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의 자유는 노동자에게 고통전담일 뿐”
[한겨레] | 등록 : 20111114 16:16 | 수정 : 20111114 16:55
[연속 기고 ‘FTA와 나’] <1> 자동차 노동자 편
한-미 에프티에이(FTA) 국회 비준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FTA를 추진하는 정부나 찬성론자들은 국익론을 내세워 비준을 압박한다. 반대론자들은 나라 경제가 미국에 종속되고, 나라 안에서는 1%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협정이라고 반박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FTA를 둘러싼 괴담과 유언비어에 구속 수사 방침”을 밝혀 논란을 증폭시켰다.
일반 국민들은 FTA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FTA는 나라 간 협정일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한겨레>는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노동자, 농민, 학생 등 각계각층의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눈높이와 처지에서 한미 FTA를 짚어보는 ‘FTA와 나’를 몇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정부는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고용창출 효과를 얘기한다. 또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해 노동수요를 파생시키고 국내 기업이 자본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 자본시장 불완전성이 개선됨으로써 노동수요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정부와 보수 언론은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특별한 혜택이라도 받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25년째 자동차를 만드는 나를 포함해 대다수 자동차 노동자들은 아직도 IMF라는 ‘악몽’이 재현될까 봐 불안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0년 현대자동차 생산직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487시간이다. 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해 보면, OECD 평균보다 무려 55.5일을 더 일한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으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회사는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고용불안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비정규직을 늘려 온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실한 정부 공식 통계로도 비정규직이 6백만 명을 넘어섰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조차 이행하지 않은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이러한 노동자들의 건강·고용·생활조건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한미 FTA 추가 협상에 따른 자동차 산업 영향”이라는 보도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유무역협정의 ‘자유’가 노동자들에겐 ‘고통 전담’이란 것이다. 10년 후면 지금 근무하는 현대차 노동자 중 상당수가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정년퇴직 후 노후와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민영 건강보험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영리병원 허용이 영구화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건강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현실이 펼쳐질 것이 우려된다. 2007년에 금속노조가 한미 FTA 반대 ‘정치 파업’을 벌였던 이유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이 체결된 멕시코의 상황을 봐도 FTA의 폐단을 엿볼 수 있다. 1994년 나프타 발효 이후 2년 동안 멕시코 기업주들은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저임금 일자리를 확대했다.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다. 임금 인하, 보조금 폐지, 공공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1980년대 초와 비교했을 때 2000년대 초반 멕시코 노동자 소득은 76퍼센트로 줄어들었다.
과연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FTA에 대한 진실 공방 속에서 점점 더 우려스러운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을 드려다 봐도 노동자(특히 비정규직)와 서민의 삶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설사 경제 성장과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누구를 위한 FTA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퍼센트 부자들에 맞선 99퍼센트의 저항이 자본주의 심장부인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오클랜드 노동자와 유럽의 교사·공무원·항만 등 노동자들이 외치는 ‘내핍정책 반대’, ‘실업반대’ 구호가 한국 노동자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1퍼센트 탐욕에 맞선 투쟁이 한국에서는 한미 FTA 반대 운동으로 표출되는데 ‘제2의 촛불’을 연상케 하는 이 투쟁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불안한 미래로 고민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의 태도는 ‘양치기 소년’을 연상케 하며 너무도 우려스럽다. 오히려 날로 커지는 투쟁이 민주당을 묶어 두고 있는 양상이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이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한미 FTA 폐지 운동에 동참하자.
정동석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 현장위원
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05352.html
[한겨레] | 등록 : 20111114 16:16 | 수정 : 20111114 16:55
[연속 기고 ‘FTA와 나’] <1> 자동차 노동자 편
한-미 에프티에이(FTA) 국회 비준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FTA를 추진하는 정부나 찬성론자들은 국익론을 내세워 비준을 압박한다. 반대론자들은 나라 경제가 미국에 종속되고, 나라 안에서는 1%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협정이라고 반박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FTA를 둘러싼 괴담과 유언비어에 구속 수사 방침”을 밝혀 논란을 증폭시켰다.
일반 국민들은 FTA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FTA는 나라 간 협정일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한겨레>는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노동자, 농민, 학생 등 각계각층의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눈높이와 처지에서 한미 FTA를 짚어보는 ‘FTA와 나’를 몇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정부는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고용창출 효과를 얘기한다. 또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해 노동수요를 파생시키고 국내 기업이 자본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 자본시장 불완전성이 개선됨으로써 노동수요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정부와 보수 언론은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특별한 혜택이라도 받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25년째 자동차를 만드는 나를 포함해 대다수 자동차 노동자들은 아직도 IMF라는 ‘악몽’이 재현될까 봐 불안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0년 현대자동차 생산직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487시간이다. 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해 보면, OECD 평균보다 무려 55.5일을 더 일한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으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회사는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고용불안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비정규직을 늘려 온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실한 정부 공식 통계로도 비정규직이 6백만 명을 넘어섰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조차 이행하지 않은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이러한 노동자들의 건강·고용·생활조건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한미 FTA 추가 협상에 따른 자동차 산업 영향”이라는 보도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유무역협정의 ‘자유’가 노동자들에겐 ‘고통 전담’이란 것이다. 10년 후면 지금 근무하는 현대차 노동자 중 상당수가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정년퇴직 후 노후와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민영 건강보험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영리병원 허용이 영구화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건강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현실이 펼쳐질 것이 우려된다. 2007년에 금속노조가 한미 FTA 반대 ‘정치 파업’을 벌였던 이유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이 체결된 멕시코의 상황을 봐도 FTA의 폐단을 엿볼 수 있다. 1994년 나프타 발효 이후 2년 동안 멕시코 기업주들은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저임금 일자리를 확대했다.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다. 임금 인하, 보조금 폐지, 공공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1980년대 초와 비교했을 때 2000년대 초반 멕시코 노동자 소득은 76퍼센트로 줄어들었다.
과연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FTA에 대한 진실 공방 속에서 점점 더 우려스러운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을 드려다 봐도 노동자(특히 비정규직)와 서민의 삶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설사 경제 성장과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누구를 위한 FTA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퍼센트 부자들에 맞선 99퍼센트의 저항이 자본주의 심장부인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오클랜드 노동자와 유럽의 교사·공무원·항만 등 노동자들이 외치는 ‘내핍정책 반대’, ‘실업반대’ 구호가 한국 노동자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1퍼센트 탐욕에 맞선 투쟁이 한국에서는 한미 FTA 반대 운동으로 표출되는데 ‘제2의 촛불’을 연상케 하는 이 투쟁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불안한 미래로 고민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의 태도는 ‘양치기 소년’을 연상케 하며 너무도 우려스럽다. 오히려 날로 커지는 투쟁이 민주당을 묶어 두고 있는 양상이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이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한미 FTA 폐지 운동에 동참하자.
정동석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 현장위원
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053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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