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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지식채널e ‘구럼비’ 결방 공영방송의 생태 외면 아쉽다”

“지식채널e ‘구럼비’ 결방 공영방송의 생태 외면 아쉽다”
김한중 EBS PD
[경향신문] 정유미 기자 | 입력 : 2012-03-07 21:57:32 | 수정 : 2012-03-07 22:55:16


김한중 EBS PD(41·사진)는 7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 바위’를 파괴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다”며 “생태적 가치가 큰 자연유산을 보존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PD는 EBS 지식채널e의 <구럼비>편을 제작했지만 사내 심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20일 저녁 8시45분 방송될 예정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사안이 민감하고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방이 결정된 상태다. 김 PD는 구럼비 바위의 생태·지질학적 정보와 바위에 얽힌 전설을 담아 4분40초짜리 방송을 만들었다.

그는 “구럼비 바위를 만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이 바위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영험한 존재”라고 밝혔다. 이어 “바위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떠다 기도를 드리면 병이 낫고 아이를 갖게 된다고 한다”며 “이토록 소중한 바위를 더 이상 못 볼 수도 있다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 PD가 구럼비 바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올 2월 초다. 당시 방송기획을 할 때만 해도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강정마을이 갈등지역으로 부각되긴 했지만 바위는 관심 밖이었다. 그는 바위에 천착했고 3주 정도 취재하고 사진을 모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 PD가 제작한 <구럼비>편은 방송 3일 전 갑자기 심의 절차를 거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김 PD와 제작진은 이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 PD는 “노조와 사측 동수로 구성된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방송을 다시 제작해 심의를 받으라’고 했다. 방송시기는 방송본부장에게 일임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해군 기지는 애당초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공영방송이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데 왜 방송이 안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EBS 관계자는 “제주도 해군기지는 국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고 총선을 앞둔 시기에 민감한 사안을 방송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방송시기는 현재로선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파작업을 통해 구럼비 바위를 해체하는 작업에 나섬에 따라 김 PD가 만든 영상이 ‘구럼비’ 바위가 남긴 마지막 모습일지 모른다.


출처 : “지식채널e ‘구럼비’ 결방 공영방송의 생태 외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