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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단독] KTX 공사장 붕괴로 2명 깔렸는데 현대산업개발 늑장신고로 모두 숨져

[단독] KTX 공사장 붕괴로 2명 깔렸는데
현대산업개발 늑장신고로 모두 숨져
평택구간 터널 암벽 무너졌지만
현대산업개발, 119도 안부른채
직접 구조한다며 2시간여 보내

[한겨레] 평택/김기성 기자 | 등록 : 2013.06.05 07:57 | 수정 : 2013.06.05 08:29


▲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이 잦은 유리 파손과 고장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11일 광명역에서 KTX-산천이 탈선해 코레일 직원들이 긴급 복구에 나서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고속철도 터널 신설 공사 중 갱도 암벽이 무너져 이주노동자 2명이 깔렸으나, 시공업체가 2시간 넘게 119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구조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 2명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3일 오후 5시30분께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마산리 수서~평택 고속철도(KTX) 제6-2공구 지하 45m의 터널 공사장(너비 14m, 높이 13m)에서 암벽 일부가 무너졌다. 당시 터널 안에선 암반에 폭약을 설치하려고 노동자 8명이 작업중이었으며, 이 가운데 이주노동자 유센(24·타이)과 찬몰(26·캄보디아) 등 2명이 무너진 바위에 깔렸다.

시공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회사 쪽 지정병원 구급차만 대기시킨 가운데 직접 구조작업에 나섰으며, 119 구조대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 전문적인 구조·구급대원도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길이 600m가 넘는 터널 구간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치워가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2시간 만에 이주노동자 2명을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현대산업개발 쪽은 인명사고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다가, 저녁 7시53분께 하청업체 현장 직원을 시켜 평택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팀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사고면 비상 상황이어서 재빨리 상황을 전파해 전문 구조인력을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한 소방 관계자는 “터널 붕괴 사고는 전문가의 구조 참여 여부가 노동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이런 대형 사고에 왜 공사장 노동자들만 동원해 구조작업에 나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 홍보팀 관계자는 “지정병원에서 응급차가 도착했고 현장 인부들을 중심으로 구조작업에 나서다 보니 굳이 119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경찰 신고도 구조작업이 끝난 뒤 하다 보니 늦어진 것이지 사고를 감추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출처 : [단독] KTX 공사장 붕괴로 2명 깔렸는데 현대산업개발 늑장신고로 모두 숨져