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결혼하지 못하고 결국은 비행기를 타야 했다는 시골 총각.
어여쁜 베트남 처자를 아내로 맞이해 팔불출처럼 벌어진 입 다물어지기도 전,
중병에 걸린 아내가 덥석 자리에 눕고 말았단다.
꽃 같은 아내의 치료비 기천 만원이 무슨 대수겠는가.
밤낮없이 병상을 지키던 정성 덕분에
그녀는 겨울 먼지를 털어내듯 툭툭 병마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베트남에서 한 남자가 찾아왔으니,
가난 때문에 먼 나라로 시집 간 여인을 끝내 잊지 못했던 모양이다.
시골 남자,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니
도저히 애절하고 애절해서 갈라놓을 수가 없었단다.
비행기 타고 데려온 여인,
보따리까지 곱게 싸서 돌려보내고 사내는 몇 날을 울었을까.
두 계절이 지나도록 허리가 묶인 채
지하철 환기구 옆에 방치되었던 포장 수레가 다시 몸을 풀던 날,
나는 급하게 버스에서 내려 그들에게 달려갔다.
작고 아담했던 러시아 여인과 듣지 못해 말하지 못하는 젊은 남자.
그러나 중국식 호떡을 굽는 남편과
서투른 손놀림으로 국화빵을 굽던 러시아 여인은 그곳에 없었다.
부부 대신 장사하던 낯선 농아 아주머니에게 그들 소식은 묻지도 못하고
중국식 호떡 천원에 두 개, 국화빵 천원에 일곱 개,
두 봉지 손에 들고 된 걸음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시골 남자 같은 슬픈 사랑이랑 말고 부디 오래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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