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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강정마을서 ‘쿵’ 발파소리…‘화약냄새’ 진동

강정마을서 ‘쿵’ 발파소리…‘화약냄새’ 진동
[한겨레] 서귀포/글 박수진·허호준 기자 |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 등록 : 2012.03.06 20:50 | 수정 : 2012.03.07 17:35


▲ 경찰이 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길목에서 견인차량을 이용해 주민들이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세워놓은 차량을 견인하고 있다. 제주/ 허호준 기자

[11시 30분 현장 5신]
구럼비 바위 인근 밭에서 최초 발파 확인
해안과 경계지점으로 본격 발파 의미


7일 오전 11시20분께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인근서 본격적인 발파가 시작되었다.

이 시각 강정마을 주민들과 취재진이 모여있던 강정마을 포구에는 ‘쿵’ 소리와 함께 화약 냄새가 매케하게 퍼졌다. 1차 발파 장소는 구럼비 바위가 아닌 인근의 밭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해안선과 육지가 만나는 경계 지점으로, 본격적인 발파 공사가 시작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시공사 쪽이 발포를 중지해 시험발파라는 소리도 돌았으나 오후 4시께부터 15~30분 간격으로 발포가 이어졌다.

서귀포/ 허호준 박수진 기자

▲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7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에 반발해 경찰과 주민·활동가들이 대치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 허호준 기자


“가만히 있는 내 아들 왜 잡어가”

[현장4신 7일 오전 9시] ‘집게’로 집어올리듯 강정마을 사람들 마구잡이 연행


“아니, 왜 잡어가. 아니, 가만히 보고 있는데 내 아들을 왜 잡어가.”

강정마을에 사는 주민 고아무개씨가 외쳤다. 고씨는 “아들 종화(40)씨가 가만히 서 있는데 경찰이 잡아갔다”고 말했다. 고씨는 아들의 사지를 붙들고 호송차로 데려가는 경찰을 향해 “내 아들이라고, 내 아들, 아니 잡아가는 이유가 뭐야? 아니, 이놈들아, 니들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울부짖었다. 고씨는 아들을 태운 호송차의 벽을 두드리며 한참을 뒤쫓아갔다.

7일 오전 8시, 강정마을에선 사람을 집게로 집어올리듯, 경찰 너댓명이 붙어서 앉아있는 사람들을 마구잡이 연행했다. 사람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바지가 벗겨지기도 했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바지 입혀, 바지 입혀”라고 말하며 한발 물러섰다. 연행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이 바닥에 깔리기도 했다.


▲ 구럼비 바위 발파를 막으려고 인간방패로 들어갔던 한 여성농민이 7일 오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서귀포/ 조소영 피디

여성들도 여럿 연행됐다. 쇠사슬로 몸을 묶고 “구럼비 바위를 지켜야 한다”고 외치던 ‘전쟁없는 세상’ 여성 활동가, 강정마을에서 밤을 지새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구럼비 폭파 저지’를 기도했던 김영심 통합진보당 제주도의원은 물론 강정마을 소식을 트위터로 알리던 김세리(@kimseriiii)씨도 연행됐다. 이들을 연행하는 경찰은 “왜 연행합니까”라는 질문에 “(형사소송법상) 일반교통방해죄로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라는 미란다 원칙을 앵무새처럼 고지했다. 말과 달리 그들은 연행자의 사지를 든 채 호송차로 집어던졌다. 7일 오전 8시50분 현재 경찰은 이런 식으로 12명을 연행했다.

강정마을은 오전 6시부터 경찰력의 집행으로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강정항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주변에 경기지방청 소속 경력 510여명과 도내 전ㆍ의경 560여명 등을 배치하는 등 화약 수송에 따른 경비에 나서고 있다. 주요 도로 곳곳에도 순찰차가 배치돼 화약운송 차량의 이동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마을 서쪽 편에서는 월평동과 연결된 도로가 차량으로 차단된 상태다.

한편, 구럼비 바위로 들어간 신부들은 사제복을 입고 기도를 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사제들을 둘러싼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부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방파제 삼발이 위에 올라가 있거나 삼발이 사이 사이에 숨어 있는 상태다.

서귀포/박수진 기자, 조소영 피디



경찰특공대 ‘인간 저지선’ 뚫고 진입

[현장르포 3신 7일 오전 7시30분]
구럼비 바위에는 여전히 인간방패들 남아…2차 저지선 형성 뒤 대치


“가세요, 제발 가세요. 가세요”

7일 오전 7시20분 강정마을은 눈물 바다가 됐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구럼비 바위를 지키려고 모여든 평화지킴이 100여명이 밤을 지새우며 지켰던 ‘저지선’은 단 10여분만에 뚫렸다.

마을 주민들은 구럼비 바위로 갈 수 있는 양쪽 길인 강정천과 강정삼거리쪽에 저지선을 만들었다. 강정천 쪽은 60~70대 농민과 평화활동가 50여명이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을 들고 세 겹의 얇은 ‘사람 저지선’이 만들어졌다. 강정삼거리 쪽에는 마을 주민들이 동원한 차량 20여대가 바리케이드를 쳤다.

▲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화약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7일 오전 경찰이 버스 위에서 한 주민을 연행하고 있다. 서귀포/ 허호준 기자

그러나 오전 7시 속속 마을로 진입한 경찰들이 10여분만에 강정천 쪽 ‘사람 저지선’을 뚫었다. 이제 강정천 쪽으로는 ‘화약을 실은 차량이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평화지킴이들은 저지선을 뚫고 방패와 전투복으로 무장한 특공대원들에게 ’‘가세요. 가세요. 여러분들이 들어가면 구럼비 바위 폭파하면, 그 안에 있는 제 친구들이 죽어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전투모를 쓴 특공대원들도 주민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세 발 뒷걸음 물러났다. 오전 7시30분 현재, 주민 50여명은 다시 강정천에서 50여걸음 물러난 곳에 자리를 잡고 ‘사람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에 대한 마구잡이 연행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구럼비 바위에 인간방패로 들어간 신부들과 평화활동가들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아직 구럼비 바위 쪽에는 별다른 충돌이 벌어지지 않고 있고, 신부님들은 경찰들이 둘러싼 가운데 침묵 시위와 기도를 하고 있다.

서귀포/ 박수진 기자 조소영 피디
▲ 여성 활동가들이 지난 7일 새벽 구럼비 바위 폭파를 저지하기 위해 강정교 입구 차벽 앞에 서로 쇠사슬을 묶고 앉아 있다. 출처 여옥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트위터 @yeook


‘화약고 구럼비’에 뛰어든 인간방패들 “온몸으로 막겠다”

[현장르포 2신 7일 오전 6시]
제주 강정마을 폭파 임박…화약차량 진입 놓고 밤새 대치
경찰 해군기지 앞 속속 집결… 주민들 차량 바리케이드 쇠사슬 묶고 항전


“어떻게든 구럼비 발파를 저지해보겠다는 소박한 마음일 뿐이다. 구럼비 발파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역사적 과제와 소명을 떠올리며 지금 이 곳에 있습니다”

7일 오전 4시께. 이강서 천주교 서울교구 신부, 한재호 루카복자성당 신부 등 성직자 10명과 김정인 여성농민회 회장 등 활동가 5명과 <한겨레> 류우종 사진기자와 조소영 피디 등 취재진 5명을 포함해 20여명이 구럼비 바위에 둘러쳐진 펜스의 한 지점을 향했다. 성직자들은 펜스를 들어올리고 구럼비 바위 안으로 들어갔다.

이강서 신부는 7일 오전 6시 구럼비 바위에서 “오전 6시 화약고에서 빠져나온 화약이 구럼비 바위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체포와 연행이 시간문제인 것 같지만 어떻게든 구럼비 바위 파괴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이강서 신부는 “구럼비 바위는 바깥의 소란을 슬퍼하는 모습인 것 같지만,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했다.

강정마을 평화지킴이 몇 명은 같은 시각 다른 경로로 역시 구럼비 바위 안으로 들어간 상태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 이들 역시 “구럼비 바위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며 구럼비 바위 발파를 저지하기 위해 직접 바위로 올랐다. 구럼비 바위에 무사히 도착한 한 외국인은 “엄마를 보호하는 심정으로 구럼비 바위를 지킬 것”이라며 “지난 여름에 본 뒤 오랫동안 보지 못한 구럼비 바위를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국방부와 경찰이 제주도지사의 재검토 요청과 강정마을 주민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약류 사용 허가를 승인함에 따라 강정마을은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했다.

▲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폭약 운반이 진행되는 가운데 구럼비 바위에 인간방패로 들어간 오영덕 군사기지범대위 공동대표가 7일 오전 방파제 삼발이에 올라가 있다. 서귀포/ 조소영 피디

6일 한차례 충돌이 빚어졌던 안덕면 동광리 (주)제주화약쪽으로도 어떤 차량이 화약을 싣고 강정마을로 올지 파악하고 차량의 운행을 저지하기 위해 마을주민과 평화지킴이 9명이 6일 밤 이동했다. 마을주민들과 강정마을평화지킴이들은 2인2조로 조를 나누어 제주도 일대를 순찰했다. 강정마을~법환포구~제주월드컵경기장~중문단지 등으로 이어지는 순찰코스에는 범섬, 중문단지 등 관광코스가 즐비했지만, 이 모든 것은 ‘경찰이 숨어있을지 모를’삭막한 배경일 뿐이다. 7일 오전 1시 순찰조는 한국콘도에서 경찰 1개 중대가 숙박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확인하며 경력이 강정마을을 덮칠 상황을 예상했다.

7일 오전 3시30분에는 마을회관에 사이렌이 울렸다. 마을 주민들은 삼삼오오 밖으로 나왔다.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으로 모여든 마을 주민 50여명은 ‘제주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들고 가로로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섰다. 새벽 5시까지 자리를 지킨 강아무개(68) 할머니는 “강정마을 지키자고 나왔수다”라며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60대 이상 노인 40여명은 머릿수건과 마스크로 겨우 차가운 제주 새벽 바람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화약 반입이 임박한 가운데 활동가들과 취재진들이 7일 새벽 구럼비 바위 주변에 들어가 있다. 조소영 피디

오전 6시, 화약고에서 화약을 실은 차량이 이동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을주민들은 이 화약을 실은 차량이 구럼비 바위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마을 입구를 양쪽에서 차량으로 막아놓은 상태다. 여성 활동가 2명은 강정교 입구에 설치한 차벽앞에 쇠사슬로 서로 몸을 묶은 채 경찰의 진입을 온몸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오전 7시 현재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으로 경찰 전경버스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다. 마을에서는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다. 날이 밝아지면서 구럼비의 ‘대치’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서귀포/ 박수진 기자 조소영 피디


강정마을 운명의 밤 “온몸 떨리는 전율…무섭다”

[전운 감도는 강정 현장르포 1신]
제주화약 앞 경찰과 몸싸움 4명 연행…저녁 7시 화약류 사용허가
긴급소집된 주민회의 “온몸으로 막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화약 반입이 임박한 가운데 경찰이 강정마을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출처 문정현 신부 트위터 @munjhj

“어어어,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어어어.”

6일 오후 4시30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산길. 좁은 길에 서 있는 주민과 기자 등 일곱명을 경찰 30여명이 빙 둘러쌌다. 그런 다음 점점 왼쪽으로 밀었다.

“여기가 경찰 니들 땅이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어,어,어”

어어어 하는 사이에 10여명의 주민들은 길가로 밀려났다. 차 한대 지나가면 꽉 차는 길 양쪽을 경찰 50여명이 팔짱을 끼고 완전히 봉쇄했다. 그 와중에 몸싸움도 있었다.

“어~ 이 아줌마가 내 발 밟았어.”(한 의경)

“내가 고의로 밟은 거야, 니들한테 밀리다가 밟은 거지”(주민 김아무개씨)

“아니 발을 밟았으면 사과를 해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다른 의경)

“나도 밀려서 넘어지다가 모르고 밟은 거야. 그리고 나도 뒤로 넘어져서 허벅지를 찧었다구. 니들이 애초에 쓸데없이 양쪽으로 안 밀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어?”(주민 김아무개씨)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말싸움이 이어졌다.

이 소란은 43톤(t)의 화약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 위치한 ㈜제주화약 앞에서 일어났다. 6일 낮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 지킴이 몇 명은 제주해군기지 시공사 대림건설이 구럼비 바위 발파에 사용할 화약이 보관돼 있다는 사무실과 ‘화약창고’ 앞으로 갔다. 혹시나 화약 운반이 있을까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화약회사 앞에 이미 경찰이 있었다. 한 활동가는 “경찰이 서류뭉치를 잔뜩 들고 제주화약 사무실로 들어갔고, 오늘 뭔가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점점 늘어났고, 1개 중대가 평소엔 사람 1~2명 지나갈까 말까 한 안덕면 동광리로 모여들었다.

이 과정에서 네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의 박경수, 고동주 두 명의 활동가가 화약운반이 있을지 몰라 길을 막기 위해 차량을 길 가운데를 가로막도록 주차하자, 30여분만에 경찰이 박씨와 고씨를 일반교통방해 현행범으로 연행했다. 박경수씨는 연행되는 도중에 “차에 타고 있는데 사지를 들어 연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팔을 꺾고 나를 발로 찼다”고 소리쳤다.

현장에 있던 한웅 변호사는 “도로를 파괴하거나 폭행을 행사한 적이 없어서 매우 중한 범죄인 형사소송법상의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상의 교통방해죄에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경범죄로서 현행범으로 연행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경수·고동주 두 명은 체포가 부적절하다는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여옥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연행하기 위해 중한 죄를 적용한 나일론 법적용”이라고 경찰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경찰이 활동가들 차량 견인을 할 수 없도록 견인차를 다른 곳으로 운전한 신부 등도 함께 연행됐다.

교통사고도 있었다. 강정마을에서 영상을 찍는 활동가 임호영씨는 경찰차에 발가락을 치였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경찰 승합차가 후진하면서 뒤에 있던 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바로잡고 가라고 앞을 막았더니, 개의치 않고 그대로 전진했고, 내 발가락을 치었다”며 “미안하다는 사과는커녕 차에서 곧장 내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강정마을 주민은 “경찰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벌레 취급할 수 있냐”며 “당신들 눈에는 강정마을 주민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문제의 경찰 승합차에 탑승해 있던 서귀포경찰서 지능범죄팀장은 “차를 가로막았고 발을 타이어 우측으로 일부러 밀어넣었다”며 “본인이 치였다고 주장하니 다른 경찰서 교통조사과 담당자를 부르고 119도 불러 병원으로 후송조치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하나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대외협력위원장은“경찰이 대림건설과 삼성물산의 경비요원 수준으로 전락한 꼴”이라며 “도에 넘치는 공권력의 투입으로 마을주민들이 매일같이 몸과 마음을 다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은 서귀포경찰서가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 승인 결정이 난 뒤 있을 ‘화약 운반’을 위한 예행연습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서류를 검토중이고 오늘 허가 승인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해서 상황을 미리 살피고 연습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녁 7시께 경찰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서귀포 경찰서장이 우근민 도지사의 ‘보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 등 해군기지 시공사가 신청한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방금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7시10분 곧장 ‘긴급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을 모았다. 강 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렸다.

“긴급 비상사태입니다. 긴급비상사태입니다. 구럼비 발파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하오니, 주민 여러분 주위 분들을 동반하시고 지금 바로 회관으로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서귀포경찰서도 이날 오후 제주해군기지 건설 시공사인 대림산업 등의 구럼비 해안 암반 발파를 위한 ‘화약류 사용과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승인된 화약사용량은 43톤으로, 폭파기간은 5개월이다. 발파신청 지점은 구럼비 해안과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인근 부지 등 2곳이다.

오후 7시30분부터 제주 강정마을 회관에서 열린 주민회의에는 주민과 강정지킴이를 위해 강정마을에 모인 평화운동가, 성직자 등 100여명이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강 회장은 “구럼비가 발파되는 것은 곧 강정마을이 발파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온몸으로 막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이제 강정마을과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한 큰 국면, 무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게 4·3 사태하고 똑같은 상황으로 공권력이 제주도민, 강정마을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나는 이곳으로 올때부터 구럼비 바위와 명운을 함께할 생각으로 왔다”며 “그러나 그저 순박한 강정마을 양민들이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겪을 희생을 생각하면 온몸이 떨리는 전율이 오고 무섭다”고 밝혔다.

경찰은 7일 오전 4시 경찰서별로 인원을 집결해 시공사 쪽이 화약을 운반할 때 발생할 주민들과 충돌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모든 상황을 고려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화약을 운반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구럼비 바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강정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출처 : 강정마을서 ‘쿵’ 발파소리…‘화약냄새’ 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