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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나사 풀린 외교부… 왜 이러나

나사 풀린 외교부… 왜 이러나
세금으로 구입한 고가 미술품
재외공관장 안방에 걸어두고
외교행낭에 30만弗 은폐 의혹

[세계일보] 김민서 기자 | 입력 2012.10.05 19:02:07 | 수정 2012.10.06 01:35:56



각종 사건·사고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외교통상부의 기강해이 실태가 또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국정감사장에서다. 음주운전이나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직원이 경고나 주의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가 하면 심지어 승진까지 했다. 또 국민 세금으로 구입한 미술품은 재외 공관장의 안방이나 서재에 걸려 있었다. 공적으로 사용되는 ‘외교행낭’을 사적으로 이용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 만연한 징계에 솜방망이 처벌

5일 열린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업무 부당처리, 개인비리로 징계를 받은 외교부 공무원은 모두 273명에 이른다”며 “외교부 직원 8명 중 1명이 징계를 받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징계 대상자 273명 중 인사 불이익에 해당하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은 33명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나머지 240명은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주의·경고·불문경고 처분을 받았다.

예컨대 2010년 5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주독일대사관 소속 공사참사관은 ‘경고’ 조치를, 2008년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 등과 골프를 친 중국 현지 공관장은 ‘불문경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2010년 9월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파동 사건에 연루된 핵심 관련자들은 오히려 중요 보직에 재임명됐다. 당시 A 인사기획관은 핵안보정상회의 대변인으로, B 특별채용심사위원은 가나대사로, C 기획조정실장은 태국대사로 승진 전보됐다.


◆ 황당하고 뻔뻔한 사건도 수두룩

이날 국감에서는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지난해 외교부와 감사원의 외교행낭 점검 사실을 거론하면서 당시 30만달러 정도가 외교행낭을 통해 운반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충격을 던졌다. 그는 가운데를 파낸 영문 소설책을 펴보이며 “100달러짜리 100장 묶음 2개를 넣게 되면 책 한 권에 2만달러가 들어갈 수 있다. 15권에 채워 넣으면 30만달러로 우리 돈 3억3000만원이나 된다”며 전모를 공개하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감사원에서 점검한 결과 30만달러는 아니고 320달러가 발견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면서 직원들이 경조사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의원에 따르면 2011년 감사원의 기동점검 감사 결과 49개 재외공관에서 보낸 57개 외교행낭 중 19개 공관의 외교행낭이 사적으로 이용하다 적발됐다.

재외공관을 한국문화를 알리는 창구로 활용한다며 구입한 고가 미술품을 공관장 안방이나 거실 등 엉뚱한 곳에 걸어둔 공관도 많았다. 중국 칭다오 총영사관은 미술품을 관저 안방에, 캐나다 대사관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침실에 배치했다.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 미국 휴스턴 총영사관, 포트투갈 대사관도 미술품 일부를 서재에 배치했다.


출처 : 나사 풀린 외교부… 왜 이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