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진주의료원 사태... "물과 소금으로 버틴다"

진주의료원 사태... "물과 소금으로 버틴다"
노조원 2명 도의원 3명에 장영달 전 국회의원까지 단식농성 줄이어
[오마이뉴스] 윤성효 | 13.04.05 08:26 | 최종 업데이트 13.04.05 08:47


4일 오후 11시경 경남도청. 사무실 불빛이 거의 대부분 꺼져 있었지만, 중앙현관과 정문 앞에서는 목숨을 건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남도가 생긴 뒤 처음으로 도청 현관 앞에서 철야노숙 단식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강행하는 속에, 야당 위원장과 경남도의원,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폐업 철회'와 '소통'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과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석영철, 김경숙, 여영국 의원은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철야 노숙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에서 장영달 위원장은 위에, 3명의 경남도의원들은 아래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과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석영철, 김경숙, 여영국 의원은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철야 노숙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에서 장영달 위원장은 위에, 3명의 경남도의원들은 아래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장영달(64)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4일 오후부터 현관문 바로 앞에 야전침대를 갖다놓고 누웠고, 경남도의회 야권교섭단체 '민주개혁연대' 소속 김경숙(민주당)·석영철(통합진보당)·여영국(진보신당) 의원은 2일부터 현관 앞 계단에 누워 있다.

이들은 노숙에, 물과 소금만 마시는 단식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개혁연대가 농성을 시작한 뒤부터 경남도청 중앙 현관문은 거의 매일 닫혀 있다.

홍준표 지사도 경남도청 후문을 이용해 출입하고 있다. 그러기에 홍 지사와 이들이 현관에서 아직 마주친 적은 없다. 공무원과 민원인들도 중앙 현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뒷문이나 옆문을 이용하고 있다.


장영달 "도정은 고집으로 하는 게 아니라 소통으로 하는 것"

장영달 위원장은 '무기한 농성'이라고 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2일 아침 홍준표 지사를 만났다. 장 위원장이 경남도청 현관 앞마당에서 30여 분간 농성한 뒤였다.

장 위원장과 홍 지사는 인연이 깊다. 정당은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국회의원 활동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은 같은 4선 의원 출신이며, 장 위원장은 14~17대, 홍 지사는 15~18대 의원을 지냈다. 홍 지사는 장 위원장보다 나이가 6살 아래다.

장영달 위원장은 4일 오후 경남지사 비서실장이 나왔지만 홍 지사와 면담을 거부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2일 만남 때 진주의료원과 관련해 변화가 있으면 사전에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3일 휴업 발표를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비서실장이 와서 농성을 풀 것을 이야기했는데, 진주의료원 폐업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설명만 듣기 위한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며 "비서실장한테 홍 지사의 입장만 듣는 만남이 아니라 변화된 입장을 갖고 만나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의료 확대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키려고 하지 않는데, 진주의료원 사태는 그 신호탄"이라며 "우리는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운동을 적극 벌여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4일부터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그 위에 누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4일 밤 11시경 모습으로, 장 위원장은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고 현관문은 닫혀 있는 모습. ⓒ 윤성효

장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이 다녀갔다. 또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의 격려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날 저녁에도 몇몇 인사들이 같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장영달 위원장은 "홍준표 지사가 고집을 계속 피우면 경남도 행정은 모두 불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번 고집을 돌이킨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한다고만 여길 것이 아니라 도민을 위해 한번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도정은 고집으로 하는 게 아니고 소통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하루 속히 진주의료원 사태가 수습되어, 경남도가 안정을 되찾아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며 "홍 지사는 경남도는 홍 지사의 해방구로 착각한다면 잔여 임기 내내 도민과 국민들로부터 심대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고 그는 당부했다.


민주개혁연대 "도청 공무원 분위기 변화 느껴"

김경숙·석영철·여영국 의원은 경남도청 현관 계단에서 사흘째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현장을 찾았을 때, 김경숙 의원은 가운데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격려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 간부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천주교 신부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의원들은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는데, 이를 본 시민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

석영철 의원은 "지역구 동네 사람들도 찾아와서 사진을 찍어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도청 공무원들의 분위기 변화를 느낀다고 전했다.

"오늘이 사흘째인데, 공무원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도 하고 수고한다고 하더라. 도청 공무원들도 처음에는 홍 지사에 대해 박력이 있다고 했는데, 진주의료원 사태가 터진 뒤부터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하는 분위기가 많아졌고,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석 의원은 "경남도청 현관 앞은 지금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거점 비슷하게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물과 소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무기한 농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경남도의회가 열릴 것인데 어떻게 할지는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소속 석영철, 김경숙, 여영국 의원은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노숙 철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4일 밤 11시경 모습. ⓒ 윤성효

여영국 의원은 "경남도의원이 된 뒤에 다섯 차례 농성을 했는데, (농성 의원들이 소속된 세 당) 모두 의회 안에서 소수당이다 보니 예산과 원구성 문제를 갖고 다수당의 횡포에 맞서 싸웠다"며 "도지사를 상대로 이렇게 농성하기는 처음인데, 도의원이 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 지사는 검사, 국회의원, 당대표를 지내면서 자신만이 최고라는 생각, 자신만이 '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 보니 지금의 갈등이 더 증폭되고 있다. 투쟁은 홍 지사의 독단·일방행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 의원은 "홍 지사가 독단·일방행정을 하지 않고 바로잡으면 자신한테도 좋고, 그 이익은 도민한테 돌아갈 것"이라며 "이렇게 말을 해도 홍 지사한테는 허공의 메아리처럼 흩어져버리는 게 되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청 정문 앞 두 곳 천막농성... 노조원 단식 9일째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도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개혁연대가 지난 3월 27일부터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강성훈 의원 등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정문 옆에는 보건의료노조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보건의료노조 안외택 울산경남본부장과 최희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직국장 등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전교조 경남지부 교사들이 격려방문을 오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강종순(52)·조미영(48)씨는 이날까지 9일째 단식농성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서울에서 열린 김용익 의원의 기자회견 등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했다.

경남도청 정문 앞 천막에는 자동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첫날에는 경남도청 정문 수위실에서 전기를 가져다 사용했는데, 차단한 것이다.

▲ 경남도청 정문 앞에는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 27일부터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안외택 본부장은 "진주의료원을 지켜야 한다는 열망이 높다"며 "함께 힘을 합쳐 꼭 지켜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를 비롯한 노동계는 경남도청 앞 마당에서 대규모 '108배'를 올리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편 김용익 의원도 4일부터 국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보건의료노조는 6일 '진주의료원 지키기 희망 걷기대회'와 촛불문화제를 열고, 민주노총은 오는 13일 경남도청 앞 도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경남도는 지난 2월 26일 '적자' 등의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3월 18일부터 30일까지 휴업예고기간을 거쳐 4월 3일 휴업 발표를 했다. 진주의료원에는 4일 현재 40여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출처 : 진주의료원 사태... "물과 소금으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