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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구럼비’가 뭐길래…다시 보는 제주해군기지 갈등

‘구럼비’가 뭐길래…다시 보는 제주해군기지 갈등
[경향신문] 박용하 기자 | 입력 : 2012-03-07 14:48:22 | 수정 : 2012-03-07 14:48:22


'구럼비 바위'는 제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앞 바닷가에 펼쳐져 있는 용암너럭바위의 이름이다. 이 바위는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것으로, 일반적인 바위들과 달리 넓고 평평한 모습이다. 해안을 따라 1.2㎞에 이뤄져 있으며 너비도 150m에 이른다. '구럼비'란 이름은 이 지역에 '구럼비낭'(제주말로 구럼비 나무)이 많아 붙여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바위가 언론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해군과 해군기지공사 시행 업체인 삼성물산이 바위 주변에 높이 3m의 철제 펜스를 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민·군 복합관광미항' 건설 계획을 밝히고 강정마을 일대 해안에 공사를 시작했다.

'민·군 복합관광미항'은 정부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2007년 정부는 2014년까지 1조300억 원을 투입, 전투함 20여 척과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45만㎡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제주 남방해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전략 요충지이며,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가 위치하고 있어 우리의 방어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건설 취지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건설부지 선정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반발했다. 처음 해군기지 유치 과정에서 마을회의를 제대로 거치고 않고 찬성쪽 의견만 내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부쳤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 뒤 2007년 8월 전체 주민투표를 다시 벌였다. 당시 만 19세 이상의 주민 725명이 투표에 참가해 반대 680명, 찬성 36명, 무효 9표로 반대 입장을 결정했으나, 이와 무관하게 기지건설 공사는 계속됐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자연환경 파괴를 우려했다. 유네스코는 2002년 강정마을 일대 해안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중앙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이곳을 생물권보전지역 및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인 붉은 발말똥게, 맹꽁이, 층층 고랭이, 돌고래 등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최근까지 현장에서 해군기지건설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에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 5일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보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6일 제주도의 요청을 하루 만에 거부하고 삼성물산·대림산업 등 시공업체들에 구럼비 해안 바위에 대한 발파 허가를 내줬다. 시공업체 측은 7일 오전 11시 20분 구럼비 바위에 대한 발파 작업을 시작했다.


출처 : ‘구럼비’가 뭐길래…다시 보는 제주해군기지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