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교묘한’ 윤미향 월북 회유 보도의 ‘진실’
허강일 허위주장도 검증없이 보도… “재월북 강요” “정대협이 돈 줘” 모두 미확인 주장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 승인 : 2020.05.26 14:06
“민변과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이 탈북민에게 재월북을 회유하며 돈을 줬고 거부하자 돈을 끊었다”는 조선일보 기사는 그 자체로 검증이 필요한 미확인 보도다. 조선일보는 취재원의 허위 진술을 확인하지 않고 설득력 있는 폭로처럼 여과 없이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부터 관련 보도를 연달아 냈다. “윤미향 부부, 위안부 쉼터서 탈북자 월북 회유”(21일), “민변의 월북 권유 거절한 뒤 위협 느껴 망명”(23일) 등의 기사다.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탈북자 북송 모임’ 가졌다니”(22일)라거나 “‘北 탈출한 죄’ 추궁에 南서도 위협 느끼고 망명했다니”(25일)란 제목의 사설도 보도에 맞춰 썼다.
2016년 4월 알려진 ‘국정원 중국 류경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과 관련, 민변과 정대협의 윤미향 전 대표와 그 남편이 일부 탈북민들에게 월북을 강요했고 그 대가로 돈을 줬다는 보도다. 조선은 민변의 장경욱 변호사도 ‘탈북은 죄’라고 질타하며 재월북을 회유했다고 기사화했다.
근거는 사건 중심에 있는 허강일씨 주장이 전부다. 허씨는 류경식당 지배인으로 국정원 기획 탈북에 협조해 여성 종업원 12명을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고 밝혔다. 허씨는 입국 후 국정원 경호를 받으며 외부 접촉이 일체 단절됐으나 2018년 5월 JTBC ‘스포트라이트’에 나와 “국정원이 짜준 코스대로 탈북했다. 여종업원 12명은 어디로 가는 줄 모르고 따라왔다”며 자신이 국정원에 협조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UN 인권위원회 등의 조사가 시작됐고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민변의 고발도 진행됐다. 그러던 중 허씨는 지난해 3월 해외로 망명했다.
허씨가 지목한 사람들 증언은 정반대다. 우선 “월북 회유는 사실무근이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허씨는 “정대협과 민변 관계자들이 2018년 서울 마포와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로 나와 탈북 종업원 일부를 초청해 월북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허씨와 함께 서울 마포 쉼터에 있었던 박승렬 목사(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마포 쉼터는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살던 곳으로 정대협이 관리했다. JTBC 보도 후 류경식당 직원들을 만난 장 변호사는 이들이 생활고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게끔 돕고 싶었던 장 변호사는 이런 일에 관심이 많았던 양심수후원회, NCCK 등에 도움을 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획 탈북 의혹 사건 시민사회대책회의에 속해있었다.
박승렬 목사는 “(관련 단체들은) 종업원들이 공작정치에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을 잘 돕고 싶었다”며 “(마포쉼터는) 양심수후원회 쪽에서 주선했다. 종업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식당이 아니라 ‘집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고, 서로 밥도 먹을 수 있고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라 말했다.
박 목사는 “김복동 할머니는 입원 중이셨고 길원옥 할머니만 계셨다. 정대협 활동가들과 윤미향 대표, (윤 대표 남편인) 양심수후원회의 김삼석씨, 장 변호사님을 포함한 변호사 서너 분,그리고 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조총련계 여성 3명’이 있었다고 했으나 박 목사는 “재일동포 출신은 없었다”고 했다.
한 여성 종업원은 이들에게 “탈북자가 만든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쉬는 날이 적고, 불판 같은 무거운 걸 항상 들고 다녀 손목과 팔목이 아프다. 식당은 영업이 잘 안 된다며 월급을 잘 안 준다. 한국 생활 적응한다고 말씨도,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한다. 북의 부모님을 만날 때 한국에서 허송세월한 게 아니라고,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걸 보여주려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학교도 다닌다. 힘이 든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당시 이들이 대형병원(3차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를 원해 이들을 후원할 수 있는 기독교계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악몽을 꾸는 등 불안에 시달리는 종업원도 있어 심리상담 얘기도 나왔다. 박 목사는 “길원옥 할머니와 종업원들 고향이 평양이다. 서로 같은 고향 사람이라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고 눈물도 흘렸다. 길 할머니는 손녀 같은 아이들이라며 노래도 한 곡조 부르셨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월북 회유 주장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보통) 탈북자에게 눌러살 건지 돌아갈 건지 묻는다. 안 간다고 하면 진짜 못 갈까봐, 돌아간다고 답하면 또 그것대로 겁이 난다. 이들은 떠보는 물음에 속내만 들킬까 두렵다. 답할 수 없는 물음이니 (관련 단체들은) 누구도 이런 걸 묻지 않고, 마포쉼터에서도 전혀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월북 회유 대가로 매달 30~50만 원씩 돈을 줬다”는 주장은 허위다. 조선일보는 증거로 장 변호사가 2018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달 50만 원씩 총 300만 원을 허씨에게 준 송금기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허씨는 장 변호사에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텔레그램을 여러 번 보냈다. 2018년 10월 12일 자신의 국민은행 계좌를 알려주며 “감사합니다. 손해배상 받으면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썼고 장 변호사는 “괜찮습니다. 앞으로 계속 힘닿는 대로 도움 드릴테니 열심히 당당히 함께 잘해나가셔요”라고 답했다.
허씨는 2018년 12월 20일에도 장 변호사에게 “감사합니다. 10월부터 도와주셨습니다. 이번까지 4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2019년 2월 26일엔 “애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텔레그램을 보냈다. ‘애들’은 마포쉼터를 같이 갔던 종업원들이다. 장 변호사는 허씨만 도울 수 없어 종업원 3명에게도 생활비를 보태줬다. 허씨는 망명 직전인 2019년 3월 23일엔 “변호사님 내일까지 입금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라고 보냈다.
조선일보는 돈의 출처를 ‘정대협’이라고 보도했으나 장 변호사는 “전혀 무관하다. 내가 준 돈이다”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마음만 따지면 평생 돕고 싶지만 혼자서 다 감당하긴 어렵다. 그래서 양심수후원회 등에 허씨에 대한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고 김삼석씨가 2번, 또 다른 한 분은 3번 생계비를 보태줬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가 월북을 강요하며 허씨의 탈북을 범죄로 몰았다는 조선일보 보도도 허위다. 조선일보는 텔레그램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면서 허씨가 주장하는 내용을 전했다. 이는 실제 맥락과 달랐다.
장 변호사는 지난 2월 10일 허씨에게 “강일씨, 국가인권위 직권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민변의) 대응과 추가 고소 취지입니다. 아무쪼록 강일씨 개인적 범행이 아니라 그리고 5명 만이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해 강일씨를 이용해 선거에 이용할 목적의 계획적 조직적 국가범죄이고, 종업원들은 모두 그 피해자임에 만천하에 드러나, 강일씨도 자신이 저지른 응분의 죗값은 치르고 속죄하며 새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라고 보냈다. 조선일보가 증거로 공개한 텔레그램이다.
즉, 조선일보는 ‘응분의 죗값’과 ‘속죄’가 탈북과 관련된 발언이라고 했으나 응분의 죗값과 속죄의 본뜻은 ‘국정원 기획탈북 협조’에 대한 것이었다. 민변은 2019년 10월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라 기획 탈북 가담자가 추가로 드러나자 국군정보사 직원과 국정원 전 군조정팀장, 허씨를 추가 고발했다. 강제 입국한 종업원이 확인된 이상 허씨도 사건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장 변호사는 “부실조사한 인권위가 기획 탈북을 허씨 개인 범죄로 축소했다. 허씨에겐 ‘검찰 조사에서 정보사와 국정원의 지시에 따랐다고 밝혀, 이 사건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분노했다. 허씨는 “북한 인권 모른 체 하면서 무슨 인권변호사야. 희대의 사기꾼. 인권위 조사 결과 발표 잘 읽어보세요”라고 텔레그램으로 보냈다. 그는 또 “인권위도 당신들도 다 짜고 치고 하는 줄 모를 줄 알아?”라며 “사람 가지고 장난치지마. 다음 정권 땐 당신이 감옥에 갈거다. 당신 끝까지 따라갈거다” 등의 텔레그램을 장 변호사에게 보냈다.
허씨는 망명 전에도 폭행 혐의로 한 여성 종업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지난해 1월께엔 국정원 정보원이라 알려진 조선족 등에게 사기죄로 피소됐다. 허씨는 이에 지난해 3월 망명했다. 망명 7개월 후인 그해 10월 기획 탈북으로 추가 고발되자 허씨는 지난 2월 장 변호사에게 ‘저 변호사님 복수하러 갈 거니까 기다리세요’ 등이라고 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조선일보 증거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대화한 내용이다.
그 외 사실과 다른 진술도 있다. 가령 “허씨가 민변 측 관계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6월”이라는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허씨는 JTBC 보도 전인 2016년 8월 이미 민변을 찾아간 적이 있다.
허씨에 따르면 그는 국정원, 국군정보사 등 정보기관 공작에 동원된 피해자다. 그러나 동시에 입국 전 국정원 정보원 역할을 했고, 국정원 요구에 지배인 지위를 이용해 종업원들을 데리고 집단 입국한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충분한 취재 없이 허씨 주장을 사실인 양 보도했다.
허씨가 망명까지 하게 된 데엔 기획탈북 의혹을 방관한 검찰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 사건은 과정 곳곳이 의문 투성이다. 2016년 4월 7일 집단 입국한 이들은 바로 다음날 통일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입국했다’고 알렸다. 종업원을 관리했던 정보사 직원은 국정원 군조정팀장으로부터 '상부결정사항이니 언론공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 변호사 등 민변 변호사들은 즉각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TF’를 구성해 이들을 접견하려고 변호인 접견거부처분 취소소송,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 등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2018년 5월에야 허씨와 일부 종업원이 “국정원이 주도한 기획탈북이 맞다”고 JTBC에 처음 밝혔다. 민변은 직후 국정원장 및 관련직원, 통일부장관 등을 감금·변론권 침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에 손 놓고 있다. 고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고발인 조사 외에 진행된 게 없다.
지금까지 인권위만 이 사안을 조사했지만 기획탈북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종업원 12명 중 5명만 조사했고, 정보사 직원은 핵심증거인 휴대전화를 국정원의 파괴 지시로 한강에 버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권위는 이에 정보기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 조사마저 1년 넘는 시간을 끌었다. 인권위가 국가기관에 강제 탈북 기획의 책임을 명확히 묻지 않으면서 허씨는 기획탈북 가담자로 그 책임을 나누어졌다. 허씨는 이미 그 전 폭행, 사기 등으로 고소·고발이 계속되던 중 망명했다. 당시 허씨는 장 변호사에게 “정부가 날 죽이려고 하는 거 모를 거 같아요. 저 한국에 미련없어요”라고 보냈다.
박승렬 목사는 조선일보 보도에 “터무니없는 기사다. 선의로 따뜻한 밥을 지어준 윤미향 대표나 장경욱 변호사, 시민단체들의 마음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공작정치와 같다”며 “언론이 허씨 말에 놀아났다. 조선일보는 공작정치를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의 ‘교묘한’ 윤미향 월북 회유 보도의 ‘진실’
허강일 허위주장도 검증없이 보도… “재월북 강요” “정대협이 돈 줘” 모두 미확인 주장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 승인 : 2020.05.26 14:06
“민변과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이 탈북민에게 재월북을 회유하며 돈을 줬고 거부하자 돈을 끊었다”는 조선일보 기사는 그 자체로 검증이 필요한 미확인 보도다. 조선일보는 취재원의 허위 진술을 확인하지 않고 설득력 있는 폭로처럼 여과 없이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부터 관련 보도를 연달아 냈다. “윤미향 부부, 위안부 쉼터서 탈북자 월북 회유”(21일), “민변의 월북 권유 거절한 뒤 위협 느껴 망명”(23일) 등의 기사다.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탈북자 북송 모임’ 가졌다니”(22일)라거나 “‘北 탈출한 죄’ 추궁에 南서도 위협 느끼고 망명했다니”(25일)란 제목의 사설도 보도에 맞춰 썼다.
2016년 4월 알려진 ‘국정원 중국 류경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과 관련, 민변과 정대협의 윤미향 전 대표와 그 남편이 일부 탈북민들에게 월북을 강요했고 그 대가로 돈을 줬다는 보도다. 조선은 민변의 장경욱 변호사도 ‘탈북은 죄’라고 질타하며 재월북을 회유했다고 기사화했다.
▲ 2018년 7월 15일 JTBC 뉴스룸 허강일씨 인터뷰 관련 갈무리.
근거는 사건 중심에 있는 허강일씨 주장이 전부다. 허씨는 류경식당 지배인으로 국정원 기획 탈북에 협조해 여성 종업원 12명을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고 밝혔다. 허씨는 입국 후 국정원 경호를 받으며 외부 접촉이 일체 단절됐으나 2018년 5월 JTBC ‘스포트라이트’에 나와 “국정원이 짜준 코스대로 탈북했다. 여종업원 12명은 어디로 가는 줄 모르고 따라왔다”며 자신이 국정원에 협조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UN 인권위원회 등의 조사가 시작됐고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민변의 고발도 진행됐다. 그러던 중 허씨는 지난해 3월 해외로 망명했다.
허씨가 지목한 사람들 증언은 정반대다. 우선 “월북 회유는 사실무근이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허씨는 “정대협과 민변 관계자들이 2018년 서울 마포와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로 나와 탈북 종업원 일부를 초청해 월북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허씨와 함께 서울 마포 쉼터에 있었던 박승렬 목사(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마포 쉼터는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살던 곳으로 정대협이 관리했다. JTBC 보도 후 류경식당 직원들을 만난 장 변호사는 이들이 생활고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게끔 돕고 싶었던 장 변호사는 이런 일에 관심이 많았던 양심수후원회, NCCK 등에 도움을 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획 탈북 의혹 사건 시민사회대책회의에 속해있었다.
박승렬 목사는 “(관련 단체들은) 종업원들이 공작정치에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을 잘 돕고 싶었다”며 “(마포쉼터는) 양심수후원회 쪽에서 주선했다. 종업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식당이 아니라 ‘집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고, 서로 밥도 먹을 수 있고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라 말했다.
박 목사는 “김복동 할머니는 입원 중이셨고 길원옥 할머니만 계셨다. 정대협 활동가들과 윤미향 대표, (윤 대표 남편인) 양심수후원회의 김삼석씨, 장 변호사님을 포함한 변호사 서너 분,그리고 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조총련계 여성 3명’이 있었다고 했으나 박 목사는 “재일동포 출신은 없었다”고 했다.
▲ 2019년 9월 11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 앞에서 '북 해외식당 종업원 문제해결을 위한 범시민대책회의'의 규탄시위가 열렸다. 장경욱 변호사와 박승렬 목사도 참석했다.
한 여성 종업원은 이들에게 “탈북자가 만든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쉬는 날이 적고, 불판 같은 무거운 걸 항상 들고 다녀 손목과 팔목이 아프다. 식당은 영업이 잘 안 된다며 월급을 잘 안 준다. 한국 생활 적응한다고 말씨도,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한다. 북의 부모님을 만날 때 한국에서 허송세월한 게 아니라고,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걸 보여주려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학교도 다닌다. 힘이 든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당시 이들이 대형병원(3차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를 원해 이들을 후원할 수 있는 기독교계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악몽을 꾸는 등 불안에 시달리는 종업원도 있어 심리상담 얘기도 나왔다. 박 목사는 “길원옥 할머니와 종업원들 고향이 평양이다. 서로 같은 고향 사람이라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고 눈물도 흘렸다. 길 할머니는 손녀 같은 아이들이라며 노래도 한 곡조 부르셨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월북 회유 주장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보통) 탈북자에게 눌러살 건지 돌아갈 건지 묻는다. 안 간다고 하면 진짜 못 갈까봐, 돌아간다고 답하면 또 그것대로 겁이 난다. 이들은 떠보는 물음에 속내만 들킬까 두렵다. 답할 수 없는 물음이니 (관련 단체들은) 누구도 이런 걸 묻지 않고, 마포쉼터에서도 전혀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북 회유 대가로 돈 줬다? “허위”
“재월북 회유 대가로 매달 30~50만 원씩 돈을 줬다”는 주장은 허위다. 조선일보는 증거로 장 변호사가 2018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달 50만 원씩 총 300만 원을 허씨에게 준 송금기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허씨는 장 변호사에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텔레그램을 여러 번 보냈다. 2018년 10월 12일 자신의 국민은행 계좌를 알려주며 “감사합니다. 손해배상 받으면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썼고 장 변호사는 “괜찮습니다. 앞으로 계속 힘닿는 대로 도움 드릴테니 열심히 당당히 함께 잘해나가셔요”라고 답했다.
▲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허강일씨와 장경욱 변호사 간 텔레그램 대화 내용 일부. 허씨는 자신이 매달 지급받은 돈을 ‘월북 회유 대가’라 폭로했지만 실제 텔레그램 대화를 보면 허씨는 먼저 도움을 청하거나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허씨는 2018년 12월 20일에도 장 변호사에게 “감사합니다. 10월부터 도와주셨습니다. 이번까지 4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2019년 2월 26일엔 “애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텔레그램을 보냈다. ‘애들’은 마포쉼터를 같이 갔던 종업원들이다. 장 변호사는 허씨만 도울 수 없어 종업원 3명에게도 생활비를 보태줬다. 허씨는 망명 직전인 2019년 3월 23일엔 “변호사님 내일까지 입금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라고 보냈다.
조선일보는 돈의 출처를 ‘정대협’이라고 보도했으나 장 변호사는 “전혀 무관하다. 내가 준 돈이다”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마음만 따지면 평생 돕고 싶지만 혼자서 다 감당하긴 어렵다. 그래서 양심수후원회 등에 허씨에 대한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고 김삼석씨가 2번, 또 다른 한 분은 3번 생계비를 보태줬다”고 말했다.
증거라 공개한 텔레그램도 맥락 잘라 왜곡
장 변호사가 월북을 강요하며 허씨의 탈북을 범죄로 몰았다는 조선일보 보도도 허위다. 조선일보는 텔레그램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면서 허씨가 주장하는 내용을 전했다. 이는 실제 맥락과 달랐다.
장 변호사는 지난 2월 10일 허씨에게 “강일씨, 국가인권위 직권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민변의) 대응과 추가 고소 취지입니다. 아무쪼록 강일씨 개인적 범행이 아니라 그리고 5명 만이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해 강일씨를 이용해 선거에 이용할 목적의 계획적 조직적 국가범죄이고, 종업원들은 모두 그 피해자임에 만천하에 드러나, 강일씨도 자신이 저지른 응분의 죗값은 치르고 속죄하며 새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라고 보냈다. 조선일보가 증거로 공개한 텔레그램이다.
즉, 조선일보는 ‘응분의 죗값’과 ‘속죄’가 탈북과 관련된 발언이라고 했으나 응분의 죗값과 속죄의 본뜻은 ‘국정원 기획탈북 협조’에 대한 것이었다. 민변은 2019년 10월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라 기획 탈북 가담자가 추가로 드러나자 국군정보사 직원과 국정원 전 군조정팀장, 허씨를 추가 고발했다. 강제 입국한 종업원이 확인된 이상 허씨도 사건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장 변호사는 “부실조사한 인권위가 기획 탈북을 허씨 개인 범죄로 축소했다. 허씨에겐 ‘검찰 조사에서 정보사와 국정원의 지시에 따랐다고 밝혀, 이 사건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분노했다. 허씨는 “북한 인권 모른 체 하면서 무슨 인권변호사야. 희대의 사기꾼. 인권위 조사 결과 발표 잘 읽어보세요”라고 텔레그램으로 보냈다. 그는 또 “인권위도 당신들도 다 짜고 치고 하는 줄 모를 줄 알아?”라며 “사람 가지고 장난치지마. 다음 정권 땐 당신이 감옥에 갈거다. 당신 끝까지 따라갈거다” 등의 텔레그램을 장 변호사에게 보냈다.
허씨는 망명 전에도 폭행 혐의로 한 여성 종업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지난해 1월께엔 국정원 정보원이라 알려진 조선족 등에게 사기죄로 피소됐다. 허씨는 이에 지난해 3월 망명했다. 망명 7개월 후인 그해 10월 기획 탈북으로 추가 고발되자 허씨는 지난 2월 장 변호사에게 ‘저 변호사님 복수하러 갈 거니까 기다리세요’ 등이라고 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조선일보 증거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대화한 내용이다.
▲ 21일 조선일보 6면.
▲ 23일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 보도가 공작정치”
그 외 사실과 다른 진술도 있다. 가령 “허씨가 민변 측 관계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6월”이라는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허씨는 JTBC 보도 전인 2016년 8월 이미 민변을 찾아간 적이 있다.
허씨에 따르면 그는 국정원, 국군정보사 등 정보기관 공작에 동원된 피해자다. 그러나 동시에 입국 전 국정원 정보원 역할을 했고, 국정원 요구에 지배인 지위를 이용해 종업원들을 데리고 집단 입국한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충분한 취재 없이 허씨 주장을 사실인 양 보도했다.
허씨가 망명까지 하게 된 데엔 기획탈북 의혹을 방관한 검찰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 사건은 과정 곳곳이 의문 투성이다. 2016년 4월 7일 집단 입국한 이들은 바로 다음날 통일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입국했다’고 알렸다. 종업원을 관리했던 정보사 직원은 국정원 군조정팀장으로부터 '상부결정사항이니 언론공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 변호사 등 민변 변호사들은 즉각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TF’를 구성해 이들을 접견하려고 변호인 접견거부처분 취소소송,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 등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2018년 5월에야 허씨와 일부 종업원이 “국정원이 주도한 기획탈북이 맞다”고 JTBC에 처음 밝혔다. 민변은 직후 국정원장 및 관련직원, 통일부장관 등을 감금·변론권 침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에 손 놓고 있다. 고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고발인 조사 외에 진행된 게 없다.
지금까지 인권위만 이 사안을 조사했지만 기획탈북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종업원 12명 중 5명만 조사했고, 정보사 직원은 핵심증거인 휴대전화를 국정원의 파괴 지시로 한강에 버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권위는 이에 정보기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 조사마저 1년 넘는 시간을 끌었다. 인권위가 국가기관에 강제 탈북 기획의 책임을 명확히 묻지 않으면서 허씨는 기획탈북 가담자로 그 책임을 나누어졌다. 허씨는 이미 그 전 폭행, 사기 등으로 고소·고발이 계속되던 중 망명했다. 당시 허씨는 장 변호사에게 “정부가 날 죽이려고 하는 거 모를 거 같아요. 저 한국에 미련없어요”라고 보냈다.
▲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 ⓒ연합뉴스
박승렬 목사는 조선일보 보도에 “터무니없는 기사다. 선의로 따뜻한 밥을 지어준 윤미향 대표나 장경욱 변호사, 시민단체들의 마음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공작정치와 같다”며 “언론이 허씨 말에 놀아났다. 조선일보는 공작정치를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의 ‘교묘한’ 윤미향 월북 회유 보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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