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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임 후 사회 봉사’가 정치라면 즉각 사임이 옳다

윤석열, ‘퇴임 후 사회 봉사’가 정치라면 즉각 사임이 옳다
[경향신문] 사설 | 입력 : 2020.10.23 20:42 | 수정 : 2020.10.23 22:47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수장이라는 직책에 걸맞지 않게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엄정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내부 비위에 추상같은 검찰총수의 모습이 아니라 정치인과 다름없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검찰 지상주의 인식에 매몰된 모습도 비쳤다.

윤 총장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라임사건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근거와 목적 등에서 위법한 것이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비상식적”이라는 거친 언사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정작 윤 총장은 수사지휘를 즉각 수용한 바 있다. 사흘 만에 국정감사장에 나와 정반대 의견을 그것도 비난하듯 쏟아내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다. 수사지휘가 불가피했다는 청와대의 입장에 비추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도 반한다.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부각했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검사들과 자신의 가족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시민들은 라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검사들의 향응과 그에 따른 수사 왜곡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사과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했다.

압권은 윤 총장이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윤 총장은 이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추가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정치 입문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총선 후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며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요청한 검찰개혁의 소임은 방기하면서 임기를 지키라는 말만 따르겠다는 발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윤 총장은 주지하듯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은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8월 초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전체주의는 배격해야 한다”고 말해 검찰총장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 발언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윤 총장의 지금까지 발언과 행동을 종합하면 검찰총장으로서 필요한 만큼 몸집을 키운 뒤 퇴임해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윤 총장이 혹여 퇴임 후 정치를 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를 미래 정치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사람이 검찰의 수장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출처  [사설]윤석열, ‘퇴임 후 사회 봉사’가 정치라면 즉각 사임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