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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새벽에 케이슨 등장…“국회의원 면전에서 발파 야만”

새벽에 케이슨 등장…“국회의원 면전에서 발파 야만”
강정교 길목에 경찰버스로 차벽 설치…주민들 먹거리 조달 어려워
홍의덕 의원 “발파 화약 해상운송은 명백한 불법…발파 이유도 거짓말”

[한겨레] 서귀포/ 박수진 기자 | 등록 : 2012.03.08 10:37 | 수정 : 2012.03.08 16:07


▲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발파 공사 개시로 주민과 정부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8일 오전 강정마을 앞 바다에 케이슨(사각 콘크리트 구조물)을 실은 배(사진 왼쪽)가 떠 있다. 케이슨은 강정 앞바다를 매립해 제주 군사기지항을 만드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사진 박용성 생명평화순례단 순례국장 제공

제주 강정마을 주민을 비롯한 범야권 등의 강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구럼비 바위 서쪽 200m 지점에서 여섯 차례 발파가 이루어진 다음날인 8일 오전 강정포구에는 케이슨(방파제 축조용 구조물) 한 개가 도착해 있으며 준설함도 도착해 있다. 제주 화순항에는 강정포구로 이동을 준비 중인 운송선에 케이스 한 개가 추가로 적재돼 있다. 박용성 생명평화순례단 순례국장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공사를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 서귀포경찰서는 8일 오전 강정마을 삼거리에서 강정교로 오는 길목에 경찰버스 한 대로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막고 있다. 서귀포/ 박수진 기자 (※ 자세히 볼려면 이미지 클릭)

찰은 차량 통제를 계속하고 있다. 서귀포경찰서는 8일 오전 강정마을 삼거리에서 강정교로 오는 길목에 경찰버스 한 대로 차벽을 설치했고 그 앞에 전경을 삼열종대로 앉게 해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다. 주민들은 오토바이나 차량을 이용해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조달해왔는데, 경찰의 차량 통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강정교까지 오는 데는 걸어서 25분 가까이 걸린다. 촛불문화제나 공사반대를 위한 집회도 모두 강정교 앞에서 열린다.

서귀포경찰서는 8일 오전 서귀포시에서 강정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인 법환삼거리에도 경찰버스 두 대로 차벽을 세웠다. 오전 9시 현재까지는 차량 통행에 많은 제한을 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한웅 변호사는 “주민들이 이미 집회신고를 했기 때문에 헌법적으로 보장된 집회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인데, 심지어 집회를 하러 간다고 해도 통행을 제한하는 것은 ‘강정마을제주해군기지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비판했다. 한웅 변호사는 “업무방해뿐 아니라도 막연한 ‘위험’에 대한 추측으로 공권력이 국민 모두에게 자유롭게 주어져야 할 통행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이 또한 경찰의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 서귀포경찰서장이 구럼비 발파를 쓰일 화약류를 운반하도록 허가한 신고필증. 서귀포/ 박수진 기자 (※ 자세히 볼려면 이미지 클릭)

한편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은 8일 “강정은 불법의 도시”라고 말했다. 홍희덕 의원은 “발파를 위해 화약을 운송하면서 신고필증에 나와 있는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운송해 명백한 불법을 행했다”며 “이외에도 불법하게 주민들의 통행을 막는 것도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7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에서 들고 나온 ‘화약류운반신고필증’을 제시하며 불법의 증거를 댔다. 서귀포경찰서장이 내준 이 신고필증에는 ㈜제주화약에서 공사현장까지 폭약 560㎏과 뇌관 112개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차량으로 운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7일 화약은 차량이 아닌 해상으로 운송됐다. 홍희덕 의원은 “폭약과 뇌관이 들어 있는 위험물질인 화약을 운송하면서 신고필증에 나와 있는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운송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 의원은 7일 정동영 민주통합당·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과 함께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장과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2차 발파부터 3차·4차 발파까지 지속된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발파 중단’과 ‘공사 중단을 면전에서 요구하고 있는 국회의원 세 사람을 바로 앞에 앉혀놓고 발파를 강행하는 야만적인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정인양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장은 갑자기 자리를 비우고, 공사를 담당하는 다른 책임자가 ‘불법은 다 감수하겠다, 불법이 있으면 처벌받겠다’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한 이 담당자에게 “‘발파를 왜 강행해야 하느냐’라고 묻자 “이미 화약을 다 넣어놓았는데 이를 발파하지 않으면 화약을 못쓰게 된다고 답했지만, 화약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했다”며 “사업단이 불법을 감수하는가 하면, 거짓말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처 : 새벽에 케이슨 등장…“국회의원 면전에서 발파 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