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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평화의 섬’ 지정 2년 후 ‘군사기지’ 발표…‘모순’이 갈등 불러

‘평화의 섬’ 지정 2년 후 ‘군사기지’ 발표…‘모순’이 갈등 불러
[경향신문] 홍진수 기자 | 입력 : 2012-03-07 22:12:23 | 수정 : 2012-03-07 22:14:41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평화의 섬’인 제주도에, ‘군사기지’ 건설이 적합한가라는 논란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2005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55조에 따라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선언문에서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 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배경에는 냉전과 국가권력의 폭력에 대한 반성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4·3사건이다.

1948년 4·3사건 이후 ‘전쟁과 폭력 반대, 평화 희구’는 제주도민 사이에 깊숙이 뿌리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은 앞서 2003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4·3사건을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평화의 섬’ 지정 2년 뒤인 2007년 5월 해군기지 건설의 최우선 대상지로 제주 강정마을을 선정해 발표했다. 반대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먼저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놓고 그 자리에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이 모순이란 지적이 많았다.

해군기지가 제주도가 지향하는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때 제주 해군기지가 한·미관계, 한·중관계의 갈등을 부를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가 해상전력 운용의 최적지이자 국가의 생명선인 해상 교통로와 해상 자원을 지키는 전초기지라고 맞섰다.

또 인근 이어도에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 출동하는 데 부산 해군기지에서는 2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제주 남단에서는 7시간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제주평화포럼 이후 열린 제주도민들과의 오찬에서 “비무장 평화는 미래의 이상사회에선 가능할지 모르나 무장 없이는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고 말했다.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논쟁은 쉽게 정리되지 않은 채 이후 5년이 지나도록 평행선을 달리며 이어졌고, 그게 현재 터지고 있다.


출처 : ‘평화의 섬’ 지정 2년 후 ‘군사기지’ 발표…‘모순’이 갈등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