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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박정희·박근혜

선관위, '박근혜 책 판매' 선거법 위반 조사

선관위, '박근혜 책 판매' 선거법 위반 조사
[단독] 경선캠프 조직적 판매 연관성에 주목... 박측 "책 팔았다고? 처음 듣는 얘기"
[오마이뉴스] 최경준 | 최종 업데이트 12.08.10 17:39


▲ 지난 7월 20일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출판한 <女風(여풍)당당 박근혜> 책 표지. ⓒ 행복에너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 측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의원을 홍보하기 위해 박 의원과 관련된 책을 불법적으로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후보자를 지지·추천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쇄물 등을 배부하거나·게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붕대 감은 손 치켜든 박근혜' 사진으로 책 표지 제작

지난 6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 '서울희망포럼'이라는 대형 현수막 옆으로 책상 하나가 놓였다. 목에 수건을 두른 두 명의 청년이 연신 땀을 닦으며 책상 위에 <女風(여풍)당당 박근혜>라는 제목의 책 수십여 권을 진열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한 청년이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민은 다시 "이 책들은 파는 것이냐"고 물었고, 청년은 밝은 목소리로 "서점에서 1만5000원인데, 1만 원에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만 원을 꺼내 이 청년들로부터 책을 사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부산 합동연설회가 열린 사직 실내체육관 건너편 사직 야구장 앞 인도에서도 이 책들이 팔리고 있었다. 작은 판매대 위로 '女風당당 박근혜'라고 적힌 표지판과 함께 수십여 권의 책들이 진열돼 있었다. 서울에서와 차이점은 합동연설회에 참석하는 새누리당 선거인단이 주로 오가는 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오가는 길에서 판매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출판한 <女風당당 박근혜>는 붕대를 감은 오른 손을 치켜들고 마이크를 잡은 채 활짝 웃고 있는 박근혜 의원의 상반신 사진으로 책 전면 표지를 만들었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의 로고가 새겨진 붉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또한 책 제목 위에는 '위기에 강한 리더십'이라고 적혀 있고, 사진 위쪽으로 "이제는 여성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책 내용이 아닌 표지만 본다면 박 의원을 홍보하기 위한 책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서울시 선관위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장 주변에서 박근혜 의원과 관련된 책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경선 현장에서 <女風당당 박근혜>라는 책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적발, 판매 목적과 규모, 방식 등을 놓고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93조는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사진, 문서, 인쇄물 등을 배부하거나 게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출판물의 판매·배부'와 관련 '특정 정당 또는 입후보예정자에게 유불리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서적을 거리나 각종 집회장소 등에서 판매하는 등 통상적인 판매방법 외의 방법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새누리당 경선 합동연설회장 주변에서 <女風당당 박근혜>를 판매한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팔거나 지인들에게 파는 것이 통상의 예일 텐데, 합동연설회장 주변에서 팔았기 때문에 전혀 위법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친 여부를 따져서 최종적으로 위법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 표지에 박근혜 의원의 사진이 있는데, 선거법 93조에서 금지하는 게 그런 것"이라며 "일반 유인물과 다르겠지만 대량으로 거리에서 판매된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안의 경우 책 자체의 내용이나 성격은 중요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책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싸게 판매된 것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가가 1만5000원인 <女風당당 박근혜>는 인터넷서점에서 1만3500원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합동연설회장 주변에서는 1만 원에 팔렸다.

이는 '누구든지 당해선거에 관하여 후보자 또는 그 소속정당을 위하여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115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특정 정당 또는 입후보예정자와 관련된 서적을 통상적인 가격보다 싼 값에 판매하거나 무료로 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지난 6일 오전 새누리당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서 <女風당당 박근혜>라는 제목의 책 수십여 권이 판매됐다. ⓒ 오마이뉴스


서울희망포럼 회원이 책 출판·판매... 박근혜 측 "선관위에 물어봐라"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새누리당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장 주변에서 <女風당당 박근혜>를 판매한 청년들은 '행복에너지' 출판사 직원들로 확인됐다. 특히 이 출판사의 권선복 대표는 강서구 구의원 출신으로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대변인, 한나라당 중앙 상무위원을 지냈다. 또한 권 대표는 박근혜 의원의 외곽 지지 그룹으로 알려진 서울희망포럼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선복 대표는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판된) 안철수 책은 불티나게 잘 팔리는데, 이 책은 하나도 안 팔려서 책을 좀 팔아볼 생각으로 직원들을 내보냈다"며 "그러나 책이 너무 안 팔려서 그만 두려고 하던 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을 그냥 (무료로) 줬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돈을 받고 팔았는데 그게 왜 선거법 위반이냐"고 반문했다.

권 대표는 특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팔았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질문하자, "책 (표지가 아닌) 내용을 보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중보다 싸게 팔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시중 서점에 우리가 납품하는 (도매) 가격이 9000원"이라며 "결코 싸게 판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행복에너지'는 지난달 <女風당당 박근혜>를 출판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풍당당 박근혜를 집필한 김대우-김구철 저자는 각각 시사평론가와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장으로 활동 중이며, 이중 김대우 저자는 이미 앞선 2006년, 2010년, 2011년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관련한 책을 펴낸 자타공인 박근혜 전문가"라며 "여풍당당 박근혜는 김대우 저자가 4번째로 펴내는 박근혜 관련 서적으로, 박 위원장의 대선 출마와 더불어 엄청난 파장을 남길 것으로 예견된다"고 밝혔다.

앞서 권 대표는 지난 6월 21일 박근혜 의원의 팬클럽인 '박사모'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대표님의 여풍당당 책 탈고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좋은 사진이 필요하다. 협조하여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 권선복 '행복에너지' 대표는 지난 2005년 당시 박근혜 당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 정치대학원을 수료하면서 찍은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게시판에 게재하기도 했다. ⓒ 다음 카페 갈무리

권 대표는 또 지난 2010년 11월 온라인 커뮤니티카페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5개 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언어천재 박근혜야말로 하늘이 우리민족에게 내려주신 더할 나위 없는 보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당시 박근혜 당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 정치대학원을 수료하면서 찍은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박 의원과는 짧아도 2005년부터 친분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신생 출판사인 '행복에너지'는 이번 박근혜 의원 관련 책 외에도 박 의원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생애를 그린 '육영수의 사랑 그리고 또 사랑'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박정희의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를 출간했다.

특히 권선복 대표는 기자에게 본인이 박근혜 의원의 외곽 지지 모임인 서울희망포럼의 회원이라고 밝혔다. 서울희망포럼에서 구성된 청년조직 '서울희망 청년포럼'은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대표님의 2012년도 승리를 위해 청년조직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회원이 5만 명에 이르는 서울희망포럼은 조만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6층에 있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박근혜 의원) 캠프가 들어선 대하빌딩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서울희망포럼의 공동대표인 안홍렬 새누리당 강북을당협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내 경선이 끝나고 본선을 위한 체제가 갖추어지면 (서울희망)포럼에서 활동하던 많은 분들이 (박근혜 후보) 선거 캠프로 들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권선복 대표가 박근혜 의원과 관련한 서적을 출판하고 이를 공공장소에서 판매한 것이 선거법 위반으로 확정될 경우 박 의원 경선 캠프와의 연관성 여부도 주목된다. 박 의원 경선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홍보 책자 판매 등에 나섰다면 그동안 '법과 원칙'을 내세운 박 의원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근혜 경선 캠프의 대변인인 이상일 의원은 "후보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그런 책을 팔았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그것이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으니, 나에게 묻지 말고 선관위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출처 : 선관위, '박근혜 책 판매' 선거법 위반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