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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경남도, 진주의료원 휴업 강행…정부도 ‘공공의료’ 버렸다

경남도, 진주의료원 휴업 강행…정부도 ‘공공의료’ 버렸다
복지부, 시정명령 권한 활용안해…“지자체 일일뿐”
박대통령 공약과 정면배치…청와대는 “정책 검토”

[한겨레] 창원/최상원 기자, 손준현 김남일 석진환 기자 | 등록 : 2013.04.03 20:25 | 수정 : 2013.04.04 09:15


▲ 예고대로 휴업?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3월30일 이후 적절한 시점에 휴업한다’며 환자들에게 퇴원하거나 병원을 옮기라고 요구한 휴업 예고 안내문이 지난달 25일 진주의료원 어귀에 붙어 있다. 진주/이정아 기자

경남도가 환자들과 지역사회·보건의료계의 격심한 반대에도 진주의료원을 한 달 동안 휴업하겠다고 3일 발표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경남도의 이런 결정은 박근혜의 ‘공공의료 강화’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도,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은 “지방의료원의 폐업 결정은 자치단체의 권한”이라며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윤성혜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이날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터 다음달 2일까지 진주의료원을 휴업한다”고 밝혔다. 그는 ‘휴업이 폐업의 전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방의료원 39곳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이유로 폐업을 추진한 첫 사례다. 지방의료원은 32곳이 적자 상태이지만, 장기 요양환자·응급환자 등 지역의 필수 의료안전망 기능을 감당하느라 발생한 ‘건강한 적자’라며 다른 지자체들이 예산 지원을 강화하는 것과 대비된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에 입원중인 호스피스 환자, 노인 요양환자 등 49명에게 즉시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입원 환자(77)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어디로 가란 말이냐. 나는 죽을 때까지 진주의료원에 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진주의료원은 오후 3시 이후 외래 환자들을 돌려보냈으며 오후 5시 30분 응급실을 폐쇄했다. 입원 환자들의 진료는 계속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 견해를 밝혀왔던 복지부는 이날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동을 걸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기남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지방의료원법에 따라 설립과 폐업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있다. 지금 단계에서 추가 조율은 어렵다”고 말했다.

▲ 위급환자가 발생해도 119 등 유관기관에서는 더이상 진주의료원으로 환자를 데려오지 않는다. 당직 간호사와 촛불집회를 마치고 온 간호사만 응급실을 지킨다. 이정아 기자

특히 복지부는 현행 의료법에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도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법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도 “지자체가 관장하는 의료원이니 경남도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민 건강을 외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경남도가 공공의료를 포기했다. 전국민의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진주의료원 폐쇄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힐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 기관 관련 정책을 새롭게 검토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처 : 경남도, 진주의료원 휴업 강행…정부도 ‘공공의료’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