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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필독) 미국생활수기, `너무나 비싼 미국 민영병원 의료비`

이글은 삼성언론재단에 김 모씨가 올린 "다사다난했던 미국생활" 수기 중 장파열로 입원해 치료받은 부분을 발취 하였다. 장파열로 입원치료비가 1억원이 넘게 들은 김씨는 "한국의료보험 만세"를 외첬다.

국회에서 한미FTA가 통과되면 미의회가 비준한 FTA 이행법을 무기로 외국 기업들은 정부가 허용한 경제자유구역부터 민영화 병원을 설립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의회가 비준한 이행법 102조에는 국내법과 FTA 이행법이 충돌하면 '국내법은 무효가 된다'고 정동영의원이 말했다.

국내 규제법으로 민영병원을 막을 수 없는 무소불위 FTA이행법이라면 우리 정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미국식의 민영화 병원 체제가 국내에도 자리 잡는다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당해야 하는 고통이 될 것이다.

여러분의 필독을 바란다.


이럴 수가! 장파열이라니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42년 생애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8월 6일경부터 속도 좋지 않고 설사기가 있지만 변은 잘 나오지 않더니 10일 새벽에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아랫배가 불에 덴 것처럼, 불칼로 지지는 것처럼 뜨금했다. 한 30분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다 숨을 가다듬은 뒤 집사람을 깨웠다. 재수없으려니 마침 일요일이었다. 문을 연 조그만 응급병원을 찾아 갔다.

그때까지는 견딜만하기도 했고, 미국은 앰뷸런스 비용이 무지 비싸다고 들었기 때문에 직접 차를 몰고 갔다. 아내는 아직 운전이 서툴렀다. 기본적인 검사를 마친 의사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인근에서 가장 큰 이노바 병원(INOVA HOSPITAL)로 차를 몰고갔다. 나중에 병원에서 본 선전 포스터에 미국에서 우수병원 20위권에 들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CT촬영을 비롯해 몇가지 검사를 한 직후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잔다. 대장 2곳에 천공이 생겼다고 했다. 대략 5시간 정도 수술을 받았고 회복실에서 하루를 머문 뒤 입원실로 옮겨 9일을 있었다.

미국 병원은 쾌적했다. 집사람은 엄청 마음고생을 했겠지만, 필자는 병원에 누워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으며 그리 힘들지 않게 보냈다. 아랫배 두 곳을 각각 14cm, 6cm 가량 절개한 뒤 꿰맨 부분은 상당히 아팠지만 의사나 간호사는 진통제인 몰핀 주사약을 “아프면 마음껏 사용하라”고 했다. 링거주사액과 선을 연결한 무통주사액을 달고 있었는데, 통증이 심하면 혈관으로 들어가는 양을 알아서 늘려도 된다고 했다. 미국 사람들은 통증을 잘 못 참는 듯 병원은 통증관리에 엄청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너무나 비싼 미국 의료비

회진을 도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엄청 친절했다. 무엇 요구해도 화 내는 법이 없었고, 환자를 존경을 담아 조심스럽게 대했고, 또 그러면서도 친밀하게 굴었다. 그 미소뒤에 무서운 칼, 무지막지한 의료비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퇴원할 무렵 의사로부터 필자의 장파열 수술은 2차 수술을 받아야 완료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지금은 상처난 부위 대장을 잘라낸 상태고 3~4개월 뒤 대장을 잇는 봉합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때까지 절단한 대장을 복부 옆으로 빼내 변을 받아내는 비닐팩을 차고 있어야 한단다. “이 인공항문 대장 비닐팩을 3~4개월 더 차고 있어야 한다고?”. 무지 심란해 하는 필자에게 아내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 상당수는 평생 그렇게 살기도 한다”고 위로했다.

수술 때 복부 안에 남은 이물질을 빼내는 드레인관 마저 9월초에 완전히 떼낸 후 거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 미국 운전면허를 땄고, 조지타운 대 수업도 참여했다. 왼쪽 아랫배에 차고 있는 비닐팩에서 변이 샐까 걱정도 됐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학교가기 전에 반드시 미리 변을 뺐다. 식사도 많이 하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한 뒤부터 식사량도 많이 줄었지만 무엇보다 식욕 자체가 생기질 않았다.

그 와중에 여행도 좀 했다. 먼저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집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쉐난도 국립공원에 갔다. 쉐난도는 중학교 무렵 처음들은 존 덴버의 노래 ‘쉐난도 리버’로 익숙한 지역인데, 생각보단 볼게 없었다. 애팔레치아 산맥이 워낙 노령기라 그런지 산이 야트막했다. 뷰포인트(전망대)라는데 차를 세우고 내려다보니 우리 남한산성 정도 높이였다.

미국 땅은 가이없이 넓었다. 집에서 서쪽으로 2시간 30분쯤 차를 달리면 나오는 토마스 제퍼슨의 집 몬티첼로에서 내려다 본, 끝없는 수림은 장관이었다. 색깔만 녹색일 뿐, 꼭 수평선 같았다.

버지니아 농장지대 옥수수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미로찾기 놀이나 과수원에서의 사과따기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10월 중순엔 그 좋다는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가봤다. 차가 달리는 시간만 9시간 넘는 거리였다. 중간에 밥도 먹고 기름도 넣고 하다보면 10시간도 더 걸린다.

잘 놀다보니 2차 수술을 할 시기가 다가왔다. AIG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 온 필자는 처음에는 당연히 2차 수술을 미국 병원에서 받을 생각이었다. 보험회사는 건당 5만 달러까지 보장을 해주니 큰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순진하게 마음먹고 있었다. 그때쯤 병원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허걱! 이노바 병원에서 청구한 비용이 57,000달러쯤 됐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수술을 한 의사도 비용을 따로 청구했다. 그는 병원 소속이 아닌 개업의였다. CT를 3~4번 촬영한 방사선과도 5,000달러쯤 청구했다. 진통제와 마취제를 놔줬던 마치과도 비슷한 액수를 요구하고 나왔다. 압권은 물리치료사였다.

퇴원직전 병실로 찾아온 어떤 백인 여자가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링거를 들고 복도로 나오라고 하더니만 “걸어보라”고 해서 한 10여 분 동안 혼자서 걸어본 게 다였는데 300달러를 청구했다.

청구서가 끝도 없었다. 병원은 건물(하드웨어)만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아웃소싱을 한 것 같았다. 미국은 참 이상한 나라였다. 결국 병원 외에도 7~8개 조직으로부터 날아온 청구서를 들고 망연자실했다. 전부 합치면 75,000달러가 넘었다. 환율은 1,400원을 넘어 1,500원을 위협하고 있었다. 한국 돈으로 치료비는 모두 1억원이 넘었다. 2차 수술은 무조건 한국에서 해야 했다.


한국 의료보험 만세

12월초에 귀국해 대장전문병원인 서울 방배동 인근 대항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미국 병원의 1차 수술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수술 전날 입원한 것을 포함해 입원기간은 12일이었다. 병원비는? 놀랍게도 350만원 정도 나왔다. 의료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은 150만원 근처였다. 미국 병원비는 비싸도 너무 비쌌다.

무통주사 비용만 비교해보자. 미국은 5,000달러였는데, 한국은 10만원이었다. 환율을 1 대 1,000원으로 고정해서 계산해도 50배다. 과잉진료도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4차례 정도 한 CT촬영을 한국에선 한번만 했다.

미국은 국가에서 의료보험을 관리하지 않다 보니 필자가 보기엔 상당수 과잉청구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데도 해마다 과잉 허위청구로 적발되는 사례가 많은데, 사보험제인 미국의 경우 과잉청구는 비일비재한 것 같았다. 미국 병원에선 돈이 없는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못받는 경우도 많고, 큰 기업 같은 데선 의료전문가들을 동원해 병원과 협상해 50%정도 깎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과잉청구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비싼 의료비는 미국내에서도 악명이 높다.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가로 막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의료비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얼마 전 파산을 맞은 GM 등 미국 기업들의 종업원들에 대한 보험료 부담이 어마어마했다. 또 미국 개인파산의 60% 정도가 의료비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국가에 의한 강제의료보험제가 없고, 사보험제도인 미국은 보험비도 너무 비싸다.

인구가 3억 명이 좀 넘는 나라에서 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3,700만 명~4,3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실시하려다 실패했고,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의욕을 내고 있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산업은 미국 GDP의 20% 내외라고 한다. 그만큼 과잉팽창 돼 있다. 미국 의원들 상당수가 제약회사 등 의료산업에 주식을 갖고 있다. 또 미국 사람들은 유럽만큼 평등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다. 국가관리 의료보험을 미국 병원협회나 공화당 같은데선 ‘사회주의’라고 공격하고, 그런 선전이 상당히 먹히는 것으로 보였다.

대선때 공화당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을 “개인의 의사선택을 가로 막는, 의사와 가정 사이에 국가 관료가 끼어드는 제도”라고 비난했고, 지금도 반대파들이 일상 쓰고 있는 논리다. 한국은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가 국가경쟁력을 가로 막는 요인인 것처럼 미국은 의료보험 문제가 최악의 경제, 사회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출처 : http://cafe.daum.net/antimb/HXck/204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