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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박정희·박근혜

박정희 "사쿠라 같이 훌륭히 죽겠습니다"

박정희 "사쿠라 같이 훌륭히 죽겠습니다"
<만화 박정희> 출간, 박정희 찬반 논란 거세질 듯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 기사입력 2005-05-17 오전 10:39:24


민족문제연구소와 뉴스툰(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도서출판 '시대의창'이 공동 기획해 제작한 <만화 박정희>가 5ㆍ16 군사 쿠데타 44주년을 맞이한 16일 출간됐다. 특히 이 책은 박정희의 친일 행각, 좌익 경력, 군부독재 실상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박정희 시대 살아보지 않은 어린 세대에게 진실 알려주기 위해 출간"

민족문제연구소와 도서출판 '시대의창' 등은 16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만화 박정희> 출판 기념회를 열고 이 책을 펴내는 의미를 밝혔다.

임 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양 극단으로 나뉜 박정희에 대한 최근 평가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어린 세대들에게는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박정희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깊이 생각한 끝에 <만화 박정희>를 기획하게 됐다"고 출간 목적을 밝혔다.

임 소장은 "철저하게 사실과 증언을 토대로 구성해 사실의 혼동이 없도록 했다"며 "이 책의 출간으로 우리 민족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는 한 '문제적 인물'에 대해 국민들이 냉철하게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이 책의 출간 의의를 설명했다.

▲ <만화 박정희>(백무현 글, 박순찬 그림, 시대의창 펴냄). ⓒ프레시안
<'만화 박정희>를 각각 쓰고 그린 백무현, 박순찬 화백은 종합 일간지에서 만평, 만화를 그리는 현직 작가이다. 백무현 화백은 <서울신문>에서 시사만평을 맡고 있고 이미 1996년 8ㆍ15 해방부터 전두환ㆍ노태우 구속까지 50년사를 다룬 <만화로 보는 한국 현대사>(전3권)을 집필한 경험이 있다. 박순찬 화백은 <경향신문>에 만화 '장도리'를 연재하면서 종합 일간지 최연소 시사만화가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항일 유격대 토벌에 '요오시(좋다)' 외친 박정희"

이번에 출간된 <만화 박정희>는 그간 금기시돼온 박정희 삶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박정희의 일제 강점기 때 친일 행적, 좌익 경력, 군부 독재 실상 등을 정면으로 묘사하고 있다.

1979 년 10월 26일 암살 사건으로 시작한 이 책은 곧바로 1942년 3월 23일 박정희가 다카기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진충보국 멸사봉공'이라는 혈서를 쓰고 입학한 만주 군관학교를 졸업하면서 "대동아공영을 이룩하기 위한 성전에서 나는 목숨을 바쳐 사쿠라와 같이 훌륭하게 죽겠습니다"고 선서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재미언론인 문명자씨의 증언 내용을 토대로, 박정희가 일본제국군 소위로 임관한 뒤,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다가 "조센징(항일 유격대) 토벌 나간다"는 명령에 벼락같은 목소리로 "요오시(좋다)!"라고 외쳐 당시 같은 동료들에게 "저거 좀 돈 놈 아닌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 ⓒ시대의창


"해방후 좌익으로 돌변, 위기 몰리자 미련 없이 동료-조직 배신"

한편 그간 적극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박정희의 해방 직후 좌익 행적에 대해서도 이 책은 한 장을 할애해 구체적인 실상을 밝히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박정희는 해방 후 춘천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던 중 당시 조선건국준비위원회(건준)와 남조선노동당(남로당)에 참여했던 셋째 형 박상희씨를 좇아 남로당에 입당한다.

1948년 10월 제주 4ㆍ3항쟁을 진압하기 위한 출병을 여수 주둔 14연대가 거부하면서 발생한 '여순 반란 사건'을 계기로 전 군에서 좌익 색출이 시작되고, 그 여파는 당시 소령이었던 박정희에게 미친다.

이 책은 "당시 박정희는 자신이 살기 위해 미련 없이 동료와 조직을 배신했고, 수사팀은 (박정희가 써준) 명단을 토대로 마치 고구마 캐듯 세포들을 색출해 나갔다"며 "박정희는 그 공으로 사형을 면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시대의창


"1971년 대선에서 김대중 이기기 위해 반호남 지역감정 자극"

이 책은 5ㆍ16 군사쿠데타 직후부터 18년간의 박정희 정권의 횡포를 집중 조명했다.

이 책은 우선 1961년 당시 32세의 나이로 사형을 당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에 대해 "미국이 박정희의 좌익 경력을 문제 삼을 것을 우려해 반공을 제1의 국시로 내세운 박정희 정권이 선명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억울한 희생양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은 계속해서 1964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1967년 재독 교포를 간첩으로 몬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영구집권을 꾀한 1972년 10월 유신,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색연맹(민청학련) 사건, 1975년 4월 9일 형 확정 다음날 8명에 대한 사형을 선고한 재건 인혁당 사건 등 박 정권의 대표적인 폭압 정치 사례의 전후 맥락과 진실을 밝혔다.

특히 이 책은 박 정권이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파란을 일으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꺾기 위해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조장한 사실도 폭로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 박 정권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선거 막바지 대구에 "호남인이여 단결하라", "호남에서는 영남인의 물건을 사지 않기로 했다"는 유인물을 뿌려 영남의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 ⓒ시대의창


"젊은 여성에게 술시중 장면 들키자 육영수 여사에게 잔 던져"

이 책은 금기시돼온 박정희의 여성 편력도 다뤘다.

이 책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유성온천에서 젊은 여성에게 술시중을 받고 있던 박정희가 갑작스레 방문한 육영수 여사에게 "서울에 있으라면 있을 것이지 왜 내려 왔어"라며 술잔을 던진 일화를 소개했다.

이 책은 박정희의 '채홍사(기생을 징발하는 관리)'였던 박선호 중정 의전과정의 증언을 토대로 "주로 주간지 표지 사진이나 TV시청에서 (여성을) 골랐으며, 경호실장 차지철이 TV 보다가 30%쯤 골랐고, 궁정동 안가를 다녀간 연예인은 1백여명 정도 되고, 임신해서 낙태한 사람도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 책은 또 1970년 '정인숙 피살 사건'을 소개하며 "당시 26세였던 정인숙은 박정희는 물론 당시 정일권 총리와도 관계를 맺었으며 정인숙이 마포구 합정동 부근의 강변3로 승용차 안에서 총을 맞아 숨진 뒤 숨겨진 정인숙의 아들이 누구의 자식인지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 ⓒ시대의창


'박사모' "박정희 미화 만화 출판하겠다"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이 책의 폭발력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은 지난 14~15일 충청북도 충주호리주트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만화 박정희> 출간을 '박근혜 죽이기'의 일환이라고 보고 이에 대응하는 <인간 박정희> 만화를 출판하기로 했다.

1990년대 후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박정희를 찬양하는 내용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조선일보사 펴냄)에 대항해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개마고원 펴냄)를 펴내 일방적인 박정희 찬양과 미화를 비판했던 것과 정반대의 대응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출처 : 박정희 "사쿠라 같이 훌륭히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