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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독불장군' 홍준표의 미래는 '5세 훈이'?

'독불장군' 홍준표의 미래는 '5세 훈이'?
진주의료원 폐업 추진 중인 홍준표..."보수 아이콘 선점 위한 속셈"
[오마이뉴스] 이주연 | 13.04.04 19:45 | 최종 업데이트 13.04.04 19:45


'5세 훈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 진영의 선봉장으로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별명이었다. 전면적 무상급식을 '망국 포퓰리즘'이라 몰아붙이며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자 했던 그의 한 수는 실패로 끝이 났다. 주민투표까지 부치며 지지를 얻어보려 했으나, 투표율이 개표 기준에 미치지 못해 투표함은 열어보지도 못했다. 무릎을 꿇고 서울시장직까지 내걸었던 그는 그 길로 물러났다.

그런데 '5세 훈이'가 걸어간 길을 홍준표 경남지사가 뒤따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에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이 진 부채의 책임을 '강성 귀족 노조'에게 돌리며 진주의료원 폐업 단계를 빠르게 밟아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진주의료원은 휴업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 건 복지 정책이 퇴행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 우려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홍 지사는 꿋꿋하다.

이러한 '마이웨이'로 인해 "오세훈은 홍준표의 미래"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과 홍준표의 '마이웨이'

"홍준표 지사 규탄" 진주의료원 폐업방침 철회 요구 경남 진주의료원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원들이 2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 규탄""진주의료원 폐업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오세훈 전 시장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스스로 무상급식 전장을 만들어 냈다. 2011년 8월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묻겠다며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당시 유승민·남경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끝까지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무상급식은 지자체 사정에 맞춰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전 대표의 적극적 지원은 없었다. 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 전 시장은 강공 드라이브를 꺾지 않았다. 투표일 3일 전, 그는 서울시장직도 내걸었다. 그럼에도 투표율(25.7%)은 개표 기준(33.3%)에 미치지 못했고, 투표함 속 표들은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복지 확대에 민감한 수도권 보수세력에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그의 결기 서린 시도는 그렇게 끝이 났다. "지속가능한 복지가 열매를 맺는데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해도 후회는 없다"던 오 전 시장은 잊혀 졌다. 강경 보수의 대표자로서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와 맞서고자 했던 오 전 시장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복지를 내세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강경보수가 설 자리는 없었다.


홍준표 "강성 귀족 노조 배불리지 않겠다"...'보수의 아이콘' 되려는 포석?

▲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은 2011년 8월 21일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한 뒤 무릎을 꿇는 모습. ⓒ 남소연

한편, 지난달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별명은 '독불장군'이다. 본인이 한 번 해야 한다고 생각한 바는 해내고 마는,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통은 찾아보기 어려운 그의 업무 추진 스타일에서 나온 비판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주의료원 폐업 추진이다. 홍 지사는 경남도가 전액 출연한 진주의료원이 3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고, 회생 가능성도 없어 폐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영부실의 책임도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였다"며 노조 탓으로 돌렸다. 그는 "강성 귀족 노조를 배불리지 않겠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그들만의 직장"이라며 노조를 정조준했다.

지난달 26일 폐업 방침이 나온 후 지난 3일 한 달 휴업 결정이 내려졌다. 속전속결이다. 홍 지사는 "폐업을 앞둔 휴업이다, 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모두 이동하고 나면 폐업해야 한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누리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진주의료원 폐지 반대 입장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공공의료 정책 자체가 흔들리는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 폐업을 재고해 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홍 지사가 '강경 모드'를 해제하지 않는 이유가, 대권을 꿈꾸는 그의 바람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 전 시장처럼 보수의 아이콘이 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가 지난 해 11월 16일 오후 경남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 희망경남 만들기대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실제,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4일 오전 브리핑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로 보수 아이콘으로 뜨려다 정치인생 막 내린 것처럼, 홍 지사도 공공의료를 희생양으로 보수 아이콘이 되려다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오세훈은 홍준표의 미래"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홍 지사를 향해 "공공의료 시스템을 망치는 게 도지사 업무라고 얘기하지만, 그의 업무는 노조를 탓하며 정치적 이익의 주판알을 튕기는 게 아니"라며 "그가 진주의료원 폐업 앞장서면서 '반노조', '공공성 파괴'라는 전형적인 강경보수 상징어를 동원하는 것은 포스트 박근혜를 노린 보수 아이콘 선점을 위한 정치적 속셈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세훈의 마지막이 홍준표의 마지막과는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조언"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도 반대하고 새누리당과 지역주민도 반대하는 무리한 폐업조치를 철회하고 지역 공공의료 회생을 위한 적극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가 걷는 정치인으로서의 길 끝이 오 전 시장과 다를지, 같을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 '독불장군' 홍준표의 미래는 '5세 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