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정적 깬 사이렌… 구럼비 발파 시간대별 상황
[경향신문] 서귀포 | 강홍균·박효재 기자 | 입력 : 2012-03-07 22:00:44 | 수정 : 2012-03-07 23:07:57
■ 새벽 정적 깬 사이렌
오전 3시23분~5시45분
7일 오전 3시23분. 농사일에 지쳐 잠들었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난데없는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깼다. 곧이어 강동균 마을회장의 다급한 외침이 방송을 통해 울려퍼졌다. “구럼비를 발파하려는 화약차량이 강정마을로 오고 있습니다.” ‘구럼비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마을 주민들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으로 달려갔다.
화약차량이 강정교로 진입할 것으로 생각한 마을 주민들은 차량 10여대를 바리케이드 삼아 주차시켜 다리 진입을 차단했다. 할머니들은 쇠사슬로 차량과 몸을 연결해 묶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등 20여명은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들어갔다. 온몸을 던져 발파를 막겠다며 저항했지만 경찰에 억류됐다.
■ 경찰, 시위 주민 진압
오전 5시46분~8시25분
경찰은 연좌농성에 들어간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을 지체 없이 진압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실신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김영심 제주도의원은 경찰에 들려 연행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에 사슬로 몸을 묶고 인간방패를 자임했던 현애자 전 국회의원도 연행됐다. 경찰은 20여명을 연행, 이 중 13명을 조사했다.
바리케이드로 사용됐던 주민 차량도 강제로 견인됐다.
강정천을 둘러싼 인간띠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천주교 신부들은 경찰에 둘러싸인 채 강정평화를 위한 미사를 올렸다.
■ 바위 뚫은 기습 폭발
오전 8시26분~11시20분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첫 비행기로 날아와 강정마을에 도착했다. 이들이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에 합류하자 경찰은 잠시 진압작전을 멈추기도 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 제주도가 해군에 공사정지 명령을 예고했다는 소식이 농성 중인 주민들에게 날아들었다. 주민들은 “구럼비 발파가 물 건너가는구나”라며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러나 11시20분쯤 폭음과 함께 매캐한 화약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습적으로 운반된 화약이 구럼비 바위를 뚫은 것이다. 경찰은 이날 발파에 쓰일 화약을 수송하면서 철저한 연막작전을 폈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검문소 인근에 소재한 화약업체 창고에서 화약을 인수한 뒤 바지선을 이용해 육상이 아닌 해상으로 화약을 공사장에 가져간 것이다. 강정교를 막아 연좌농성을 하던 주민과 활동가들은 “화약이 이미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허탈감에 빠졌다.
■ 강정마을, 눈물·한숨
오전 11시21분~오후 5시20분
오후 4시쯤 2차 발파가 강행됐다. 20분 후 곧바로 3차 발파 소음이 울려퍼졌다. 15~20분 간격으로 오후 5시20분까지 모두 6차례 발파가 진행됐다.
강정마을 곳곳에 걸려 있는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돌고래도 살고 싶다’는 현수막도 발파 소리에 놀란 듯 출렁거렸다. 발파가 이뤄질 때마다 흙먼지가 분수처럼 높게 솟아올랐다.
새벽부터 차가운 강정교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항의하던 강정 주민들은 솟아오르는 흙먼지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들은 “제주도가 공사정지를 명령했으면 당장 발파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군에 항의했다.
주민 윤모씨(44)는 “강정마을은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고 아름다워서 일강정으로 불려왔다”며 “3만살 먹은 구럼비 바위가 왜 폭약에 누더기가 돼야 하느냐”고 눈물을 훔쳤다. 정치인들도 잇달아 강정마을을 찾았다. 오후 3시40분쯤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과 김재윤 의원이 현장을 방문했다. 천 의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군사안보적으로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웬만한 군함은 못 들어온다는 이곳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대원 일도2동 평화버스 공동대표는 “CNN,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는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가 미군의 미사일기지가 될 거라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며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가장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 오후 5시21분~7시30분
이날 예정된 발파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강정마을에는 한숨과 눈물만 넘쳐났다. 오후 7시가 넘으면서 해군기지 공사장은 어둠에 뒤덮였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오후 7시10분쯤 허탈감에 빠진 강정마을을 찾았다. 주민들은 “한 대표가 총리로 있을 때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됐다”고 항의하며 잠시 한 대표의 발걸음을 붙들기도 했다.
출처 : 새벽 정적 깬 사이렌… 구럼비 발파 시간대별 상황
[경향신문] 서귀포 | 강홍균·박효재 기자 | 입력 : 2012-03-07 22:00:44 | 수정 : 2012-03-07 23:07:57
■ 새벽 정적 깬 사이렌
오전 3시23분~5시45분
7일 오전 3시23분. 농사일에 지쳐 잠들었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난데없는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깼다. 곧이어 강동균 마을회장의 다급한 외침이 방송을 통해 울려퍼졌다. “구럼비를 발파하려는 화약차량이 강정마을로 오고 있습니다.” ‘구럼비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마을 주민들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으로 달려갔다.
화약차량이 강정교로 진입할 것으로 생각한 마을 주민들은 차량 10여대를 바리케이드 삼아 주차시켜 다리 진입을 차단했다. 할머니들은 쇠사슬로 차량과 몸을 연결해 묶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등 20여명은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들어갔다. 온몸을 던져 발파를 막겠다며 저항했지만 경찰에 억류됐다.
▲ 옮겨지는 ‘화약상자’ 제주 해군기지 시공사 관계자들이 7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피해 해상을 통해 비밀리에 반입한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용 화약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
■ 경찰, 시위 주민 진압
오전 5시46분~8시25분
경찰은 연좌농성에 들어간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을 지체 없이 진압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실신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김영심 제주도의원은 경찰에 들려 연행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에 사슬로 몸을 묶고 인간방패를 자임했던 현애자 전 국회의원도 연행됐다. 경찰은 20여명을 연행, 이 중 13명을 조사했다.
바리케이드로 사용됐던 주민 차량도 강제로 견인됐다.
강정천을 둘러싼 인간띠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천주교 신부들은 경찰에 둘러싸인 채 강정평화를 위한 미사를 올렸다.
■ 바위 뚫은 기습 폭발
오전 8시26분~11시20분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첫 비행기로 날아와 강정마을에 도착했다. 이들이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에 합류하자 경찰은 잠시 진압작전을 멈추기도 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 제주도가 해군에 공사정지 명령을 예고했다는 소식이 농성 중인 주민들에게 날아들었다. 주민들은 “구럼비 발파가 물 건너가는구나”라며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러나 11시20분쯤 폭음과 함께 매캐한 화약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습적으로 운반된 화약이 구럼비 바위를 뚫은 것이다. 경찰은 이날 발파에 쓰일 화약을 수송하면서 철저한 연막작전을 폈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검문소 인근에 소재한 화약업체 창고에서 화약을 인수한 뒤 바지선을 이용해 육상이 아닌 해상으로 화약을 공사장에 가져간 것이다. 강정교를 막아 연좌농성을 하던 주민과 활동가들은 “화약이 이미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허탈감에 빠졌다.
■ 강정마을, 눈물·한숨
오전 11시21분~오후 5시20분
오후 4시쯤 2차 발파가 강행됐다. 20분 후 곧바로 3차 발파 소음이 울려퍼졌다. 15~20분 간격으로 오후 5시20분까지 모두 6차례 발파가 진행됐다.
강정마을 곳곳에 걸려 있는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돌고래도 살고 싶다’는 현수막도 발파 소리에 놀란 듯 출렁거렸다. 발파가 이뤄질 때마다 흙먼지가 분수처럼 높게 솟아올랐다.
새벽부터 차가운 강정교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항의하던 강정 주민들은 솟아오르는 흙먼지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들은 “제주도가 공사정지를 명령했으면 당장 발파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군에 항의했다.
주민 윤모씨(44)는 “강정마을은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고 아름다워서 일강정으로 불려왔다”며 “3만살 먹은 구럼비 바위가 왜 폭약에 누더기가 돼야 하느냐”고 눈물을 훔쳤다. 정치인들도 잇달아 강정마을을 찾았다. 오후 3시40분쯤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과 김재윤 의원이 현장을 방문했다. 천 의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군사안보적으로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웬만한 군함은 못 들어온다는 이곳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대원 일도2동 평화버스 공동대표는 “CNN,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는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가 미군의 미사일기지가 될 거라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며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가장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 오후 5시21분~7시30분
이날 예정된 발파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강정마을에는 한숨과 눈물만 넘쳐났다. 오후 7시가 넘으면서 해군기지 공사장은 어둠에 뒤덮였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오후 7시10분쯤 허탈감에 빠진 강정마을을 찾았다. 주민들은 “한 대표가 총리로 있을 때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됐다”고 항의하며 잠시 한 대표의 발걸음을 붙들기도 했다.
출처 : 새벽 정적 깬 사이렌… 구럼비 발파 시간대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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