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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옷이 벗겨져도 ‘해군기지 반대’…문정현 신부의 수난

옷이 벗겨져도 ‘해군기지 반대’…문정현 신부의 수난
[경향신문] 박용하 기자 | 입력 : 2012-03-08 17:31:17 | 수정 : 2012-03-08 17:33:57


제주 해군기지 부지 앞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를 둘러싸고 현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시위 현장에서 노숙을 하고, 경찰에 의해 옷이 벗겨지는 '수난'을 겪고 있는 사회활동가 문정현 신부의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트위터에는 이날 제주 서귀포 일대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해 시위 중인 문 신부의 탈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속 문 신부는 상의를 벗은 채 지팡이를 짚고 경찰들 밑에 주저 앉아 있다. 문 신부의 옷은 흙이 묻은 채 한쪽에 널브러져 있다.

현장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한 네티즌 'ez2dj81'은 "문 신부님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강정 사업단 정문 앞에서 경찰에 의해 옷이 벗겨진 뒤 다른 사제들과 함께 연좌 중"이라며 "옷에 흙이 묻은걸 보면 경찰이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8일 트위터에 공개된 문정현 신부의 탈의 사진 / 네티즌 'ez2dj81'

문 신부는 27세에 사제 서품을 받은 뒤 36세가 되던 1975년 인혁당 사건 관련자 사형 집행을 저지하려다가 무릎 부상을 입어 5급 장애를 얻었다. 1976년에는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명동 3·1 민주 구국선언으로 투옥됐고, 1987년부터는 익산의 창인동 성당 주임신부로 있으면서 노동운동에 투신, 노동자의 아버지로 불리며 1999년까지 노동현장에서 활동했다.

천주교 사제로서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그는 2008년부터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기지건설 반대 시위로 지난해 8월25일과 9월30일, 그리고 지난 1월30일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지난달 24일 법원은 결국 업무방해 혐의로 문 신부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현장에 있다. 트위터에 공개된 사진 속에서 그는 비오는 날 현수막을 덮고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제주도청에서 하루를 노숙하기도 한다. 경찰에 둘러싸여 화장실에 갈 수가 없다며 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이런 그에게 "깡패신부님" "파란 잠바를 입은 천사" 등의 별명을 붙여줬다.


출처 : 옷이 벗겨져도 ‘해군기지 반대’…문정현 신부의 수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