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광고 더 달라는 신문협회의 ‘이율배반’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포퓰리즘이라 비난…우리에겐 광고 더 달라?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20 15:20:58 | 수정 : 2020.05.20 15:34:44
<정부광고비 1조원… 1~4월 집행은 5분의 1 불과>
지난 16일 한국신문협회가 발행하는 <신문협회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에는 각종 수치와 통계가 도표와 함께 등장하고 있지만 핵심 내용은 간단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신문사 경영이 어렵다 △그러니 정부는 빨리 광고를 집행해 달라는 것.
<신문협회보>에 실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함에 따라 신문업계가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신문 광고물량이 대폭 축소되고 각종 문화사업(포럼, 공익사업, 교육행사, 마라톤, 지역축제 등)이 취소되면서 전년 대비 전체 매출의 40~50% 이상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신문협회는 지난 4월 27일 정부광고 상반기 집중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저널리즘 지원을 위한 대(對)정부 정책제안서’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지자체·공기업들은 4월 말 기준 정부광고(홍보) 예산을 집중·확대해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협회보>가 한국신문협회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지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입장은 나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지자체·공기업들이 4월 말 기준 정부광고(홍보) 예산을 집중·확대해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게 마치 엄청난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코로나19 파문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했을 때 포퓰리즘 운운하며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곳이 보수 및 경제지들입니다. 대부분 한국신문협회 회원사들입니다.
지난 3월 27일 한국신문협회 47대 회장으로 선임된 홍준호 회장이 발행인으로 있는 조선일보만 하더라도 정부 재난지원금에 대해 융단폭격식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조선일보 일부 사설을 잠깐 인용합니다.
“정부는 선거가 있는 올해 50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제1 야당 동의 없이 강행 처리했고, 전국 시도에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해주며 세금을 뿌렸다 …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180석을 호언하면서 무엇이 모자라 이렇게까지 하나. 이 정권이 2년 뒤 대통령 선거에선 어떤 일을 벌일지 두려울 정도다.” (조선일보 4월 15일 사설 <전국서 與 돈 선거 혈안, “與 뽑으면 재난지원금 준다”까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은 과감하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효과도 적은 곳에 방만하게 사용해도 될 만큼 재정이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 국가 경제가 붕괴하지 않으려면 장기전을 각오하고 버틸 수 있는 대응책을 써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해 재정 실탄을 비롯한 정책 수단들을 최대한 아끼고 비축해놓아야 한다. 돈을 쓰더라도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저소득 취약 계층과 영세 상공인,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조선일보 4월 1일 사설 <“전 국민에게 매월 60만원 지급” 도박판 베팅 같은 매표 경쟁>)
저는 솔직히 <신문협회보> 1면에 실린 내용을 보며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포퓰리즘’ 비난했던 곳이 신문협회 주요 회원사들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신문사들이 주요 회원으로 있는 신문협회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경영이 어려우니 자신들에겐 빨리 정부 광고를 집행하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나섭니다.
적어도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 같다”며 맹공을 퍼붓고, “효과도 적은 곳에 방만하게 사용해도 될 만큼 재정이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신문의 발행인이 회장으로 있는 곳이라면 ‘자립 경영’과 ‘독자 노선’을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만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언론에 대한 세금 퍼주기를 멈춰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청원인은 “언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광고홍보비를 삭감하여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달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청원인은 “신문매체에 대한 정부 광고비는 2016년 6,1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9,400억 원으로 3년 만에 50%나 늘었다”면서 “올해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언론에만 1조 원이 넘는 세금과 예산이 퍼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제에 정부광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재래식 매체의 영향력과 전파력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광고 집행은 효과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퍼주기와 나눠주기에 불과하고 △경제 위기를 위해 집중해야 할 때 효과도 없는 언론매체 광고에 세금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저는 청원인의 주장 가운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용합니다.
“이들은 재정 운용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무용하며 더 나아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늘 그렇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돈 쓸 일 많은 정부에 대해 자신들에 대한 광고비를 몰아서 집행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에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지자체의 언론 광고도 지자체 정책 홍보보다는 의미없는 입막음으로 악용되고 있어 지역민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신문협회의 주장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은 저 역시 공감하는 내용이고, 지자체의 언론 광고에 대한 불만과 원성은 이미 숱하게 기사화 됐습니다.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죠.
저는 신문협회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로 정부에 ‘광고와 홍보예산’ 확대를 요구할 거라면 최소한 △왜 정부 광고비가 신문사에 집행되는 게 포퓰리즘이 아닌지 △효과도 적은 곳에 방만하게 사용해도 될 만큼 정부 재정이 무한정한 것이 아닌데 그럼에도 신문사에 정부 광고를 빠르게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맡겨 놓은 돈 내놓으라는 식으로 <정부광고비 1조원… 1~4월 집행은 5분의 1 불과>라는 주장을 하면 어쩌란 말인가요?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시민들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정부에 광고 더 달라는 신문협회의 ‘이율배반적 태도’에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출처 정부에 광고 더 달라는 신문협회의 ‘이율배반’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포퓰리즘이라 비난…우리에겐 광고 더 달라?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20 15:20:58 | 수정 : 2020.05.20 15:34:44
<정부광고비 1조원… 1~4월 집행은 5분의 1 불과>
지난 16일 한국신문협회가 발행하는 <신문협회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에는 각종 수치와 통계가 도표와 함께 등장하고 있지만 핵심 내용은 간단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신문사 경영이 어렵다 △그러니 정부는 빨리 광고를 집행해 달라는 것.
▲ 5월 16일자 신문협회보 1면 ‘정부광고비 1조원…1~4월 집행은 5분의 1 불과’ 기사 <이미지 출처=신문협회보PDF>
코로나19 때문에 신문사 경영 어려우니 정부는 빨리 광고를 집행해라?
<신문협회보>에 실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함에 따라 신문업계가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신문 광고물량이 대폭 축소되고 각종 문화사업(포럼, 공익사업, 교육행사, 마라톤, 지역축제 등)이 취소되면서 전년 대비 전체 매출의 40~50% 이상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신문협회는 지난 4월 27일 정부광고 상반기 집중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저널리즘 지원을 위한 대(對)정부 정책제안서’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지자체·공기업들은 4월 말 기준 정부광고(홍보) 예산을 집중·확대해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협회보>가 한국신문협회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지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입장은 나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지자체·공기업들이 4월 말 기준 정부광고(홍보) 예산을 집중·확대해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게 마치 엄청난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코로나19 파문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했을 때 포퓰리즘 운운하며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곳이 보수 및 경제지들입니다. 대부분 한국신문협회 회원사들입니다.
지난 3월 27일 한국신문협회 47대 회장으로 선임된 홍준호 회장이 발행인으로 있는 조선일보만 하더라도 정부 재난지원금에 대해 융단폭격식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조선일보 일부 사설을 잠깐 인용합니다.
“정부는 선거가 있는 올해 50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제1 야당 동의 없이 강행 처리했고, 전국 시도에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해주며 세금을 뿌렸다 …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180석을 호언하면서 무엇이 모자라 이렇게까지 하나. 이 정권이 2년 뒤 대통령 선거에선 어떤 일을 벌일지 두려울 정도다.” (조선일보 4월 15일 사설 <전국서 與 돈 선거 혈안, “與 뽑으면 재난지원금 준다”까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은 과감하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효과도 적은 곳에 방만하게 사용해도 될 만큼 재정이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 국가 경제가 붕괴하지 않으려면 장기전을 각오하고 버틸 수 있는 대응책을 써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해 재정 실탄을 비롯한 정책 수단들을 최대한 아끼고 비축해놓아야 한다. 돈을 쓰더라도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저소득 취약 계층과 영세 상공인,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조선일보 4월 1일 사설 <“전 국민에게 매월 60만원 지급” 도박판 베팅 같은 매표 경쟁>)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정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포퓰리즘’ 비난했던 신문협회 회원사들
‘우리’에겐 빨리 광고 집행하라?
‘우리’에겐 빨리 광고 집행하라?
저는 솔직히 <신문협회보> 1면에 실린 내용을 보며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포퓰리즘’ 비난했던 곳이 신문협회 주요 회원사들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신문사들이 주요 회원으로 있는 신문협회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경영이 어려우니 자신들에겐 빨리 정부 광고를 집행하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나섭니다.
적어도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 같다”며 맹공을 퍼붓고, “효과도 적은 곳에 방만하게 사용해도 될 만큼 재정이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신문의 발행인이 회장으로 있는 곳이라면 ‘자립 경영’과 ‘독자 노선’을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만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언론에 대한 세금 퍼주기를 멈춰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청원인은 “언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광고홍보비를 삭감하여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달라”고 밝혔습니다.
▲ <이미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해당 청원인은 “신문매체에 대한 정부 광고비는 2016년 6,1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9,400억 원으로 3년 만에 50%나 늘었다”면서 “올해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언론에만 1조 원이 넘는 세금과 예산이 퍼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제에 정부광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재래식 매체의 영향력과 전파력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광고 집행은 효과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퍼주기와 나눠주기에 불과하고 △경제 위기를 위해 집중해야 할 때 효과도 없는 언론매체 광고에 세금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민 청원까지 등장한 ‘언론에 대한 세금 퍼주기 중단’ 요구
저는 청원인의 주장 가운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용합니다.
“이들은 재정 운용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무용하며 더 나아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늘 그렇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돈 쓸 일 많은 정부에 대해 자신들에 대한 광고비를 몰아서 집행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에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지자체의 언론 광고도 지자체 정책 홍보보다는 의미없는 입막음으로 악용되고 있어 지역민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신문협회의 주장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은 저 역시 공감하는 내용이고, 지자체의 언론 광고에 대한 불만과 원성은 이미 숱하게 기사화 됐습니다.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죠.
저는 신문협회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로 정부에 ‘광고와 홍보예산’ 확대를 요구할 거라면 최소한 △왜 정부 광고비가 신문사에 집행되는 게 포퓰리즘이 아닌지 △효과도 적은 곳에 방만하게 사용해도 될 만큼 정부 재정이 무한정한 것이 아닌데 그럼에도 신문사에 정부 광고를 빠르게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맡겨 놓은 돈 내놓으라는 식으로 <정부광고비 1조원… 1~4월 집행은 5분의 1 불과>라는 주장을 하면 어쩌란 말인가요?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시민들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정부에 광고 더 달라는 신문협회의 ‘이율배반적 태도’에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출처 정부에 광고 더 달라는 신문협회의 ‘이율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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