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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추악한 자본

밀어내기 개선 외면 남양유업 ‘갑의 횡포’ 변화 없다

밀어내기 개선 외면 남양유업 ‘갑의 횡포’ 변화 없다
‘욕설영업’ 파문 한달…대리점협 “대국민 사과 거짓
[한겨레] 허재현 기자 | 등록 : 2013.06.02 20:20 | 수정 : 2013.06.02 22:13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와 욕설 파문이 벌어진 지 한달이 넘었지만, 문제의 근본 해결은 요원하다. 남양유업 본사와 피해 대리점주들 사이의 교섭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남양유업은 ‘어용’으로 의심받는 대리점주 단체를 조직하는 데 직간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간 진행된 건 ‘대국민 사과 퍼포먼스와 어용 대리점주 단체 출범’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남양유업, 진정성 있나 남양유업 본사와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는 지금까지 비공개로 세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남양유업이 물량 밀어내기 관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존의 발주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발주시스템 개선’과 관련해 “대리점 유선 발주 및 오후 1시 이후 발생하는 발주 변경사항에 대해, 회사는 반드시 변경사유를 입력하여 대리점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협상안을 협의회에 제안했다. 물량 주문을 대리점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리점주들은 ‘갑을관계’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사후 물량 변경에 적극 항의하기는 어렵다며 거부하고 있다.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의 물량 주문 입력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대리점협의회가 요구한 ‘정기적인 단체교섭’에 대해 남양유업은 회사 쪽 7명과 대리점 대표 7명으로 상생위원회를 설치해 다수결로 운영하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점협의회는 “남양유업이 조직한 어용 대리점주 단체 쪽에서 한 명만 대리점 대표로 참여해도 회사 쪽에 유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구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합의안에 그동안의 부조리한 관행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넣어달라는 대리점협의회 쪽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 본사의 어용단체 조직 개입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의 자발적 모임인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회장 이창섭)에 맞서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회장 안희대·전국협의회) 조직에 개입한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5월13일 남양유업 수원지점 휴대전화 문자 공지’를 보면, 남양유업은 “상생협의회 관련 금일 18시 지점에서 시판대리점 모여 진행합니다. 가능한 참석부탁드립니다”라고 대리점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남양유업은 당시 “상생협의회라는 단체 자체를 결성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본사 직원들은 대리점주들에게 ‘상생협의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영업사원 개개인의 문자를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며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이 어용 단체를 통해 ‘수직적인 갑을관계’를 회복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창섭 대리점협의회 회장은 “남양유업이 어용 대리점 단체를 만드는 데 조직적으로 나선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계속 부인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당장 여론의 비난에는 고개를 숙이는 척하면서 어용 단체를 조직해 대리점주들을 길들이고 갑을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국민 사과 등은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 : 밀어내기 개선 외면 남양유업 ‘갑의 횡포’ 변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