 8일 매입 지분 0.2% 포함)을 합병 찬성 쪽에 투표했다. 찬성률 69.5%로 합병 승인 마지노선인 66.66%를 가까스로 넘겼다.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넘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자사주 매각을 두고 시장에서는 “삼성이 급한 상황에서 KCC가 손을 내민 만큼,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KCC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이면계약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삼성물산은 “이면계약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를 뒤집는 단서를 포착한 만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당시 삼성이 전방위적으로 탈법을 저지른 정황이 더 짙어졌다.
한 금융소송 전문 변호사는 “이재용 등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면계약을 맺고 자사주를 처분했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이면계약을 통해 ‘반대급부’를 보장하고 합병안 찬성을 약속받았다면, 주주권 행사에서 부정한 청탁을 금지한 상법 631조(권리행사방해 등에 관한 증수뢰죄)에도 위배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시 이면계약을 맺은 적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삼성물산 관계자 또한 “자사주 매입 계약 외에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 쪽과 합병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출처 [단독]삼성, 합병 때 자사주 매각…이재용-정몽진 ‘이면계약’ 조사중
KCC, 삼성물산 자사주 5.7% 매입해
합병안 2%p차 통과 ‘백기사’ 역할
검찰, 이재용·정몽진 ‘이면계약’ 단서 확보
정몽진, 검찰서 “이면계약 없었다” 부인
15일 정몽진 KCC 회장 조사 이어
이재용 부회장 소환일정도 조율중
[한겨레] 임재우 기자 | 등록 : 2020-05-18 05:01 | 수정 : 2020-05-18 09:51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 <연합뉴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몽진 KCC 회장이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쪽과 별도의 ‘이면계약’을 맺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사들인 자사주로 의결권을 행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합병 주주총회를 앞둔 2015년 6월께 이재용 쪽이 정몽진 회장 쪽과 만나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계약 이외의 주주간 약정을 맺은 단서를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정 회장을 불러 이면계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면계약의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당시 정 회장이라는 ‘백기사’가 없었으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컸다. 그해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이사회가 ‘1 대 0.35’의 합병비율로 합병에 결의한 사실을 알리면서, 삼성물산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재용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비해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014년 말 기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영업이익은 3배, 자본금은 2.5배 더 많았지만, 합병비율은 거꾸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3배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해 6월, 합병에 반대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움직임으로 합병 성사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 보유 사실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고 6월 9일 법원에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일성신약 등 다른 주요 주주들도 합병비율에 불만을 나타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6월 10일 기준 9.92%)였던 국민연금은 7월 10일 합병 찬성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자사주 전량인 5.76%(899만557주)를 KCC에 6,743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6월 10일에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자체 보유할 때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KCC에 매각되면서 의결권이 살아난 것이다. 원래 “자사주 매각은 없다”는 게 삼성물산의 입장이었고 6월 11일이 합병안 주주명부 폐쇄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었다. 그리고 KCC는 주총에서 5.96% 지분(6월 8일 매입 지분 0.2% 포함)을 합병 찬성 쪽에 투표했다. 찬성률 69.5%로 합병 승인 마지노선인 66.66%를 가까스로 넘겼다.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넘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자사주 매각을 두고 시장에서는 “삼성이 급한 상황에서 KCC가 손을 내민 만큼,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KCC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이면계약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삼성물산은 “이면계약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를 뒤집는 단서를 포착한 만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당시 삼성이 전방위적으로 탈법을 저지른 정황이 더 짙어졌다.
한 금융소송 전문 변호사는 “이재용 등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면계약을 맺고 자사주를 처분했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이면계약을 통해 ‘반대급부’를 보장하고 합병안 찬성을 약속받았다면, 주주권 행사에서 부정한 청탁을 금지한 상법 631조(권리행사방해 등에 관한 증수뢰죄)에도 위배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시 이면계약을 맺은 적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삼성물산 관계자 또한 “자사주 매입 계약 외에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 쪽과 합병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출처 [단독]삼성, 합병 때 자사주 매각…이재용-정몽진 ‘이면계약’ 조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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