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6차례 발파…구럼비 해안 화약냄새로 뒤덮여
발파 강행 구럼비 현장
[한겨레] 서귀포/ 박수진 허호준 기자 | 등록 : 2012.03.07 20:43 | 수정 : 2012.03.07 23:43
성직자·환경운동가 21명 ... 어제 새벽 카약 나눠타고 ... 펜스 넘어 구럼비 들어가
소식 들은 강정마을 주민 ... 화약 못 들어오게 저지선
“구럼비 폭파하면 다 죽어” ... 저항했지만 경찰에 연행
시공사 해상으로 화약 운반 ... 오전11시40분 발파 시작
한명숙 대표 강정마을로
“아니, 왜 잡아가. 가만히 보고 있는데 내 아들을 왜 잡아가.”
강정마을 주민 고아무개씨가 울부짖었다. 고씨는 아들 종화(40)씨의 사지를 붙들고 호송차로 데려가는 경찰을 향해 “내 아들이라고, 내 아들을 잡아가는 이유가 뭐야? 아니, 이놈들아, 니들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소리쳤다. 고씨는 아들을 태운 호송차의 벽을 두드리며 한참을 뒤쫓아갔다.
7일 아침 8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둘러싸고 주민과 경찰이 격렬한 충돌을 빚은 강정마을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의 마구잡이 연행 과정에서 주민들의 바지가 벗겨지기도 했고, 바닥에 깔리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전날인 6일 오후 경찰이 해군기지 시공업체들에 화약류 사용 허가를 내주자 강정마을 주민과 성직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몸으로라도 구럼비 바위 발파를 막겠다며 밤새도록 분주히 움직였다. 이강서 천주교 서울교구 신부 등 성직자 10명과 오영덕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 활동가 10명은 7일 새벽 해군이 쳐놓은 철조망과 펜스를 넘어 구럼비 바위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박도현 예수회 수사, 신학박사 송강호씨, 구럼비를 지키려고 영국에서 온 평화활동가 앤지 젤터 등 6명은 카약 3척을 나눠 타고 구럼비로 들어가는 ‘작전’을 수행했다. 펜스를 넘어 구럼비에 들어간 오영덕 의장은 “언제나 자유롭게 오가던 제주의 땅 구럼비 바위에 첩보작전하듯, 카약을 타고 펜스를 넘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다”고 말했다.
7일 새벽 4시15분쯤, 성직자와 활동가들이 구럼비 바위에 도착하자 강정마을에 비상 사이렌이 윙윙 울렸다. “주민 여러분, 비상상황입니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할 화약물을 실은 차량이 마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주민 여러분이 나서야 합니다. 주민 여러분, 비상상황입니다.”
사이렌이 울리자 마을 주민들이 새벽 찬 바람을 무릅쓰고 하나둘 마을회관으로 모여들었다. 강정천이 흐르는 강정교와 강정삼거리 양쪽을 막으면 강정마을에서 구럼비 바위로 가는 길이 모두 차단된다. 강정교 쪽은 백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포함한 주민 50여명이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쓰인 노란 깃발을 들고 ‘인간 저지선’을 만들었다. 여성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몸을 쇠사슬로 묶었다. 강정삼거리 쪽은 차량 20여대로 봉쇄했다.
하지만 경찰은 10여분 만에 마을 주민들의 저지선을 무너뜨렸다. 주민들은 방패와 전투복으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원들에게 “가세요. 가세요. 여러분들이 들어가면, 구럼비 바위 폭파하면, 그 안에 있는 제 친구들이 죽어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고종화씨 등 주민과 활동가 등 19명을 연행해 이 가운데 6명을 석방하는 한편, 나머지 연행자들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영심 통합진보당 도의원, 현애자 전 국회의원도 연행됐다 석방됐다.
아침 8시께 한바탕 충돌이 끝나자 주민과 경찰의 갈등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오전 11시20분, 구럼비 인근 밭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해안 주변은 화약 냄새로 뒤덮이면서 다시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다. 해군은 이날 구럼비 바위 서쪽 200m 지점을 시작으로 6차례에 걸쳐 발파작업을 벌였다. 이날 발파를 한 지점은 대림산업이 맡은 2공구 부분으로 케이슨(방파제 축조용 구조물) 조성터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현장에서 강하게 항의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도 저녁 7시께 강정마을을 찾아 “4·11 총선이 지나면 이길 수 있다”며 주민들을 격려하고, 정부에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언제까지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싸워야 하나. 죄송하다. 미안하다”며 “공사를 중단하라고 끝까지 외치겠다”고 약속했다.
해군과 공사업체는 육상의 시위대를 피해 이날 새벽 5시30분께 강정포구와 가까운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서 구럼비 바위까지 바지선과 소형배를 이용해 바닷길로 폭약 800㎏을 옮겼다. 카약을 타고 화약 이송에 항의하던 평화활동가 뱅자맹 모네와 <강정마을신문> 사진기자는 해양경찰의 보트가 들이받는 바람에 물에 빠진 뒤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19명을 연행해 이 가운데 6명을 석방하는 한편 나머지 연행자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출처 : 쾅·쾅…6차례 발파…구럼비 해안 화약냄새로 뒤덮여
발파 강행 구럼비 현장
[한겨레] 서귀포/ 박수진 허호준 기자 | 등록 : 2012.03.07 20:43 | 수정 : 2012.03.07 23:43
▲ 구럼비 발파 순간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 구럼비 바위 서쪽 지역에서 세번째 발파 작업으로 인한 흙먼지가 솟구쳐 오르고 있다. 서귀포/류우종 기자 (※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성직자·환경운동가 21명 ... 어제 새벽 카약 나눠타고 ... 펜스 넘어 구럼비 들어가
소식 들은 강정마을 주민 ... 화약 못 들어오게 저지선
“구럼비 폭파하면 다 죽어” ... 저항했지만 경찰에 연행
시공사 해상으로 화약 운반 ... 오전11시40분 발파 시작
한명숙 대표 강정마을로
“아니, 왜 잡아가. 가만히 보고 있는데 내 아들을 왜 잡아가.”
강정마을 주민 고아무개씨가 울부짖었다. 고씨는 아들 종화(40)씨의 사지를 붙들고 호송차로 데려가는 경찰을 향해 “내 아들이라고, 내 아들을 잡아가는 이유가 뭐야? 아니, 이놈들아, 니들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소리쳤다. 고씨는 아들을 태운 호송차의 벽을 두드리며 한참을 뒤쫓아갔다.
7일 아침 8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둘러싸고 주민과 경찰이 격렬한 충돌을 빚은 강정마을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의 마구잡이 연행 과정에서 주민들의 바지가 벗겨지기도 했고, 바닥에 깔리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전날인 6일 오후 경찰이 해군기지 시공업체들에 화약류 사용 허가를 내주자 강정마을 주민과 성직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몸으로라도 구럼비 바위 발파를 막겠다며 밤새도록 분주히 움직였다. 이강서 천주교 서울교구 신부 등 성직자 10명과 오영덕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 활동가 10명은 7일 새벽 해군이 쳐놓은 철조망과 펜스를 넘어 구럼비 바위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박도현 예수회 수사, 신학박사 송강호씨, 구럼비를 지키려고 영국에서 온 평화활동가 앤지 젤터 등 6명은 카약 3척을 나눠 타고 구럼비로 들어가는 ‘작전’을 수행했다. 펜스를 넘어 구럼비에 들어간 오영덕 의장은 “언제나 자유롭게 오가던 제주의 땅 구럼비 바위에 첩보작전하듯, 카약을 타고 펜스를 넘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다”고 말했다.
7일 새벽 4시15분쯤, 성직자와 활동가들이 구럼비 바위에 도착하자 강정마을에 비상 사이렌이 윙윙 울렸다. “주민 여러분, 비상상황입니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할 화약물을 실은 차량이 마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주민 여러분이 나서야 합니다. 주민 여러분, 비상상황입니다.”
▲ 발파 작업을 막으려는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날 오후 겹겹이 둘러친 철조망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
사이렌이 울리자 마을 주민들이 새벽 찬 바람을 무릅쓰고 하나둘 마을회관으로 모여들었다. 강정천이 흐르는 강정교와 강정삼거리 양쪽을 막으면 강정마을에서 구럼비 바위로 가는 길이 모두 차단된다. 강정교 쪽은 백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포함한 주민 50여명이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쓰인 노란 깃발을 들고 ‘인간 저지선’을 만들었다. 여성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몸을 쇠사슬로 묶었다. 강정삼거리 쪽은 차량 20여대로 봉쇄했다.
하지만 경찰은 10여분 만에 마을 주민들의 저지선을 무너뜨렸다. 주민들은 방패와 전투복으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원들에게 “가세요. 가세요. 여러분들이 들어가면, 구럼비 바위 폭파하면, 그 안에 있는 제 친구들이 죽어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고종화씨 등 주민과 활동가 등 19명을 연행해 이 가운데 6명을 석방하는 한편, 나머지 연행자들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영심 통합진보당 도의원, 현애자 전 국회의원도 연행됐다 석방됐다.
아침 8시께 한바탕 충돌이 끝나자 주민과 경찰의 갈등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오전 11시20분, 구럼비 인근 밭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해안 주변은 화약 냄새로 뒤덮이면서 다시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다. 해군은 이날 구럼비 바위 서쪽 200m 지점을 시작으로 6차례에 걸쳐 발파작업을 벌였다. 이날 발파를 한 지점은 대림산업이 맡은 2공구 부분으로 케이슨(방파제 축조용 구조물) 조성터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현장에서 강하게 항의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도 저녁 7시께 강정마을을 찾아 “4·11 총선이 지나면 이길 수 있다”며 주민들을 격려하고, 정부에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언제까지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싸워야 하나. 죄송하다. 미안하다”며 “공사를 중단하라고 끝까지 외치겠다”고 약속했다.
해군과 공사업체는 육상의 시위대를 피해 이날 새벽 5시30분께 강정포구와 가까운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서 구럼비 바위까지 바지선과 소형배를 이용해 바닷길로 폭약 800㎏을 옮겼다. 카약을 타고 화약 이송에 항의하던 평화활동가 뱅자맹 모네와 <강정마을신문> 사진기자는 해양경찰의 보트가 들이받는 바람에 물에 빠진 뒤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19명을 연행해 이 가운데 6명을 석방하는 한편 나머지 연행자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출처 : 쾅·쾅…6차례 발파…구럼비 해안 화약냄새로 뒤덮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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